Gourmet Trains across Canada
미식이 있는 캐나다 기차 여행
캐나다 여행에서 기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 그 이상이다. 대도시와 그 주변 소도시는 물론,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까지 쉽고 편안하게 안내한다. 그뿐인가. 신비로운 빙하호와 눈 덮인 봉우리,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 등 차창 밖으로 캐나다의 대자연을 감상하는 여정은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된다. 특히 붉은빛 ,황금빛으로 물든 단풍이 철길을 따라 이어지는 가을은 기차 여행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계절. 가을의 눈부신 절경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가 찾아오면 수많은 이들이 기차에 오르는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다. 캐나다 전역을 연결하는 다양한 노선 중 멋진 풍광과 미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노선을 만나본다.
로키 마운티니어
4월부터 10월까지 운행하는 로키 마운티니어는 캐나다의 럭셔리 기차 여행의 대명사다. 1990년 밴쿠버에서 밴프까지 가는 노선으로 첫 운행을 시작한 이래 로키산맥을 가로지르는 여정으로 여행자를 사로잡았다. 운행을 시작한 지 18년 만인 2008년 100만 번째 승객을, 그리고 불과 5년 뒤 200만 번째 승객을 맞은 대기록은 이를 증명하는 단적인 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절경에 더해 고급스러운 객차 인테리어와 호화로운 서비스는 많은 사람이 로키 마운티니어를 캐나다 최고의 여행 경험으로 손꼽는 이유. 미식과 웰니스를 중심으로 한 최고급 서비스 또한 로키 마운티니어만의 차별점이다.
좌석은 골드 리프(Gold Leaf)와 실버 리프(Silver Leaf)로 나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창문이 지붕까지 이어지는 유리 돔 형태의 객차 디자인 덕분에 여정 내내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가 제공된다. 특히 복층 구조의 골드 리프는 1층에 전용 레스토랑이 마련돼 있어 전문 셰프가 선보이는 코스 요리와 5성급 호텔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연어, 알버타 소고기 등 신선한 로컬 식자재를 활용한 요리에 지역 맥주나 와인을 곁들이는 동안 로키의 그림 같은 장면이 감동을 배가시킨다. 평균 시속 약 50km로 달리기 때문에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로키 마운티니어 기차 여행은 낮 동안 이동하며 경치를 감상하고 밤에는 정차역에 내려 숙박하는 일정으로 짜여진다. 여러 구간 중 가장 인기 있는 노선은 밴쿠버에서 캠룹스(Kamloops)를 거쳐 밴프까지 가는 ‘퍼스트 패시지 투 더 웨스트(First Passage to the West)’. 울창한 숲과 계곡, 협곡을 아우르는 자연경관과 나선형으로 설계된 스파이럴 터널(Spiral Tunnels)은 이 노선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밴프와 레이크 루이스를 거쳐 재스퍼까지 가는 ‘저니 스루 더 클라우드(Journey Through The Cloud)’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선사한다. 열차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거대한 피라미드 폭포를 스쳐 지나고 만년설 덮인 롭슨산(Mt. Robson)의 장엄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같은 구간이라도 1박 2일부터 2주까지, 다양한 일정의 여행 상품이 있어 예산과 코스, 기간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비아레일
VIA Rail
비아레일(VIA Rail)은 캐나다를 여행하는 가장 시적인 방법이다. 1977년 설립된 국영 여객 철도로, 거대한 대륙을 천천히 가로지르며 대도시와 작은 마을, 황량한 들판과 장엄한 산맥, 아름다운 바다를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다. 동부에서 서부까지 캐나다를 가로지르는 횡단 열차, 중부의 광활한 초원을 지나 북극권까지 가는 열차, 퀘벡과 온타리오를 오가는 열차 등 비아레일의 노선은 캐나다의 다채로운 매력을 발견하도록 안내한다. 그중에서도 오션은 캐나다 동부의 숨은 보석 같은 기차 여행 구간이다. 역사가 1904년으로 거슬러오르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래된 장거리 열차로, 몬트리올에서 대서양 연안의 할리팩스까지 약 1,346킬로미터를 달린다. 퀘벡 주 세인트로렌스 강변을 따라가다 뉴브런즈윅의 울창한 숲과 구릉지대, 그 사이사이의 작은 마을을 차례로 지나고 노바스코샤 주 대서양을 향해 달려가는 1박 2일의 여정이다.
차창 밖 풍경만큼이나 열차 안에서의 경험 또한 특별하다. 좌석은 슬리퍼 플러스(Sleeper Plus) 클래스와 이코노미(Economy) 클래스로 이루어져 있는데, 낮에는 아늑한 의자였다가 밤에는 풀 베드로 변신하는 슬리퍼 플러스 좌석은 1박 2일 기차 여행을 한층 아늑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정에 포함된 세 끼의 식사는 오션 열차에 몸을 싣는 또 하나의 이유다. 슬리퍼 플러스 탑승객에 한해 예약제로 운영되는 다이닝 카(Dining Car)는 낭만 그 자체. 은은한 조명과 흰색 천이 깔린 테이블의 조화는 클래식한 분위기를 풍기고, 노바스코샤산 랍스터와 신선한 생선, 퀘벡 주의 메이플 시럽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별미가 코스 요리로 제공된다. 여기에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 혹은 저녁 노을빛이 더해지면 기차 여행 특유의 감성은 한층 진해진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만을 위한 힐링이 필요하다면 비아레일의 오션 구간은 훌륭한 선택이다. 대서양 해안을 따라 천천히 달리며 보석 같은 해안 마을과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캐나다 동부의 자연과 문화, 미식을 진하게 음미하는 시간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