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과 전망카페가 함께 자리하는 카페산.

Beyond Paragliding: Café Sann in Danyang
단양에서 하늘을 날다, 카페산

충북 단양군 가곡면 두산마을의 산등성이에 자리한 카페산에선 패러글라이딩 체험과 카페, 전망을 모두 누릴 수 있다. 단양의 로컬 푸드를 활용한 빵과 디저트를 선보이고, 쓰임을 다한 패러글라이더 원단으로 제품을 만드는 등 이들만의 방식으로 지역과 자원을 새롭게 활용하는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두산마을이 감자를 재배하던 작은 동네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거듭나기까지 카페산이 걸어온 이야기를 들어보자.

카페산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강과 산, 별과 노을을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생각을 잠시 접어 잔디밭에 뉘어 두고 지는 해를 볼 수 있어요. 나이와 인종,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가 공유하는 이곳의 풍경은 지구별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또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나눈 순간은 삶과 행복,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도록 남게 마련이죠. 이런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 일하고 있어요.

단양 두산마을에 자리 잡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두산마을은 1년 365일 중 비행을 할 수 있는 날이 300일 이상일 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패러글라이딩의 중심지라 할 수 있죠. *리지(ridge) 비행에 탁월한 산등성이, 수려하게 흐르는 강이 정겨운 마을과 그림 같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밀과 보리를 비롯한 작물을 재배했고, 이후에는 감자밭을 일궜다고 전해집니다. 화전정리사업이 한창이던 1970년대에도 주민들은 이곳에서 담배를 경작하며 자녀를 뒷바라지했고요. 카페산의 설립자인 장선영 파일럿이 두산마을을 처음 알게 된 시기는 1991년이에요. 그는 도로도, 표지판도 없는 이 이름 모를 마을에 강하게 압도되었습니다. 그가 소수의 비행인과 뜻을 모아 황량했던 밭 사이로 길을 내고 패러글라이딩 학교를 세운 게 카페산의 시작이에요.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는 상승기류를 이용해 비행하는 방식

오늘날 두산마을이 패러글라이딩의 중심지로 불리는데요, 패러글라이딩 명소로서 이곳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단양을 가로지르는 남한강과 산 너머 산이 이어지는 소백산맥의 장관을 하늘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이라고 들었어요. 패러글라이딩은 언제 처음 접하게 됐나요?
카페산을 설립한 파일럿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에게 비행을 배웠습니다.

패러글라이딩 체험장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당시 국내에는 전문 파일럿과 일반인이 함께 비행하는 2인승 패러글라이딩 체험 자체가 낯설었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제도나 보험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지자체를 찾아 이륙장 조성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보험사와 협의해 2인승 체험비행에 필요한 보험 상품을 마련했습니다. 서울지방항공청과도 관련 절차를 협의하며 합법적으로 체험비행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고요. 산 정상을 오르듯 하나씩 길을 만들어온 거죠.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2010년대 들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늘면서 인프라가 부족해졌거든요. 체험객에 비해 파일럿이 턱없이 부족했고, 대기 공간도 열악해 체험객은 따가운 햇볕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했어요. 좁은 마을 길에 하루에도 수백 대의 차량이 오가면서 주민들과 갈등도 생겼습니다. 지속 가능한 앞날을 위해 잠시 쉬어가면서 생각할 공간이 필요해졌고, 고민 끝에 카페산을 열어 서로의 짧고 긴 시간을 커피라는 언어로 어루만지는 제3의 공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카페산에서의 패러글라이딩 체험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패러글라이딩을 처음 경험하는 초보자를 위한 팁이 있을까요?
베테랑 파일럿이 함께 타기 때문에 다섯 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파일럿의 지시에 따르면 안전한 비행이 가능해요. 종일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바람의 방향과 세기가 가장 안정적인 12시에서 15시 사이에 비행을 권해드립니다. 일몰이 가까워지면 하늘은 아름다우나 풍향이 바뀌면서 비행 여건은 오히려 좋지 않은 편이에요.

추천하고 싶은 계절이나 시간대가 있다면 함께 알려주세요.
가을을 추천해요! 다른 계절에 비해 상승기류가 풍부하고 비행 여건이 안정적인 날이 많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입니다. 더불어 과일처럼 다채로운 색감의 낙엽, 무르 익어가는 곡식,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을 만끽하기 더없이 좋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카페와 베이커리의 식자재는 단양 지역에서 수급한다고 들었어요. 판매 중인 메뉴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두산마을은 오래전부터 고랭지의 비옥한 토양을 활용해 감자 농사를 지어 온 곳이에요. 높은 지대와 배수가 좋은 토양에서 재배한 감자는 포슬포슬한 식감과 담백한 맛을 자랑하죠. 단양 감자를 활용한 감자빵, 감자바게트는 이곳을 찾는 분들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쓰임을 다한 패러글라이더 원단을 업사이클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어요.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단양에서만 연간 15만 명에 달하는 이들이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합니다. 국내 전체로 따지면 20만 명이 넘죠. 파일럿들은 안전한 체험을 위해 매해 패러글라이더 장비, 특히 캐노피를 교체합니다. 여러 번 날면 장비가 조금씩 닳고, 자외선이나 흙에 노출되는 만큼 사용 연수가 줄어들거든요. 이 과정에서 연간 수백 대에 달하는 기체가 버려집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 또한 여간 큰 일이 아니다 보니,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됐죠. 공기투과도 등 비행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캐노피도 여전히 쓸모와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를 활용해 작은 파우치에서 시작해 배낭, 캠핑 의자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브랜드와 협업했고, 어떤 제품을 만들었나요?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협업이나 제품도 궁금합니다.
처음 협업한 브랜드는 로우로우(RAWROW)예요. 여행을 바라보는 방식과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이 카페산과 잘 맞았고, 첫 컬렉션부터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마더그라운드와도 매해 컬렉션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마더그라운드 역시 ‘좋은 발자국’을 남기는 것을 앞세워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전개하고 있는 브랜드예요.*

*이 밖에도 제로그램, H22 등 여러 브랜드와 협업하며 패러글라이더 원단을 활용한 가방과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관광 산업이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희는 스스로를 ‘하늘 농부’라고 부릅니다. 벼농사를 짓는 농부가 봄비를 기다리며 풍년을 기원하는 것처럼 저희 역시 하늘이 선물을 내려 좋은 바람을 따라 비행을 추수할 수 있기를 기도하죠.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으로 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게, 또 오래 비행을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이라 믿습니다.
 
단양을 찾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장소가 있나요?
단양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지질 명소가 많습니다. *고수동굴과 **도담삼봉을 추천하고 싶어요. 도담삼봉은 문학적 정취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는 스폿입니다. 카페산에서 차로 약 30분이면 닿는 구인사 역시 가을 단풍이 수려해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 중 하나이고요. 단풍의 아름다운 향연을 경험하러 와보시길 추천할게요.

*약 5억 년에 걸쳐 형성된 석회암 지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단양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질유산이다.
** 남한강 한가운데 솟아 있는 세 개의 바위 봉우리로,단양팔경 중 하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나 준비 중인 계획이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친환경, 업사이클링, 두 번째 쓰임 등의 가치는 패션 산업으로만 풀어가기에는 어려운 큰 주제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가치 소비를 넘어 하나의 철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경험이 확장되는 공간을 선보이는 것이 큰 목표입니다. 사람들이 수천 년 전의 예술가를 만나기 위해 파리의 루브르나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하듯, 언젠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뮤지엄을 만드는 여정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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