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은 우리나라 최초로 차나무를 심은 곳이다. 국내 차 문화의 뿌리를 찾는다면, 아마도 차 시배지(始培地)로 지정된 화개면 쌍계사 일대가 될 것이다. 혜림농원 역시 이곳에 있다. 수확한 찻잎이나 차밭에서 필요한 물품을 손쉽게 운반하기 위해 농업용 모노레일이 설치돼 있을 만큼 가파른 산비탈(해발 300미터)에 펼쳐진 야생차밭이다.
차밭을 옆에 끼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는 동안 혜림농원을 운영하는 구해진 대표가 새빨간 보리수 열매, 산앵두, 고사리, 젠피나무, 산초나무 등 곳곳에서 자라는 생명 하나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상세히 알려준다. 하동에서 태어난 그는 차 농사를 지은 부모님과 쌍계사의 ‘청파 영감’을 가까이에서 보고 자란 어릴 적 영향으로 차 재배에 뛰어들었다. 혜림농원의 차는 자연농법으로 재배하고, 찻잎을 일일이 손으로 따고 덖어 만든다. 구 대표의 철학은 단순하다. ‘주는 만큼 받는다.’ 차나무가 자라는 땅에 아카시아꽃, 죽순, 해초류, 쑥, 미나리 등으로 직접 만든 효소를 뿌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차밭 꼭대기, 화개면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에서 펼쳐진 찻자리 역시 복잡하고 엄격한 다도의 격식 대신, 보다 많은 사람이 좀 더 쉽게 좋은 차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목적에 맞게 제조 공정을 거친 녹차는 일반 녹차보다 찻잎이 살짝 크다. 흔히 사용하는 커피용 드리퍼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 것으로 끝. 그렇게 우려낸 차는 은은하고 맑은 맛이 특징이다. “좋은 마음으로 만들어야 좋은 차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 차를 마시는 사람도 맑고 건강해지면 좋겠고요.” 구 대표가 건넨 차를 한 모금 맛보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주소 : 하동군 화개면 차시배지길 12-18
주소 : 하동군 화개면 정금대비길 11
하동에서도 가장 오래된 마을로 꼽히는 상신마을 일대에 유명한 것이 세 가지 있다. 하나는 마을의 집과 밭 주위를 감싼 야트막한 돌담, 다른 하나는 마을 어귀에 자리한 조씨고가. 마지막은 십일천송이다. 상신마을 문화탐방로를 따라 마을 너머 계속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소나무가 시야에 들어온다.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는 분명 한 그루처럼 보이는데, 나무 그늘 안으로 들어서면 크기와 모양이 제 각각인 11그루의 소나무 기둥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령은 250년에서 300년 사이. 소나무가 자리한 노전마을의 수호나무로 지정돼 있다.
여기서 4킬로미터 떨어진 대축마을에는 그보다 유명세를 치른 소나무가 있다. 마을 뒤편아미산 중턱, 거대한 바위 위에 뿌리내린 문암송(천연기념물 제 491호)이다. 맞은편 문암정 아래 서서 올려다보면 600여 년의 무게가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생명력에 일단 기가 눌린다. 바위 틈을 비집고 뿌리를 내린 동시에 그 뿌리로 바위 자체를 감싼 모습.
경사면을 올라 나무 기둥 뒤편에 서면 문암송의 기품 있는 자태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그 너머로 펼쳐지는 악양의 풍요로운 벌판, 첩첩이 이어진 산자락을 마주하면 문인 문객이 이곳을 사랑한 이유 또한 금세 알 수 있다.
악양면 소나무 투어는 평사리 들판에서 마무리된다. 들판 한가운데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는 ‘부부송’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의 상징물이 됐다. 소설 〈토지〉의 배경이다 보니 주인공의 이름을 따 ‘서희’와 ‘길상’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를 심은 지 이제 일주일. 물이 찰랑거리는 들판이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바꾸는 동안 이들이 허수아비처럼 지켜줄 것이다.
십일천송 : 하동군 악양면 매계리 276
문암송 : 하동군 악양면 대축길 91
부부송 :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44
주소 :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길 66-7
주소 :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97-3
매화가 피는 계곡이라는 뜻의 매계마을은 강훈채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의 모범 답안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원주민과 귀농인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다양한 마을 활성화 사업을 시도한다. 앞으로 마을 레스토랑과 마을 호텔도 운영할 예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