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채소 음식을 소개하는 마하키친

 

ⓒ 마하키친

Welcome to Vegetable Universe
계절과 자연을 담은 채소의 세계, 마하키친

팝업 레스토랑과 쿠킹 클래스를 통해 스페인 채소 요리를 소개하는 마하키친에선 음식을 만들며 각 식자재를 생산한 농장 혹은 농부의 이름을 되새긴다. 소중한 땅을 일궈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농부에 대한 존경을 담아.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신소영(마하키친 셰프)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원래 외부 스튜디오를 대관해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요. 요즘에는 남양주에 있는 제 스튜디오를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철 채소로 스페인 음식을 만드는 클래스, 화도읍 주민과 함께하는 기후 미식회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해요. 매주 농부시장 마르쉐에서도 마하키친이 지향하는 요리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고요.

스튜디오 뒤편에 작은 텃밭이 있어 클래스 참가자가 제철 식자재를 더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지난해부터 마하 동산이라 이름 붙인 뒷산에 약소하게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어요. 스튜디오가 자리한 이 동네는 저희 조부모님이 살던 곳이거든요. 지금은 재개발로 빌라촌이 됐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건물 앞으로 냇가가 흐르고 시선 닿는 곳곳이 산이었어요. 다행히도 스튜디오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리는 뒷산은 개발을 비켜 갔지만 거의 쓰레기 밭으로 방치돼 있었죠.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한 뒤 친구들과 주민들의 도움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를 심고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기 시작했어요. 봄이 지나니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어요. 올 가을엔 풍성한 마하 동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술 기획 쪽에 종사하다가 갑자기 스페인으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고요.
정말 뜬금없죠? 아직도 저조차 그때의 저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웃음). 당시 32세였거든요.  예술경영학을 공부해 대학원까지 졸업한 상황이었는데, 왜 갑자기 요리의 길로 뛰어들었을까요. 되돌아보면 여가 시간에 요리를 하며 느낀 즐거움과 평온함이 꽤 컸던 것 같아요. 주로 예술가를 지원하고 예술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나름 보람되고 좋았는데, ‘나의 예술은 어디에 있을까’란 생각을 자주 했어요. 그 공허함을 요리로 메웠던 거죠. 자연의 재료를 만지면서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고 잘 맞았달까요.

하필 산세바스티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술 경영 연구차 산세바스티안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기업이나 기관에서 예술을 통해 미처 몰랐던 문제를 발견하고 참신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례를 연구 중이었거든요. 산세바스티안에서 그 구체적 사례를 마주하면서 문득 내 인생에도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마침 제가 가고 싶어한 요리 학교 루이스 이리사르(Luis Irizar)도 그곳에 있었고요. 학교에 직접 가보니 막연하기만 했던 마음에 용기가 샘솟더라고요. ‘해보고 아니면 돌아오자’라고 결심이 서자 이후 과정은 순조롭기만 했죠.

왜 루이스 이리사르에서 요리를 배우고 싶었나요?
공립요리학교에서는 보통 이론 수업과 실습을 동시에 진행하거든요. 그런데 루이스 이리사르는 모든 커리큘럼이 학교와 연계된 식당에서 실습하는 과정으로 짜여 있어요. 3개월마다 한 번씩 식당을 바꿔가며 실전에 뛰어들죠. 동네 타파스 바부터 호텔, 미쉐린 레스토랑까지 여러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거예요. 저처럼 요리를 일로 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최적이라고 생각했어요.
 
2년간 산세바스티안에서 지내며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나요?
식당 앞에 당일 제공하는 제철 식자재를 진열해 놓은 풍경은 이 도시의 트레이드 마크예요. 재료를 통해 그날의 요리를 알려주는 거죠. 거리를 걷다 보면 겉보기엔 식당처럼 보이지만 일반인에겐 입장이 제한되는 공간도 종종 만나게 돼요. 일정 회비를 낸 요리 클럽의 회원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공동 주방이죠. 지역 축제나 집안의 대소사가 있을 때 혹은 여가 시간에 모여 함께 요리를 하는 장소예요. 요리 클럽은 19세기부터 이어온 이 지역만의 전통인데, 1970년대 바스크 미식 운동이 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어요.

바스크 미식 운동이란 무엇인가요?
산세바스티안이 속한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를 통틀어 바스크 지역이라고 일컬어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지역으로, 일찍이 프랑스 산업화 영향을 받아 번성했죠. 특히 산세바스티안은 바다와 산은 물론 평지도 품고 있어 어업과 농업이 두루 발달했고 기후도 온화해 예로부터 귀족의 휴양지로 유명했어요. 이 지역 사람들, 즉 바스크인은 유럽 사람과는 생김도 다르고 바스크어라는 고유의 언어도 갖고 있어요. 1930년대에는 스페인 독재에 항거해 가혹한 탄압을 받기도 했고요. 덕분에 독자적이고 견고한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환경에서 꽃피운 식문화는 당연히 화려할 수밖에요.
1970년대 무렵, 바스크 지방의 요리사들이 모여 각자의 요리법과 연구를 나누는 모임을 갖기 시작했는데요.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를 언론에 발표하며 ‘바스크 미식 운동’이라 불리게 됐다고 해요. 바스크 미식 운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루이스 이리사르가 바로 저희 학교의 초대 교장이죠(코로나 대유행 때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학교도 문을 닫았고요).
스페인 미식 중에서도 채소 요리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요?
원래부터 기후와 환경에 관심이 많긴 했는데요. 산세바스티안에 자리한 식당 대부분은 농가와 일대일로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매일 아침 농부가 식당에 직접 식자재를 가져다주죠. 농부님이 한 아름 들고 온 현지의 토종 식자재는 따로 조리를 하거나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그 자체로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 때 경험한 그 맛을 통해 채소 본연의 맛을 전하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한국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도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연 거였어요. 마르쉐는 땅과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농사에 임하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게 되는 곳이거든요. 채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 그 수많은 연결 고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자연스레 기후 위기와 생존 문제까지 생각하게 됐고,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땅을 만들기 위해서 채소를 더 많이 키우고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결심으로 이어졌죠.

채식의 중요성을 이해한다고 해도 꾸준히 실천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채식 루틴이 있다면?
채소를 사서 그날 바로 다 먹으려고 애쓰지 마세요. 장을 본 후 손질하고 소분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수고로운 일이잖아요. 뿌리채소 같은 경우엔 익히는 데도 시간이 걸리니까요. 쉽게 지치지 않으려면 하루에 하나씩 시도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선, 채소를 손질하고 여유가 된다면 드레싱을 만들어 보세요. 그 다음엔 각 채소를 조합해 계획표를 세워보는 거예요. 오늘은 샐러드, 내일은 샌드위치, 그다음 날은 비빔밥. 이렇게 미리 생각을 해두는 것도 채식 생활에 큰 동력이 돼요. 혼자 하기 어려우면 리추얼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SNS에 기록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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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키친 셰프와 함께하는 채소 미식회
90,000원
올해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제가 속한 커뮤니티 중 함께 농사를 짓는 모임이 있어요. 경기도 양평에서 ‘봉금의 뜰’이라는 농장을 일구고 있는 김현숙 농부님을 주축으로 요리사, 문화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엮은 책을 6~7월 중에 출간할 예정이에요. 누구든 빠져들 수밖에 없는 김현숙 농부님의 삶의 철학, 그리고 그 모습을 쫓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책을 출판하게 됐어요. 저희가 매주 화요일에 모여 만들어 먹는 채소 레시피도 실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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