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치 바이 매거진

The Lovely Universe in the Island
이토록 사랑스러운 우리의 섬과 삶

강화도에 모여 사는 청년들이 섬에서 잘 살기 위해 ‘협동조합 청풍’을 만든 지 곧 10년이 된다. 청풍이 섬 안팎의 친구들을 모으기 위해 만든 ‘강화유니버스’는 강화라는 넓은 우주에서 별처럼 빛나는 지역의 히어로들이 모인 커뮤니티다. 협동조합 청풍의 김선아 이사는 강화가 왜 살기 좋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박진명
인터뷰이 협동조합 청풍 김선아 이사

서울 중심부에서 출발해 차로 한 시간 조금 더 걸려 강화도에 도착했다. 너른 밭과 바다를 보기 전까지는 섬에 왔다는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 협동조합 청풍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강화에 왔다. 협동조합 청풍은 강화 풍물시장 한 편에서 화덕 피자를 구우면서 시작됐다. 읍내로 터전을 옮기며 ‘화덕 식당’으로 불리던 피자집은 ‘스트롱파이어’라는 강렬한 이름을 얻었고, 게스트하우스 ‘아삭아삭순무 민박’도 함께 이전했다. 마당까지 갖게 된 청풍은 자전거 대여소를 만들어 강화 여행의 허브로 자리 잡았다. 길 건너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기념품숍 ‘진달래섬’ 역시 청풍이 운영하는 공간. 여러 창작자와 협업하며 강화의 지역색을 살린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프로젝트 ‘강화유니버스’는 섬에 살지 않아도 같은 세계관으로 자유롭게 연결된 마을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메모1. 강화유니버스의 실체!?

강화유니버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강화에서 살다 보니 아름다운 자연, 오래된 역사 문화 자원, 매력 있는 동네 상점 등에 애정이 생겼어요. 이토록 좋은 강화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고 섬 안팎에서 사는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고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다른 로컬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나요?
지역민과 지역 상점, 강화를 찾은 외지인이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자, 관광객, 소비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호스트로서 함께 협력하며 강화유니버스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확장성을 갖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강화유니버스의 세계관을 로컬, 주체성, 존중, 다양성 등 11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는데요. 이 세계관을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해나간다는 점에서 가치 지향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를 만들 때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나요?
다양한 방식의 지역살이나 로컬 콘텐츠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모든 프로젝트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죠. 가령 강화도 아삭아삭순무민박에서 매년 강화 한주살이를 체험할 수 있는 ‘잠시 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도시 청년은 강화에 머물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이때 매일 저녁 강화에 사는 친구를 한 명씩 불러 섬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자연스레 매일 한 명의 강화 친구를 사귀게 되는 셈이죠. 콘텐츠를 창작하는 프로그램도 단순히 창작자에게 디자인이나 창작물을 의뢰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강화에서 만나 동네 상점을 경험하거나 강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우리가 사랑하는 강화의 풍경과 문화, 전통을 직접 느끼고 체험해본 후 협업을 진행합니다.

강화유니버스만의 운영 철학이 있다면요?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고, 결과물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강화유니버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네이밍을 하게 되었나요?
요즘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지리적 제약 없이 소통하고 함께 일할 수 있잖아요. 꼭 강화에서 살고 있지 않아도 마을의 일부가 되거나 강화도와 관련된 활동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에서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장소의 한계에서 벗어나 공통된 세계관을 공유하며 자유롭게 연결되는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유니버스’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메모2. 강화도 여행의 매력

강화도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섬 특유의 자연 경관과 아름다운 낙조, 선사시대부터 켜켜이 쌓인 역사·문화유적 등이 있어요. 강화도에 살면 살수록 점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죠. 무엇보다 우리가 이곳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이유는 같은 지향을 갖고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강화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강화도는 예부터 외세의 침략이 잦았어요. 조선시대에 적의 동태를 살피거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섬 둘레에 돌을 쌓아 만든 군사시설 ‘돈대’가 섬 곳곳에 남아 있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많은 돈대 중 수호수와 연미정이라는 정자가 있는 월곶돈대를 가장 좋아해요.

강화유니버스가 생기기 전후를 비교했을 때 지역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강화유니버스의 세계관을 통해 저희의 방향성을 공유하면서 비슷한 결과 지향을 가진 친구를 더 많이 알게 된 게 달라진 점이죠. 이전에는 저희가 먼저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다면 지금은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강화유니버스의 지향점을 공유하고 함께 실천하는 느슨하면서도 견고한 연대감이 생겼어요.

메모3. 로컬 크리에이터의 지속 가능성

로컬 여행과 지역 문화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여행자나 현지인 모두 서로를 존중하고 그 지역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여행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관광객, 소비자로 지역을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인과 친구 또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지역을 자주 찾게 되지 않을까요.

지속 가능한 여행을 실천하는 여행자에게 강화도 여행의 꿀팁을 알려주세요.
강화유니버스는 강화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발견하고 이곳에 사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여행과 강화유니버스의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하는 ‘아삭아삭순무 민박’에 묵으며 호스트와 대화를 나눠보길 추천해요.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업적 브랜드가 아니라 커뮤니티 기반으로 문화를 쌓는 브랜드가 되어 오랫동안 강화도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이 저희가 지향하는 바예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강화도에서 많은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친구가 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메모4. 청풍의 멤버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연결돼 있는 이들을 ‘친구’라고 부른다. 대화를 나눈 건 고작 한 시간 남짓이었는데 이들과 친해진 기분이 드는 건 ‘친구’라는 단어 때문일까? 그런 사람이 나뿐만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강화유니버스가 궁금해 강화도를 찾고, 이들과 친구가 되고, 어느새 친구가 소개하는 강화의 매력에 빠져 자주 찾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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