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2. 발효는 곧 자연이자 우주
우리나라에도 고유한 발효 문화가 있잖아요. 환경 혹은 문화적으로 인도네시아보다 템페를 만들기에 더 나은 점이 있다면?
템페를 만드는 환경은 인도네시아에 비할 데가 없긴 하죠. 인도네시아에서는 특별한 발효실이 없어도 집에서 삶은 콩을 바나나 잎으로 감싸면 잎에서 나온 균으로 자연 발효가 되거든요. 한마디로 템페는 인도네시아의 특정 기후와 바나나 잎 덕분에 탄생한 식품이죠.
그런데 콩의 원산지가 어디인 줄 아세요? 우리나라 토종 콩을 연구하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보나 콩의 품질로 보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고 해요. 두만강은 콩을 실어 나르는 강이라 한자로 ‘콩 두(豆)’를 썼다고 하고요. 이를 공식적으로 인증받기 위해서 토종 콩 연구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좋은 콩을 국내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이점이죠. 저희는 전통적이고 자연적인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 2차 발효까지 진행합니다. 파아프의 템페가 맛있는 이유를 꼽자면 그 차이 때문이 아닐까 해요.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식초를 넣어 균의 반응 속도를 빠르게 조정하거든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저희가 사용하는 방법이 자연에 훨씬 가깝고 발효 결과도 단단하며 강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한국-인도네시아 정상 회담 때 파아프 템페가 만찬 식탁에 오르게 됐는데, 그때 인도네시아 대통령 전담 셰프가 템페를 먹어보더니 현지보다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기도 했죠.
발효 식품과 관련해서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동남아시아의 발효 문화를 좀 더 알아가고 싶어요. 인도네시아에도 템페 말고 다양한 발효 식품이 있거든요. 우리나라 고추장과 비슷한 삼발 소스도 있고, 생선으로 만든 발효 음식도 있고요. 발효 식품을 바탕으로 아시아 퀴진을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
발효를 접하면서 생긴 삶의 변화가 있다면?
이전에는 환경이나 자연에 딱히 관심이 있진 않았거든요. 발효와 부패는 한 끗 차이라는 걸 알고 난 뒤로 달라졌죠. 나무나 꽃 등의 생명체는 생을 다하면 땅으로 떨어져 썩기 시작해요. 이 과정에서 미생물과 만나 다시 땅에 양분이 되고 새 생명을 틔웁니다. 이게 바로 자연의 순환이죠. 이를 깊이 이해하다 보니 환경과 지구, 그리고 재료, 농업에까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럼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됐죠.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고민을 하는 계기가 된 거네요.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시스템도 순환이 되어야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앞으로 농사를 직접 짓고 싶은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행동하기 시작했어요. 이를 테면, 환경과 인간에게 좋은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의 일손을 돕는 거죠. 그런 작은 활동 하나하나가 돌고 돌아 결국에는 농업으로 가는 발걸음이 될 거라 믿어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일단 템페 외에 다양한 발효 식품을 선보일 예정이고, 템페로 만든 요리를 소개할 레스토랑도 계획 중에 있습니다. 연구실인 이곳, 파아프 랩을 쇼룸으로 재단장해보려고요. 궁극적으로는 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친환경적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등 자연의 순환을 토대로 회사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실천하지 않으면 지속은 불가능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