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우

A Taste Of The Landscape, Highland, Scotland
하일랜드 풍경의 맛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풍경과 위스키에 관한 대담

대담 고현 (@kohyun23), 박신우 (@pswsq)
정리 표영소

지난 봄, 무용한 취향을 탐구하는 서촌 무용소에서 열린 박신우 작가의 스코틀랜드 사진전 〈HIGH, LANDS — 하일랜드 풍경의 맛〉. 전시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하일랜드 위스키 테이스팅 토크’는 전시 감상과 위스키 시음을 결합한 토크 클래스가 마련됐다. 스코틀랜드와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무용소의 고현 에디터와 사진가 박신우의 대담. 하일랜드의 풍경을 보면서 위스키를 마시면 과연 맛이 달라질까? 위스키를 마시며 풍경을 감상하면 풍경의 맛이 달라질까?

SESSION 1 하일랜드 여행 

시간 : 30분
내용 :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여행에 관한 스토리를 들으며 하일랜드의 매력에 다가간다
여행 지역 : 스카이섬(하일랜드 서부), 서소(하일랜드 북부), 모렌지 외(하일랜드 동부)

고현(이하 고) 이번 전시는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하일랜드 여행 피드를 보고 기획하게 됐습니다. 하일랜드 여행 사진과 해당 지역 의 위스키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하신 내용이 흥미롭더라고요.

박신우(이하 박) ‘풍경 사진을 보면서 위스키를 마시면 위스키의 맛이 달라질까?’하는 의문이 생겼어요.

고 실제 위스키 맛이 달라졌나요?

박 어떨 것 같나요? 저 역시 이런 자리를 통해 함께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이 스코틀랜드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말투가 쉽게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제 사진도 몇 년째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끼던 시기였습니다.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보고 싶어 매달 납부하던 보험을 해지한 돈으로 촬영 여행을 떠났죠. 도쿄와 런던을 거쳐 스코틀랜드를 여행했어요. 글래스고(Glasgow)에 교회 동생이 살고 있어서, 그 친구와 2박3일 일정으로 짧게 스코틀랜드에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귀국하고 나서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한 달 뒤 카메라를 한 대 팔아서 아내와 3~4주 일정으로 다시 여행했습니다.

일단 스코틀랜드와 하일랜드의 위치를 살펴볼까요? 우선 스코틀랜드는 영국 그레이트브리튼 섬 북쪽을 아우르는 지역으로, 면적은 7만8,783제곱킬로미터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살짝 작죠. 크게 남부의 로우랜드와 북부의 하일랜드로 나뉘는데, 스코틀랜드의 3분의 2가 하일랜드에 속해 있습니다. 그중 80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는 하일랜드 서쪽 지역은 따로 분리해 ‘아일랜즈(아일랜드)’라고도 부릅니다.

첫 번째 여행에선 글래스고를 출발해 루스(Luss), 글렌코(Glencoe), 포트윌리엄(Fort William), 스카이섬(Isle of Skye)까지 둘러봤고요. 두 번째 방문 때는 글래스고 공항에서 자동차를 렌트해 오반(Oban)을 시작으로 노스코스트 500(North Coast 500) 루트를 따라 스코틀랜드 최북단까지 갔습니다. 하일랜드 지역을 가로지르는 NC500은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자동차 여행 루트로, 이 길을 따라가기만 해도 하일랜드의 왠만한 여행지는 다 둘러볼 수 있습니다.

NC500 루트에 대해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하일랜드의 해안과 내륙을 순회하는 경관도로로, 전체 길이만 약 830킬로 미터에 이릅니다. 보통 인버네스(Inverness)를 기점으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지요. 하일랜드 여행이 작가님에게 어떠한 인상을 남겼는지 궁금해요.

하이킹을 하다 보면 눈앞의 산봉우리가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습니다. 실제로 보고 있는 것은 나지만, 보여지는 것도 나인 셈이죠. 그때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 들어요. 영국의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숭고한(sublime)’이라는 단어의 뜻을 거대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초라함에서 비롯된 두려움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두렵고 신비롭지만 가까이 가고 싶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자연은 다른 지역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일종의 종교적 풍경처럼 느껴진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해리포터〉나 〈하이랜더〉 같은 할리우드 판타지 영화를 스코틀랜드에서 촬영한 것도 우연은 아닐 거예요.

사진가로서 스코틀랜드 그리고 하일랜드의 풍경은 어땠나요?

풍경에도 주인공이 있습니다. 보통 랜드마크라고 부르죠. ‘저거 보면 다 본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장소요. 여행지에서 시간이 한정돼 있으니 나온 말이겠지만, 솔직히 저는 그런 표현이 잘 이해되지 않아요. 랜드마크를 위해 들러리처럼 존재하는 풍경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요? 하일랜드에도 물론 랜드마크는 있지만, 저한테는 그런 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모든 곳이 신비로웠거든요. 우선 하일랜드 남쪽, 글렌코와 포트윌리엄 지역은 맑고 화창한 날씨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습하고 안개가 자욱하며 흐리고 바람도 많이 불고....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 최후의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스코틀랜드의 글렌이티브(Glen Etive)인데요. 미스테리한 본드의 가족사와 잘 어울리는 장소로 등장하죠. 영화 속 그 장면의 분위기를 상상하면 될 것 같아요. 산에 나무가 거의 없어요. 마치 주름진 살갗을 훤히 드러낸 노인처럼 신비롭기도, 괴상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안에서 바라보았는데 계속 감탄할 수 밖에 없었죠. 최북단으로 갈수록 글렌코, 벤네비스(Ben Nevis)로 대표되는 신비로운 풍경과는 정반대의 목가적 풍경이 존재합니다. 평온하고 아름답죠.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맑고 화창한 날씨가 어울립니다. 주민도 적고 관광객도 적어요. 마을마다 위스키 증류소가 있고요. 비가 오면 비오는 대로 신비롭고, 맑으면 맑은 대로 평온합니다. 스코틀랜드 풍경은 날씨가 보여주는 대로 봐야합니다.

위스키 이름에도 그렇고, 하일랜드 지명 중 ‘글렌’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스코틀랜드게일어로 ‘협곡’을 뜻합니다. 험준한 산지가 많은 하일랜드 지형에서 비롯된 단어인 셈이죠.

스코틀랜드 여행의 팁이라면, 하일랜드는 물가가 꽤 비쌉니다. 대중교통만으로 가기 힘든 지역도 많고요. 자동차를 빌려서 구석구석 둘러보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처럼 ‘스코티시 브랙퍼스트’라는 게 있습니다. 아침 식사로는 굉장히 해비해서 다 먹으면 하루 종일 배불러요. 스코틀랜드식 순대 해기스(haggis)도 꼭 맛보세요.

저 역시 2019년 가을에 취재 차 스코틀랜드를 짧게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 〈조제〉 현지 로케이션 현장을 방문했는데, 에든버러에서 시작해 애버딘(Aberdeen), 스페이사이드(Speyside), 케언곰스 국립공원(Cairngorms National Park)을 돌아보는 일정이었죠.

스페이사이드 지역은 못 가봤어요.

스페이사이드도 본래 하일랜드에 일부인데, 위스키 증류소가 워낙 많이 모여 있어서 위스키 산업군에서 별도로 분류하고 있어요. 저도 자동차로 이동했는데, 마을을 지나갈 때마다 한 번쯤 들어본 익숙한 증류소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거예요. 그때 글렌리벳(Glenlivet)과 글렌파클라스(Glenfarclas)의 위스키 증류소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두 곳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글렌리벳이 좀 더 규모 있는 기업에 가깝게 체계적인 투어를 진행한다면, 글렌파클라스는 몇 남지 않은 가족 경영 증류소라 굉장히 친근한 분위기였죠. 아쉬운 점이라면, 운전하는 1인이 시음은 포기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스페이사이드의 자연은 하일랜드의 리허설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목가적 구릉지대가 이어지고, 중간중간 고성이 많습니다. 하일랜드와 경계를 이루는 케언곰스 국립공원에 진입하면 대지의 기운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깊은 계곡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하일랜드 풍경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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