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 1. 요즘 친환경 브랜드가 넘쳐나는데…
‘정화조’라는 뜻의 셉틱탱크를 론칭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바로 직전에 남성복 브랜드에서 일하면서 CS와 배송까지 담당한 경험이 있는데요. 하루에 포장 패키지가 얼마나 많이 버려지는지를 직접적으로 체감했죠. 소규모 브랜드에서도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더 큰 브랜드에서는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올까, 왠지 모를 죄책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어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옷을 판매하는 국내 많은 브랜드를 보면 사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환경 문제에 관한 경각심보단 빠른 소비에 집중하는 것 같았거든요. 저는 여기에 동참하고 싶지 않았어요. 다른 방법으로 옷을 만들고 싶었죠.
6개월 동안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다 작년 10월 매장을 오픈했다고요.
일단 저지르면 뭐든 하겠지 않을까 싶어 온라인으로 시작했어요. 옷 제작부터 폐기까지 모든 과정을 주관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죠. 저지르긴 했는데 출발점이 잘못됐단 생각을 했어요. 분명 좋은 취지이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람들이 왜 소비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하고 행복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 그 다음 환경적인 부분을 생각하고, 사람들도 함께 동조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요즘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쉽진 않지만.
지속 가능성을 내세운 브랜드가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대규모 브랜드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요. 조금 식상하게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친환경 브랜드라는 말은 되도록 안쓰려고 해요.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생산∙제작을 하는 브랜드이지만, 저 역시 여전히 알아가는 단계이고 고객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거든요. 매장을 오픈하면서 제가 직접 사용해보고 좋았던 지속 가능한 생활용품을 함께 들여놓은 것도 그 이유예요. 단번에 혹은 일회성으로 확 불타오르는 브랜드나 매장이 되고 싶진 않아요. 작은 불꽃을 오랫동안 잘 지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