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맥주가 넘쳐흐르고,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가 걸어 다니며, 그룹 유투(U2)의 음악이 흐르는 도시 더블린.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오후의 더블린은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다. 노동의 시간에 맞춰 삶이 돌아가는 것이다. 퇴근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비를 피해 바로 들어온다. 그들은 바텐더와 자연스레 인사를 한 후 거품이 1.5센티미터쯤 쌓인 파인트 사이즈 맥주잔을 받는다. 수백 일간의 반복 훈련을 거친 듯, 일련의 행동이 자연스럽다.
빅토리아 시대 양식을 완벽히 간직하고 있는 더 팰리스 바(The Palace Bar)는 20세기 중반까지 아일랜드 작가와 언론인의 아지트였다. 작품의 소재나 기삿거리를 찾는 곳. 오늘, 멋진 천장 아래 안쪽 홀에서는 노신사들이 아이리시 위스키잔과 맥주잔을 들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천장 유리를 통해 옅은 빛이 스며들고 먼지 알갱이가 떠돈다. 50년 전 발행한 지역신문에 실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장면이다. 벽에는 제임스 조이스,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 플런 오브라이언(Flann O’Brien) 등 이곳을 찾은 유명 작가의 초상이 걸려 있다. 하나같이 괴팍한 표정에 눈빛이 번득인다. P. J. 머피 (P. J. Murphy)가 그들을 곁눈질하며 말한다. “더블린 사람들은 술 마시고 노래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죠. 상대방의 눈을 보며 자주 웃기도 하고요.” 반박이 필요 없는 설명이다. 더블린의 문학과 음악은 펍에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제임스 조이스는 그의 책 〈율리시스〉에 이렇게 썼다. “단 한 개의 펍도 마주치지 않고 더블린을 지나가는 일은 흥미로운 퍼즐일 것이다.”
머피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를 닮았다. 그는 아일랜드의 저명한 제임스 조이스 전문가이자 조이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공간 스위니즈(Sweny’s)의 운영자이며, 간혹 여행도 안내한다. 더블린 펍 여행은 과거의 사건∙사례를 샅샅이 흩는다. 더 팰리스 바를 포함해, 1198년에 생긴 펍 브레이즌 헤드(Brazen Head), 아이리시 포크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그룹 더 더블리너스(The Dubliners)의 주요 활동 무대이던 오도노게스 펍(O’Donoghue’s Pub) 등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짧은 더블린 여행의 마무리는 펍을 떠나 스위니에서 맺도록 하자. 이 신화적 장소에서 열리는 제임스 조이스 낭독회에 참가하거나 레몬 비누를 하나 살짝 구매해보는 방식으로. 1904년 6월 16일, 블룸이 거닐던 더블린을 떠올리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