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윤 셰프는 지속 가능성을 테마로 한 레스토랑 ‘이타카’를 운영했고, 장민영 작가는 〈한국인의 밥상〉 작가로 일한 이력이 있죠.
각자의 경험이 아워플래닛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해요.
김태윤(이하 김) 레스토랑을 운영하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해요. 매장 영업을 준비하고 요리하고 정리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과만으로도 굉장히 바쁘죠. 요리사에겐 새로운 식자재를 찾고 연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레스토랑 운영과 병행하기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 쉬는 날을 쪼개고 쪼개 출장을 다니다 보니 점점 버거워지더라고요. 음식점과 연구소를 분리해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연구소를 갖춘 레스토랑이에요. 그만큼의 자본이 없으니, 주로 연구하고 가끔 팝업 레스토랑을 여는 것으로 타협했죠. 아주 조금씩 원하는 이상향에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장민영(이하 장) 2년 넘게 〈한국인의 밥상〉을 만들기 위해 취재 현장을 섭외하고 방송에 쓸 부분을 추리는 일을 했어요. 어느 순간, 이 일에서 파생되는 콘텐츠를 좀 더 폭넓고 다양하게 기획하고 싶더라고요. 이후에 여러 셰프와 협업하며 지금 하는 일의 원형을 만들었어요. 김태윤 셰프와는 6년 전 ‘계절의 기억’이라는 워크숍 다이닝을 진행하며 알게 됐죠. 하나의 주제를 정해 저는 제철 식자재와 품종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김태윤 셰프가 그 식자재로 요리한 음식을 선보이는 행사였어요. 이후에도 몇 차례 팝업 레스토랑을 함께 진행하다 아예 2 연구소를 오픈하게 됐죠. 제가 리서칭한 식자재로 김태윤 셰프는 요리를 연구하며 좋은 시너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미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김 요리사라면 당연히 요리를 잘하고 싶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좋은 식자재가 필요하고, 좋은 재료를 생산하려면 건강하게 재배해야죠. 그런 것을 신경쓰다 보면 환경에 이로운 방법으로 투명하고 깨끗하게 생산하는 농부를 알게 되고요. 이처럼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아요.
장 어렸을 때부터 워낙 음식을 좋아했어요. 전통식문화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할만큼. 졸업 후엔 공부한 것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싶어 요리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작가에 지원했어요. 프로그램을 만들며 잊혀지는 우리 식자재와 음식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전국 방방곡곡에서 희귀한 토종 식자재와 음식을 맛보며, 지속 가능한 삶은 결국 건강한 식자재를 먹는 일이란 걸 깨달았죠. 아워플래닛에서는 지속 가능한 식탁을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식자재, 식문화를 소개하고 동식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다양한 3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 지속 가능한 미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참여할 수 있는 형태를 고민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아워플래닛의 대표 프로그램이 로컬오딧세이죠. 로컬오딧세이는 현지를 직접 방문해 향토의 맛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라 여행의 성격이 강해요. 여행은 누구나 좋아하는 카테고리이다 보니 환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어필을 할 수 있었죠.
장 인투더와일드는 저희가 경험한 자연과 동식물에 초점을 맞춰 지역 음식을 살짝 곁들이는 방식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이에요. 예전에 오지를 주제로 행사를 열었는데, 오랑우탄에 관심이 있는 분이 참여했더라고요. 매번 다른 주제를 정하고 프로그램마다 가격에 편차를 두는 것도 좀 더 다양한 사람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결국엔 아워플래닛이라는 브랜드에 먼저 관심을 갖고 이 안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전부 경험해보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저희가 의도하는 방향이죠.
2 아워플래닛은 건축한 지 100년이 넘은 서촌의 한 건물에 들어서 있다. 건축 당시 기술이 없어 미처 제거하지 못한 바위가 내부 벽면 한 쪽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데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아워플래닛의 정신과 잘 어우러진다.
3 지역의 자연환경과 식자재, 식문화를 소개하는 ‘로컬오딧세이’, 쿠킹 클래스 ‘지속 가능한 식탁 만들기’, 동식물을 함께 이야기 하는 ‘인투더와일드’를 비롯해 비건 팝업, 안주 팝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