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어떤 일을 했는지?
그 전에는 공연 기획 회사에 다녔고, 그 이전에는 노래 만들고 작곡하는 일을 했어요. 한때 본업이 뮤지션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장에 CD랑 LP가 많군요?
첫 가게를 정리하고, 두 번째 가게는 연희동에 열었어요. 거기도 정리하고 나서는 집에 로스터기를 두고 홈카페처럼 활용했죠. 음악 장비도 가져다 놓고 사람들 모이면 커피 내려주고.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이 점점 꽉 차는 거예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싶어서 신수동에 카페를 열게 된 거죠. 쉽게 말해 집에 있던 카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거예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럼 세 번째 가게인 거네요. 도덕과 규범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비결은 뭘까요?
처음엔 카페 이름 때문에 관심을 좀 받은 것 같아요. 사실 심플하게 짓고 싶었어요. 제 이름이 규범이니까 앞에 뭔가를 하나 더 붙이자 해서 지은 이름이에요.
예전에 가게를 몇 번 옮겨보니 나갈 때 인테리어한 걸 다 폐기해야 되더라고요. 돈 주고 한 건데 정리할 때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철거해야 되는 거죠. 쓰레기도 1.5톤짜리 트럭 하나 만큼 나와요. 도덕과 규범을 열면서 조립식으로 가게를 만들었어요. 애초부터 재사용을 생각한 건 아니고 비용 절감 측면에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 쪽에 리사이클 조명을 만드는 람펠 디자인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가게를 준비하면서 거기 사장님이랑 ‘새 거 안 사고, 있는 거 쓰고, 저렴한 거 쓰고, 누가 썼던 거 쓰기’를 실제로 적용해본 거죠. 저는 이런 걸 노력해서 하는 사람이지만, 그 분은 그게 진짜 삶이고 일상이에요. 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자재값을 아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조립형은 언제든 변형 가능한 게 장점이에요. 예를 들면, 지난 주에는 바 위치가 지금이랑 달랐어요. 바에 바퀴가 달려 있거든요. 가게를 옮기게 될 줄 몰랐을 때도 인터뷰하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 있어요. “지금 당장 옮겨도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갈 수 있다.” 그런데 정말 쓰레기가 딱 한 봉지 나왔죠.
이번에 이전하면서요?
네, 하룻동안 철거하고 나온 쓰레기는 20리터짜리 쓰레기 봉투 1개가 전부였어요. “이게 다야?”라고 할 정도였죠. 물론 중간중간 미리 버린 것도 있긴 하지만, 마지막에 정리하고 나올 때는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엄청 뿌듯했어요. 저 혼자 만든 결과는 아니어도, 스스로 무척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늘 ‘여기에 버리고 갈 게 뭐가 있냐?’ 했는데 진짜 그랬던 거죠.
그런 과정에서 공간 운영에 대한 철학이 바뀌었나요? 테이크아웃 컵 뚜껑은 종이로 되어 있고 빨대도 생분해 소재인 것 같아요.
네, 사실 종이라고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죠. 친환경 소재라고 해도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좀 줄이려고 노력해요. 플라스틱 잔은 쓰지 말자, 이 정도. 그렇다고 손님한테 일회용 잔을 드려야 되는데 안 드리거나 하진 않고요. 저는 저게 친환경 컵이라고들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일반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서 다 땅에 묻히는데 친환경이라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해요, 솔직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