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에 자리한 스테이 고이의 외부 전경

 

ⓒ 스테이 고이

The value of old things
오랜 것을 고이고이, 안동 스테이 고이

2,000년의 긴 역사를 품고 있는 경북 안동에는 전통과 예술이 걷는 자리마다 스민다. 이곳에 자리한 '스테이 고이'는 여행자에게 옛것과 버려진 것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옥 스테이다.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이덕화(고이 대표)

스테이 고이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스테이 고이는 업사이클링 가구제작소 고이에서 운영하는 도심 생활형 한옥 스테이입니다. 1970년대 안동 지역에 보급된 전형적인 서민 주택을 개조하면서 처마와 기둥, 장여는 살리고 편리함과 안전성을 더했어요.

‘고이’의 뜻이 무엇인가요?
다다르고 싶은 그 어딘가에 '고요히 이르다'의 의미인데요. '정성스럽게 고이고이' '오래된 것을 이롭게'라는 중의적 뜻도 담겨 있답니다. 살아가는 일이든,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든 정성스러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렇게 지었어요.

스테이 고이가 자리한 안동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별한 연고는 없고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의 풍광에 마음이 동해 이곳에 자리 잡게 됐어요. 주변 풍경과 다투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장소에 세월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공간(집)이 있을 때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스테이 고이를 오픈한 계기는요?
패시브 방식의 한옥 건축과 업사이클링 가구 제작. 저희가 하는 이 두 가지 작업을 여러 사람이 머물고 생활하는 공간에 직접 적용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도로 저희 손길이 닿은 공간 중 한 곳을 숙박 시설로 운영하게 된 것이 스테이 고이의 시작이죠.
버려진 나무를 활용해 직접 만든 가구와 소품이 스테이 곳곳에 자리해 있는데요. 공간을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희가 만드는 가구는 구옥(한옥)에서 얻은 고재목과 콘크리트 주택에서 철거된 철근을 주요 소재로 사용해요. 짧게는 4~50년, 길게는 100년이 된 자재가 대부분이랍니다. 공간을 구성할 때 특별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시간이 쌓인 부재가 주는 편안한 느낌을 여행자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았어요.

스테이 고이를 건축할 때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등 지속 가능한 방법을 다각도로 고려했다고 들었어요.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아무래도 공정이 까다롭다는 점과 예산인 것 같아요. 부재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철거 과정에서 기계 사용을 최소화하고 수작업으로 진행한다거나, 친환경적이면서도 단열기준을 충족시키는 자재를 선정하는 등 모든 과정이 번거롭고 만만치 않은 일이죠.

반면, 이런 방식으로 지은 건축물의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한옥을 패시브 방식으로 대수선한 건축주라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부분인데요. 한옥이 주는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일반 한옥과 달리 주택 유지비(냉난방비)가 적게 든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테이 고이를 지을 때도 조금씩 유지∙보수하면서 오래갈 수 있는 집을 만들고자 했는데 이 집의 미래가 궁금해요.
 
업사이클링 가구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가구 디자이너가 되기 전부터 오래된 나무가 지닌 색감과 물성에서 편안함을 느꼈어요. 그런 나무로 만든 가구라면 가까이 두고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늘 생각은 했지만, 직접 가구를 만들겠다는 결심까지 이어지진 않았어요. 안동에 자리 잡기 전, 강원도 정선에서 7년 정도 살면서 오래된 산속 통나무집을 직접 수리했어요. 그 때 발생한 건축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쓰레기 집하장을 방문했는데, 계곡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로 뒤덮인 모습에 충격을 받았죠. 그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난 후부터는 물건을 만들고 소비하는 일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마침 한옥 목수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게 됐죠.

여행자가 스테이 고이에서 경험했으면 하는 것, 혹은 순간이 있다면?
숙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여행자가 즐길 만한 요소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쿠지, OTT 채널, 유명 브랜드 가전 등의 편의시설과 서비스가 보편화됐고, 그 이상의 차별화를 위해 점점 더 화려하고 고급화된 초고가 숙소도 등장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나 가구, 집이 버려지고 허물어 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착잡할 때도 있어요.
서론이 길었죠. 저희 숙소에는 감각적인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는 양해의 말씀을 이렇게 장황하게 했습니다. 인터넷이 연결되고 시장도 가까우니 오프그리드까지는 아니지만 이곳에 머무는 이들이 자극적 요소가 적은 공간에서 잠시나마 고요히 머무는 시간을 갖길 바라요. TV는 없지만 구석구석 작가가 공들여 만든 오브제, 가구, 도자기, 조명 등이 자리해 있답니다. 한때 누군가에게는 귀한 공간이었을 낡은 집을 되살리고, 그 안을 채운 공예품을 통해 단순한 숙박을 넘어 건축과 공예, 일상이 따뜻하게 어우러지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요.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좋아하는 곳이 정말 많은데요. 오래된 숲길을 거닐 수 있는 강원도 평창 월정사, 밋밋한 단청 색감이 매력인 경북 영주의 부석사, 단아한 경주 불국사 등 종교와 무관하게 각 지역의 사찰을 둘러보는 걸 특히 좋아해요.

다음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인공정원이나 자연정원, 공공정원, 개인정원 등 정원을 주제로 다녀보고 싶어요.

올해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업사이클링 가구 디자이너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제 작업 외 다른 분야의 업사이클링에 대해서는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못했어요. 올해에는 다양한 분야의 업사이클링 작업을 제대로 공부하고, 관련 창작자, 활동가와 협업도 구상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요.

* 사진 속 고이의 조명과 반닫이는 모양새와 제작방식의 고유함을 인정받아 특허와 디자인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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