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가구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가구 디자이너가 되기 전부터 오래된 나무가 지닌 색감과 물성에서 편안함을 느꼈어요. 그런 나무로 만든 가구라면 가까이 두고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늘 생각은 했지만, 직접 가구를 만들겠다는 결심까지 이어지진 않았어요. 안동에 자리 잡기 전, 강원도 정선에서 7년 정도 살면서 오래된 산속 통나무집을 직접 수리했어요. 그 때 발생한 건축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쓰레기 집하장을 방문했는데, 계곡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로 뒤덮인 모습에 충격을 받았죠. 그 광경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난 후부터는 물건을 만들고 소비하는 일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마침 한옥 목수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게 됐죠.
여행자가 스테이 고이에서 경험했으면 하는 것, 혹은 순간이 있다면?
숙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여행자가 즐길 만한 요소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쿠지, OTT 채널, 유명 브랜드 가전 등의 편의시설과 서비스가 보편화됐고, 그 이상의 차별화를 위해 점점 더 화려하고 고급화된 초고가 숙소도 등장하고 있죠. 이 과정에서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나 가구, 집이 버려지고 허물어 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착잡할 때도 있어요.
서론이 길었죠. 저희 숙소에는 감각적인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는 양해의 말씀을 이렇게 장황하게 했습니다. 인터넷이 연결되고 시장도 가까우니 오프그리드까지는 아니지만 이곳에 머무는 이들이 자극적 요소가 적은 공간에서 잠시나마 고요히 머무는 시간을 갖길 바라요. TV는 없지만 구석구석 작가가 공들여 만든 오브제, 가구, 도자기, 조명 등이 자리해 있답니다. 한때 누군가에게는 귀한 공간이었을 낡은 집을 되살리고, 그 안을 채운 공예품을 통해 단순한 숙박을 넘어 건축과 공예, 일상이 따뜻하게 어우러지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