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를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으로 붉은색의 토양이 자주 눈에 띈다. 티벳 고원에서 발원한 메콩강과 그 지류가 흐르는 동남아시아의 땅은 붉은색이다. 아주 오래 전,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붉은 현무암이 오랜 풍화를 겪으며 검붉은 흙이 되었고, 미네랄이 풍부한 메콩강 덕분에 토양은 더욱 붉고 비옥해졌다.
동양의 ‘리틀 그랜드 캐년(Little Grand Canyon)’이라 불리는 요정의 샘(Fairy Stream)은 풍화 작용으로 형성된 기이한 모양의 석회암 절벽과 붉은 모래가 이뤄낸 장관으로 유명하다. 작은 폭포가 있는 핵심 스폿까지 이동하려면 절벽과 모래를 가로질러 흐르는 개울을 따라 걸어야 한다. 붉은 토양을 촉촉히 적시는 개울을 마주하니 이곳을 왜 요정의 샘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무이네에서 1년 내내 끊임없이 물이 흐르는 것은 요정의 마법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으리라. 이름에 얽힌 또 다른 설로는 모래 언덕이 마치 긴 머리를 가진 여자의 모습처럼 보여 요정의 샘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맨발로 발목까지 오는 깊이의 물살을 가르며 자박자박 걷는 동안, 고운 모래알이 발가락 사이사이를 간지럽힌다. 갑자기 발이 모래 깊숙이 빠지는 구간도 지난다. 물속을 걷는 게 자연스러워졌을 때쯤 고개를 들어보니, 손을 대면 무너져 버릴 듯한 붉고 고운 흙 무덤, 듬성듬성 자리한 원시림, 하얀 사암 절벽 등 비현실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 장면 속 붉은 토양과 샘물 그리고 강렬한 태양은 베트남 남부를 삼모작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무이네에서 마주한 모든 장면이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로 보이기 시작한다.
40B Huynh Thuc Khang, Ham Tien Ward, Phan Thiet City, Binh Thuan, Viet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