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맛집투어

 

ⓒ 박나희

Local Flavor in Wonju
원주 로컬 맛집 리스트 6

모월양조장

원주 도심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20여 분 달리다 보면, 치악산과 백운산 줄기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이 어느새 시야를 가로막는다. 판부면 신촌리, 야트막한 능선을 마주한 땅에 모월양조장이 있다. 양조 시설과 시음 공간을 갖춘 2층 규모의 아담한 건물에서 원주 토착쌀 토토미로 만든 전통주가 생산된다.
모월양조장 김원호 대표가 양조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하다. 사라져가는 논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그러려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술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기계·전자 분야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1990년대 유럽 여러 나라에 머문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술을 접하고, 대체로 풍족한 삶을 누리는 현지 농민을 보면서 지역 양조장의 중요성을 일찍이 체감한 것. 원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우리 농산물의 가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에게 논은 단순히 먹을 것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에 자연과 휴식을 제공하는 관광 자원이자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환경 자원이다.
 가수 박재범이 소주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왔을 때 직접 농사를 짓도록 권유한 것도 바로 김 대표다. 이름만 내건 술이 아니라 진짜 전통주를 만들고 싶다면 농업법인을 설립해 제조사가 되라고 조언했다. 2022년 출시한 원소주는 당해 연도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에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모월양조장과 협업해 탄생한 원소주 클래식 역시 원주 토토미로 만든다.
동학농민운동 당시 원주에서 2차 봉기를 준비하던 이들이 치악산을 일컫던 모월이라는 이름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한 지 어느 덧 10년. 현재 모월양조장에서 생산하는 전통주는 소주 모월 인과 모월 로, 약주 모월 연과 모월 청 그리고 작년 11월에 출시한 저도수 소주 나랑까지 총 5종이다. 그중 모월 인은 2020년 ‘우리술품평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오직 쌀과 물, 누룩만으로 빚은 모월의 술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이다. 원주 토토미의 1년 수매량 1만 5,000톤 중 10퍼센트를 모월양조장에서 활용하는 게 김원호 대표의 목표. 세상에 농사만큼 힘든 일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직접 농사를 짓고, 양조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아도 묵묵히 술을 빚는 그이니까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Interview
(Q1) 신촌리는 어떤 동네?
양조장에서 마주보이는 매봉 능선은 한때 백로 서식지였어요. 숲에 머무는 백로가 1만여 마리에 이를 정도로 굉장했죠. 지금은 주변에 공사 소음이 많고 천이 사라지면서 다 떠났지만요. 6.25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마을 규모가 커져 신촌(新村)이라 불리게 됐어요.
(Q2)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 능선 너머 관설동에서 태어났어요. 양조장이 들어선 자리는 원래 저희 밭이었고요. 2014년 협동조합을 세우고 술도 출시했지만 양조장 운영이 쉽지 않았어요. 어린 시절 친구들을 모아 조합원 2기를 모집하고 양조장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아버지를 설득했죠. “수입쌀로 만드는 막걸리를 마시면서 우리 농산물을 지키자고 말하는 게 말이 돼요?” 그 말 한 마디에 아버지 눈빛이 바뀌는 걸 봤어요. 원래 원주 도심에 30평 남짓한 공간에서 술을 만들었는데, 2018년 이곳에 양조장을 새로 짓고 이전했어요.

 

젤라로

젤라로는 원주 최초이자 유일한 수제 젤라토 전문점이다. 작년 9월 영화관이 자리한 무실동의 멀티 플렉스 1층에 문을 열었다. 노란색 간판을 단 매장은 3평 남짓한 자그마한 규모. 진열장을 채운 젤라토의 종류는 수시로 달라진다. 재활 전문 트레이너로 일하던 박정은 대표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디저트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젤라토를 공부하게 됐다. 아이스크림을 워낙 좋아하는데 몸을 관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먹을 때마다 늘 신경이 쓰였다고. 젤라토의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젤라로의 젤라토는 생크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당과 지방 함유량도 낮다. 고향인 원주의 농특산물을 더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로 로컬 푸드와 제철 식자재도 적극 활용한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젤라토는 10여 종으로, 과일과 식자재가 다양한 여름에는 개수가 조금 더 늘고, 겨울이 다가오면 한두 개 정도 줄어든다. 시그너처 메뉴는 원주 토토미로 만든 치악산 리소와 치악산 서리태. 이외에 딸기, 유자, 홍시 등 제철 과일과 쑥, 단호박, 팥 등 다양한 농산물로 만든 젤라토도 선보인다. 크림치즈와 대파, 토마토와 바질 같은 새로운 조합도 과감하게 시도하는 편이다.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형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매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택한 박 대표의 자신감은 맛으로 증명된다. 매일 아침, 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식자재로 매장 안쪽에 숨은 주방에서 직접 젤라토를 만드는데, 식자재 고유의 맛과 식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어 개성이 확실하다. ‘한 번 맛보면 단골이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는 사이 콘에 얹은 두 가지 맛 젤라토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녀의 바람대로 머지 않은 시일에 원주 어느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젤라로 2호점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Interview
(Q1) 무실동은 어떤 동네?
원주의 신도심에 속한 동네예요. 주거 지역이기도 하고, 영화관과 식당, 상점 등 상업 시설도 적당히 모여 있죠.
(Q2)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 당시 지원사업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라 매장을 오픈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었어요. 첫 매장이다 보니 고민이 많았는데, 주변에서 조금 비싸더라도 상권이 형성된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 자리가 딱 거기에 부합하는 곳이었어요.
(Q3) 앞으로 활용해보고 싶은 원주 식자재는? 원주 토종 다래로 젤라토를 만들어볼 생각이에요. 다래 껍질을 제거해서 만들어보긴 했는데, 원래 껍질까지 먹는 과일이라 다시 시도해 보려고요.

 

Hidden Spot

원주시 지정면에 자리한 나물 전문 음식점. 이번 취재 때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자, 가장 배부르게 먹고 나온 곳이다. 메뉴는 이보다 더 간결할 수 없는 ‘밥’. 밥을 주문하면 원주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나물 반찬 10여 가지에 돌솥밥과 된장찌개, 달걀찜이 나온다. 어떤 나물이 상에 오를지 미리 알 수 없지만, 사실 어떤 것이어도 상관없다. 원주 뽕잎부터 울릉도 전호나물과 명이나물, 신안 고사리, 여수 금어도 방풍나물까지, 분명 이전에 맛본 그 어떤 나물과도 차원이 다른 맛일 테니까. 사이드 메뉴(돼지구이, 북어구이, 녹두전)도 있긴 한데, 상에 차려진 나물을 모두 비우는 것만으로도 만만치 않다.
맛의 비결은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만을 위해 정성껏 그리고 즐겁게 음식을 만들고 싶어 포털 사이트 등록마저 거절한 운영자의 철학 덕분인 듯하다. 이곳의 음식이 지금 이대로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호는 공개하지 않는다.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길.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테고, 직접 가서 경험해보면 이런 결정에 동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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