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술컴퍼니 스튜디오의 내부 전경

 

ⓒ 피치 바이 매거진

Falling in love with Korean Traditional Liquor
전통주와 사랑에 빠진 호주인, 더술컴퍼니

영어 강사가 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전통주에 빠진 호주인 줄리아 멜로(Julia Mellor). 더술컴퍼니*를 설립해 국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술 빚는 법을 가르치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해외 진출까지 앞두고 있는데… 그녀가 생각하는 우리술의 매력은 무엇일까?

인터뷰어 박진명
인터뷰이 줄리아 멜로(더술컴퍼니 대표)
*외국어로 진행하는 전통주 교육와 홍보, 양조장 투어 등 전통주와 관련된 다양한 일을 기획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서울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지내요. 암스테르담에 더술컴퍼니 2호점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자리를 잡으면 암스테르담이 더술컴퍼니의 베이스캠프가 될 것 같아요.

왜 하필 네덜란드인가요?
해외에 전통주를 알리고 싶어서 미국과 유럽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렸는데 네덜란드가 새로운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비교적 열려 있는 나라더라고요. 유럽 국가 중 수출 강국이기도 해서 여러모로 조건이 잘 맞았어요.

어디까지 준비돼 있는 상황인가요?
일단 한국 전통주를 알려야 해요. 13년 동안 해온 일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죠. 요즘 국내에서 전통주가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잖아요. 해외에선 케이팝, 한식 등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는 상황이고요. 지금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타이밍인 것 같아 네덜란드로의 이주를 결심했어요.
우리나라 전통주가 해외에서도 인기가 있을까요?
그럼요. 생각보다 소주를 알고 있는 외국인이 많아요. 한국 전통주를 오랫동안 다루고 있지만 만들 때마다 매번 신기해요. 쌀과 누룩, 물만 있으면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술이거든요. 발효된 그대로(원주)로 마셔도 되고, 냉장 보관하면 층이 분리되면서 맑은 윗술은 청주가, 탁한 아랫술에 물을 섞으면 막걸리가 되죠. 원주를 증류하면 소주가 되고요. 와인이나 맥주와는 다른 특별한 매력이 있죠.

정작 한국 사람들은 모임이나 파티를 할 때 전통주보다 와인을 즐겨 마시잖아요. 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가요?
아까워요! 아, 아쉬워요(웃음). 그래도 요즘엔 많이 달라졌어요. 젊은 층도 전통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증류주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죠. 쌀 외에 고구마나 누룽지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요.
전통주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호주 사람은 원래 술을 좋아해요(웃음). 사실 와인을 좋아했는데, 2007년 처음 한국에 와 보니 와인이 너무 비싼 거예요. 와인 대신 전통주를 마시다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쌀과 누룩, 물만 있으면 누구라도 만들 수 있지만 빚는 이의 마음가짐과 내공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는 거예요. 낮은 온도에 오랫동안 숙성해 숙취가 없는 것도 우리술의 장점이죠.

17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될 줄 알았나요?
아니오(웃음).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친구가 살기 좋다기에 오게 됐는데, 원래 2년 정도 머무를 생각이었어요.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하고 나니 너무 편하고 좋더라고요. 영어를 가르치는 일도 적성에 잘 맞았고요. 그러던 중에 영어 강사로서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있었고 다음 단계를 고민하게 됐죠.
당시 친구들과 술 모임인 ‘막걸리 마마스 앤 파파스’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걸로 사업을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정도 외국인 친구들과 전통주를 마시고 맛을 리뷰하며 정보가 꽤 쌓였을 때였거든요. 외국인 대상의 전통주 교육이나 해외 전통주 양조장 컨설팅 등 더술컴퍼니가 하고 있는 일도 가르치는 것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가르치는 것과 술을 결합하니 재미있기만 하더라고요. 더술컴퍼니를 설립하고 벌써 13년의 시간이 흘렀네요.

처음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전통주를 배웠나요?
부끄럽게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이것만 알고 한국에 왔어요(웃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주 클래스가 있긴 했지만, 한국어를 배워야 전통주도 완벽히 이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한국어 공부를 하면서 가양주연구소, 한국전통주연구소, 막걸리학교 등에서 모든 과정을 수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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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술컴퍼니의 전통주 클래스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일반적인 전통주 클래스는 이론을 중시하는 편이에요. 저는 손으로 직접 만지며 배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습을 중점에 둔 전통주 클래스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어요.

전통주를 해외에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는지 궁금해요.
해외, 특히 유럽에 탁주, 약주, 발효주를 소개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요. 가장 먼저 증류주를 알려야 하는데, 더술컴퍼니에서는 이를 음식과 곁들여 먹는 알코올 도수 16~25퍼센트의 소주(table strength soju), 보드카와 비슷한 소주(spirit strength soju)로 구분해요. 저희가 이러한 용어를 만든 이유는 외국인들은 ‘소주’라고 하면 초록색 병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도수가 높은 소주는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사실 도수가 높은 술이 맛도 있고 특색이 있잖아요. 빚을 때도 오랜 시간 정성스레 관찰해야 하고 고도의 기술도 필요하죠. 소주의 이런 점을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어요. 그러고 난 다음 탁주나 약주, 발효주를 소개해야 성공 확률이 높아져요. 해외엔 아직 막걸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양조장이 있다면?
너무 많아요. 각자 매력과 스토리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힘들어요. 평택쌀로 술을 빚는 좋은술 양조장은 개인적으로 가깝게 일하고 있는 곳인데요. 더술컴퍼니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감미료 없이 술을 만드는 양조장을 찾고 있었어요(그런 곳이 별로 없거든요). 우연히 좋은술의 오양주(5번 빚은 술이라는 뜻)를 마시게 됐는데, 존경심이 들 정도로 맛있었어요. 그때 인연이 돼서 병에 라벨 붙이는 것부터 술 대회 출전하는 것까지 많은 일을 함께했죠. 여러모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았어요.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제주도를 좋아해요. 어릴 때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이사를 자주 다녀서 고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이 없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브리즈번에 오래 살았거든요. 제주 바다에 가면 브리즈번의 해변이 생각나곤 해요.

언젠가 호주에 더술컴퍼니를 세울 계획은 없나요?
네덜란드에서 더술컴퍼니가 성공해야 그 다음이 있겠죠?(웃음) 일단 유럽에서 전통주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전통주 교육관부터 시작해 작게나마 술 빚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양조장을 세우고 그 다음엔 쌀 농사까지, 해외에서 전통주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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