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고기리에 내린 대설.

 

© 이상엽

Seasonal Days
절기따라 떠나는 우리 땅 여행 2 - 입추에서 대한까지

입동 立冬 11월 7일 
기후변화로 절기가 바뀐 것을 사람들은 얼마나 체감하는지 알 순 없지만, 그리 무딘 사람도 별로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날씨는 변하고 있다. 근처 식당에서 텃밭에 직영으로 재배하는 배추가 단풍이 든 광교산을 배경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런데 절기로 보자면 곧 입동이니 배추는 이제 생장을 마치고 농부는 배추를 거둬야 할 때다. 입동에서 보름이 지나면 달력은 소설을 가리킨다. 하지만 눈은 내리지 않는다. 입동은 초목이 죽고 얼음이 얼며 겨울을 알리는 절기다. ‘기후 보고서’는 11월 16일을 새로운 입동으로 본다. 기존의 입동보다 대략 열흘이 늦춰졌다. 그래서 눈보다는 여전히 서리가 내린다. 이때부터 낙엽수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잎을 떨구고, 풀은 누렇게 시들어 사라지며 벌레들은 자취를 감춘다.

 
소설 小雪 11월 22일
소설의 이른 아침, 철원 월정리역은 서리가 내렸다. 이곳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잘 알려진 곳. 적막은 홀로 여행을 다니는 사진가를 우울하게 만든다. 철원 DMZ(비무장지대)를 찍기 위해 이른 아침 남방한계선 GP(감시 초소)에서 본 철원평야는 누렇게 물들었고 습지 연못은 얼어붙었다. 11월의 연평균 기온을 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그리 춥지 않은데도 이곳에서 군 복무를 한 사람들은 유난히 추웠던 겨울을 기억한다. 기분 탓일 수도 있고 안개가 많아 체감온도에 영향을 미치는 습도 탓일 수도 있겠다. 새로 쓰인 12월 절기의 소설은 원래는 11월 하순이지만 여름과 가을이 길어지면서 12월로 넘어왔다. 게다가 소설 후 일주일 만에 대설이 온다. 겨울이 압축된 것이다. 강우량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늘어 평균 1~2퍼센트 눈이 더 온다. 사실 11월 하순이면 눈이 내려야 하지만 요즘은 평균 기온이 늘 영상이라 입동 기후를 보인다. 이제야 겨울이 시작되는 것이다. 더는 달릴 수 없는 철마의 곁에서 초겨울은 더 춥게 느껴진다. 

 
대설 大雪 12월 7일
용인 고기리는 광교산이 둘러싸고 있다. 겨울 대설에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다. 이곳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무릎까지 쌓인 눈을 치운다. 이 일을 미루면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주민끼리 반목이 쌓인다. 그래서 알아서 열심히 눈을 치워야 한다. 제일 눈이 많이 온다는 대설이 소설 바로 일주일 후에 온다. 이는 원래 대설 절기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소설 대설이 겹쳐버린 것이다. 원래 절기는 중국의 화북 지방의 기후를 표현하지만 우리와 크게 다르진 않다. 한번 눈이 쏟아지면 대책 없이 내리는 것이 요즘 특징이다. 고기리 시골길에도 열심히 염화칼슘을 뿌려 눈을 제거한다. 이 덕분 이동은 수월하지만,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도 있다. 염화칼슘은 도로를 부수고 차량을 부식시킨다, 땅에 스며들어 축적되고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담수를 오염시킨다.

 
동지 冬至 12월 22일
12월, 동지에 찾은 인천 차이나타운이다. 이때쯤이면 거리는 붉게 물든다. 춘절이 있는 1~2월까지 중국인은 이곳을 많이 찾는다. 특히 화교의 고향인 산동 같은 북쪽은 겨울에 만두를 많이 먹는데, 이는 속이 없는 풀빵이 아니라 우리식 만두, 교자다. 차이나타운에는 중국과 일본의 소유였던 근대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동지는 태양이 적도 이남 23.5도의 동지선(남회귀선), 곧 황경 270도의 위치에 있을 때다.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에 든다. 양력으로 동지가 음력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 무렵에 들면 노동지라고 한다. 이처럼 우린 태양력인 동지에다가 태음력을 잇대어 태음태양력으로 세시풍속을 형성시켜 의미를 부여했다. 신라에 이어 고려 시대에도 당의 선명력을 그대로 썼으며, 충선왕 원년(1309)에 와서 원의 수시력으로 바뀔 때까지 선명력을 사용하였다. 이로 보아 충선왕 이전까지는 동지를 설로 지낸 것으로 짐작된다.

 
소한 小寒 1월 6일
일 년 중 가장 매운 추위는 대한보다 소한이라고 한다. 중국의 화북 지방에 비교해 대한 보다 소한 무렵에 더 큰 추위가 한반도로 밀려온다는 뜻이다. 이런 소한은 1월 초에 있었으나 지금은 12월 말로 여긴다. 이때 한반도에 가장 큰 추위가 오지만, 이제는 평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질 않는다. 소한이든 대한이든 모두 평균 기온은 영상을 가리킨다. 그래서일까? 가야산 해인사에 봄이 왔다. 아직 눈도 녹지 않은 소한의 1월인데 부슬부슬 비가 오고, 벌써 나무에 푸른 새순이 돋고 있다. 이날은 고승이 돌아간 날로 재가 승려들과 신도들이 다비식을 준비하고 있다. “스님! 불 들어가오!” 고승의 죽음은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화려한 다비식과 그 후 사리에 온통 관심이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상념에 빠지곤 한다. 삶은 무엇인가? 

 
대한 大寒 1월 20일
한겨울에 가장 더운 곳은 어디인가? 그건 불의 노동이다. 엄청난 열기로 유리를 녹여 용기를 만들어 내는 노동자의 온몸을 땀으로 범벅이 된다. 대한 추위에 찾은 용인의 유리 공장. 노동자들이 합심해서 섭씨 1,500도의 용광로 도가니를 꺼내고 있다. 이곳 공장의 온도는 한여름이다. 대한은 절기 중 가장 춥다는 기간. 24절기 중 마지막이며, 태양 황경이 300도가 될 때다. 양력으로는 1월 20일에서 1월 21일에 들고, 음력으로는 12월에 든다. 동양에서는 겨울을 매듭짓는 절후로 보아, 대한의 마지막 날을 절분이라 하여 계절적으로 연말일로 여겼다. 풍속에서는 이날 밤을 해넘이라 하여, 콩을 방이나 마루에 뿌려 악귀를 쫓고 새해를 맞는 풍습이 있다. 절기상으로는 1월에 소한과 대한이 들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절기는 1월의 대한과 입춘이다. 물론 그런 의미도 사라진 것이, 대한에도 평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쭉 계속되어 입춘마저 명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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