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 제민천의 전경

Between Traveler and Neighbor
여행자와 이웃의 경계를 흐리는 공주의 마을 스테이, 비마이네이버

낯선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하루쯤 관광객이 아닌 동네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비마이네이버는 공주의 제민천을 무대로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삼고 여행자와 주민의 경계를 허무는 비마이네이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마이네이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비마이네이버(Be My Neighbor)는 공주 제민천 일대의 원도심을 하나의 호텔로 삼아 숙박, 컨시어지, 관광 서비스, 리셉션 등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피탈리티 브랜드입니다. 

일반 호텔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마을 호텔은 한마디로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호텔이 되는 개념이에요. 호텔을 이루는 모든 시설과 기능이 마을 곳곳에 ‘수평적으로’ 흩어져 있는 게 특징입니다. 비유를 하자면, 일반 호텔에선 객실이나 식당 등에 가기 위해 건물 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지만, 저희 호텔에선 마을의 골목길이 곧 복도가 되죠. 고즈넉한 골목을 산책하듯 걸어 방을 찾아가고, 아침에는 길모퉁이의 백반집이나 작은 베이커리 카페로 조식을 먹으러 갑니다. 호텔 내 기프트 숍 대신 동네 상점에서 여행 기념품을 구입하고요.  대형 호텔들이 높은 벽을 세워 주변 지역과의 경계를 만들 때 저희는 마을과 느슨하게 손을 잡는 쪽을 택했어요. 여행자들이 겉핥기식 관광 대신 잠시나마 진짜 동네 주민이 되어 살아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길 바랐거든요. 그래야 원도심 상권 재생이나 지역 상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2019년부터 마을스테이를 운영해 온 걸로 알고 있어요. 초기와 비교하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가게도, 사람도 많아졌어요. 숙소, 카페 쇼품숍 등 고객과 직접 만나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보니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동네에 가게가 그리 많지 않아서 모든 사장님들과 아는 사이였다면, 이제는 처음 뵙는 분도 많거든요. 비마이네이버의 직영 공간도 더 많아졌어요. 7년 전에는 숙소 1곳이 전부였는데, 현재는 숙소 4곳, 카페 2곳, 소품숍 1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좀 더 다양한 마을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죠.
‘마을스테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다가 리브랜딩을 진행한 이유가 있나요?
마을스테이를 운영하는 동안 도시 재생 사례로 이곳저곳에 소개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마을스테이가 하나의 개념처럼 받아들여지더라고요. 특정 브랜드라기보다 도시 재생 모델을 지칭하는 용어로 자리 잡은 거죠. ‘마을스테이’를 대신할 브랜드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이름으로 리브랜딩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제민천 마을은 참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해요. 골목마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숨어 있죠. 저희는 마을을 찾은 이들에게 조금 다른 방식의 환대를 건네고 싶었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는 부담스러운 친절보다는 “편하게 머물다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든 기쁘게 안내해 드릴게요.”하고 살짝 거리를 둔 채 열어둔 마음인거죠. 모든 걸 완벽하게 짜맞추기보다 한 뼘의 빈틈을 남겨두면 그 여백 속에서 여행자가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의 진짜 이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비마이네이버가 꿈꾸는 따뜻한 이웃의 모습. 그 생각을 담아 지금의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비마이네이버에 합류했는지도 궁금해요. 
원래 청주 출신인데, 공주대학교 관광학과에 진학하면서 공주에 오게 됐어요. 당시만해도 공주대학교 학생들은 제민천 일대를 ‘강 건너’라고 불렀는데, 할 게 없는 동네라는 이미지가 강했죠. 저는 조용한 이 일대가 마음에 들었어요. 자주 오가다 보니 기회가 되면 계속 머물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죠. 그 무렵 마을 호텔이라는 개념을 접했고, 공주에서 마을 호텔을 운영하는 퍼즐랩을 알게 됐어요. 인턴으로 시작해 현재는 비마이네이버의 브랜딩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을스테이의 리셉션 공간은 원래 크림(Cream)이라는 이름의 마을 안내소 겸 와인 바틀숍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공간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다만 이전에는 예약제로 운영해 여행자가 아무 때나 스스럼없이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죠. 최근 리뉴얼을 하면서 직원이 상주하는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덕분에 기존의 와인 바틀숍도 상시 고객 응대가 가능해졌고요.  특히 마을호텔의 리셉션 기능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짐 보관이나 마을 안내 등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하고, 한쪽에는 직접 큐레이션 한 로컬 굿즈와 리빙 아이템도 진열해두었어요. 

마을 호텔을 시작하면서 참고한 사례나 영향을 받은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마을 호텔의 개념은 1980년대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알베르고 디푸소(Albergo Diffuso)에서 처음 시작되어 현재는 일본,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퍼즐랩에서 워크숍으로 일본 도쿄 야나카(谷中) 지역의 *하기소(HAGISO)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공간 자체보다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을 호텔의 운영 범위를 설정할 때 하기소를 참고했어요. 호텔의 규모를 방문객이 도보로 이동 가능한 범위 내로 설정하고 그에 맞춰 마을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숙소와 카페, 식당, 공방, 갤러리가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돼 지역 전체를 두루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하기소의 체크인 서비스도 흥미로웠습니다. 약 1시간 동안 방문객을 한 명 한 명 호명해 어디에서 왔는지, 왜 이 지역을 찾았는지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단순히 객실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한 태도로 방문객의 관심사와 여행 목적을 파악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합니다. 숙박 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경험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여러 현실적 여건 때문에 바로 도입하기 어렵지만, 언젠가 비마이네이버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를 시행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운영하면서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면요?
가장 어려운 점은 단연 시설 관리예요. 일반 호텔과 달리 객실들이 집 한 채 규모라, 관리하는데 확실히 품이 많이 들어요. 게다가 방치되었던 빈집이나 오래된 건물을 숙소로 재생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애정을 갖고 돌봐야 하죠.  객실 수가 늘어나니 예약 관리도 만만치 않더군요. 최근 온라인 통합 예약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자체 홈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투숙객은 편리하게 예약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됐고, 저희도 관리가 한층 수월해졌죠. 

공주에서 제민천 일대는 어떤 곳인가요?
한 단어로 표현하면 ‘잔잔함’입니다. 마을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제민천을 중심으로 뚜렷한 개성을 가진 책방과 갤러리, 공방,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죠. 화려한 간판으로 시선을 끌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채워 나가고 있는 곳들이에요. 여기선 지도를 들여다보며 열심히 찾아다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면 보석처럼 예쁜 공간을 선물처럼 만나게 되거든요. 

*야나카 마을 호텔인 하나레에서 운영하는 공간. 1층은 카페이자 갤러리, 2층은 마을 호텔 투숙객을 위한 리셉션 라운지다. <피치 바이 매거진> 18호 도쿄 로컬 여행 보고서 기사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다
주민처럼 공주를 경험해보고 싶은 여행자를 위해 즐길 거리를 추천해주세요.
저를 믿고 딱 이대로만 움직여 보세요. 우선 비마이네이버 리셉션에 들러 동네 정보를 얻어요. 마을 지도를 무료로 제공하고, 원하면 가볼 만한 공간이나 즐길 콘텐츠도 추천 해드린답니다. '백제 씽씽'이라는 공주시 공공 자전거를 빌려보세요. 무료인데다 이용법도 쉬워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아기자기한 골목을 돌아보다가 금강 둔치에서 돗자리를 펴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저녁의 낭만도 놓칠 수 없겠죠? 밤이 깊어지면 전통주 칵테일 바 ‘혼돈’이나 ‘처음보다 낯선’에 들러 보세요. 사장님과 한 두 마디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동네 이웃이 된 듯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옆 사람과도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게 바로 공주의 매력이죠. 혹은 공주의 정취가 담긴 술 한잔을 기울이면서 조용히 하루를 곱씹다 보면 이 동네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될 거예요.  만약 하룻밤 이상 머문다면, 일찍 일어나 러닝으로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해보는 걸 추천해요. 제민천의 물소리를 들으면서 한 15분 정도 가볍게 뛰다 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공산성이 거짓말처럼 눈앞에 나타나죠. 공산성에 올라 금강 뷰를 감상하며 스트레칭을 해본 사람만 아는 행복도 놓치지 마세요. 동네 베이커리 카페로 돌아와서 갓 구운 밤빵과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딱 들이키면, 그보다 더 완벽한 아침이 없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소품숍에 들러 나만의 취향이 담긴 기념품가지 구입하면 공주 여행의 추억을 한층 특별하게 간직할 수 있을 거예요.

비마이네이버를 통해 여행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는지.
요즘은 여행을 떠나면 지도 앱에 저장해 둔 핫플레이스를 숙제하듯 바쁘게 찾아다니곤 하잖아요. 이곳에서만큼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잠시 넣어두고 저희가 준비한 ‘비마이네이버 가이드맵’ 한 장만 손에 쥔 채 가볍게 걸어보길 권합니다. 제민천의 진짜 매력은 속도가 아니라, 천천히 걷는 걸음걸음 사이에 숨어 있거든요. 그러다 가보지 못한 곳이 생기면 어떡하냐고요? 괜찮습니다. 다시 오면 되니까요. (웃음) 두 번, 세 번 다시 찾아왔을 때, 눈에 익은 동네 풍경이 반갑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여행 오는 이들이 그렇게 이곳에 스며들어, 우리가 서로에게 다정한 ‘이웃’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비마이네이버 외에 국내 또는 해외에서 경험한 마을 호텔 중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일본 오사카 근교의 세카이 호텔(SEKAI HOTEL)이 떠오릅니다. 단순한 숙소가 아니라, 쇠퇴해가던 지역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곳이에요. 객실, 리셉션, 식당, 공중목욕탕이 분산돼 있어 투숙객은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게 되죠. 시장의 먹거리와 상점을 경험하고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도 연결됩니다. 숙박 요금에 공중목욕탕 이용권과 조식이 포함돼 있고 웰컴 푸드까지 제공해 여행 만족도가 무척 높았습니다. 지하철역과 가까워 접근성도 좋아요. 이곳도 하기소처럼 체크인에만 40분 정도 소요되는데, 시장의 역사와 가볼 만한 장소를 알려주고 간단한 운세도 봐주며 여행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녁에 시장 인근의 이자카야를 방문한 것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에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노래를 틀어주고, 가게에 있던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건네주었어요. 돌이켜 보면 사카이 호텔에서 경험한 것은 건물이나 시설이 아니라 '관계'였습니다. 호텔이 지역 상권과, 여행자가 주민과 연결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경험. 이를 통해 마을 호텔이 단순한 숙박 비즈니스가 아니라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주 제민천의 마을 호텔 역시 지역 내 공간과 상인, 주민, 여행자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험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올해부터 공주시 F&B 창업 지원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업이 앞으로 마을 호텔을 함께 만들어갈 창업자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마을 호텔은 숙소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식당과 카페, 공방, 문화공간을 이끄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이거든요.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지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창업가들을 만나고, 함께 공주만의 마을 경험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근에는 숙박페스타 기간(6.11~7.31)에 맞춰 마을 호텔 숙박+투어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공주를 찾는 여행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지역의 매력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손규진 매니저가 소개하는 비마이네이버의 숙소 4곳

➊ 봉황재 한옥  
4개의 객실을 갖춘 한옥 게스트하우스입니다. 고즈넉한 대청마루에 앉아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곳이죠. 저도 가끔 마루에 누워 쉬어가곤 할 만큼 애정하는 공간입니다.  

➋ 마이 리틀 코티지  
프라이빗한 휴식을 원한다면 독채 숙소인 마이 리틀 코티지를 추천해요. 오직 한 팀(2~3인)만을 위한 독립된 공간이라 아무 방해 없이 일행과 온전한 시간을 누릴 수 있습니다. 
➌ 슬로크루즈  
마을의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한 게스트하우스예요. 1인실부터 4인실까지 객실 타입이 다양해 혼자 오신 분이나 가볍고 컴팩트한 여정을 선호하는 여행객분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➍ 버드나무빌  
과거 하숙집 건물을 개조해 운영하는 중장기 임대 셰어하우스입니다. 일주일부터 한 달 이상 길게 머물고 싶거나 공주로 이주하기 전 미리 살아보기 체험을 하려는 이들이 찾아 오죠. 주위 병원이나 학교의 실습생을 위한 아지트가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