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과 박준우 인터뷰

 

ⓒ 신규철

Park & Park Interview
박찬일과 박준우 인터뷰

P 피치바이매거진
C 박찬일
J 박준우
ⓒ 신규철
P 우리나라의 음식 평론 분야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외국을 보면 뉴욕 타임즈, 르몽드 같은 매체의 푸드 칼럼을 비롯해 음식 분야에서 신뢰할 평론가가 있는데요.
J 외국은 대중매체의 목소리가 다양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거고요. 사람들이 음식 평론가라고 생각하는 몇몇이 있긴 하죠. 그런데 그들의 목소리가 그렇게 크지 못하고, 만약 목소리를 크게 낼 경우 대중이 그것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예요. 네이버 파워블로거가 그 시장을 선점한 것도 국내에 음식 평론이 자리 잡지 못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대중이 원하는 목소리 또는 대중매체에서 추구하는 목소리가 다양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프랑스에서 〈피가로〉 〈르몽드〉, 영미권에서는 〈가디언〉 〈뉴욕타임즈〉 등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매체가 있고, 그 안에서 각 칼럼을 담당하는 다양한 성향의 평론가도 나올 수 있는 거죠.
C 그리고 그런 매체들이 권위가 있고요. 우리나라는 매체 스스로 그 권위를 포기한 점도 있어요. 전혀 경험 없는 기자한테 맡긴다거나 돈을 받고 기사를 실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백파 홍성유의 〈주간조선〉 연재물이 음식 평론의 시작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그 전에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홍승면 선생이 〈주부생활〉에 평론다운 음식 칼럼을 연재했어요. 그런데 백파의 글이 훨씬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거든요. 사실 그의 글은 음풍농월이고 음식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술 마신 이야기인데, 당시에는 그 정도 수준을 평론이라고 했던 거죠.
J 제가 이 업계에 발을 들인 초기에 모 월간지에서 레스토랑 평론을 시작했어요. 몇 회를 진행했는데, 레스토랑이 잡지사에 비공식적 항의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말하자면, 셰프가 편집장이랑 술자리를 하면서 ‘나한테 왜 이러냐’는 식으로 따지는 거죠.
C 예전에 스스무 요나구니 셰프가 요리 잡지 〈쿠켄〉에 연재한 레스토랑 비평 칼럼도 괜찮았어요. 뉴욕에서 요리 경력을 쌓고 국내에서 최신 서양 요리를 선보인 셰프인데, 외국인이라 비교적 객관적이고 날카롭고 좋은 내용도 있었죠. 개인적으로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음식 평론으로는 최고 수준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미 형성돼 있는 식당의 팬덤이 비평을 수용하지 못하고 격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당시 매체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어요. 블로거나 개인이 친소 관계에 따라 특정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띄워주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비평을 통해 반성하거나 발전을 꾀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풍토는 우리나라에서 음식 평론이 발 딛지 못한 이유예요. 기본적으로 비평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인의 정서와도 관련이 있고요. 외국에서 비평이 발달한 것은 독자의 수준과도 관련이 있죠. 우리나라처럼 한쪽으로 쏠리거나 대중적인 것에만 관심이 집중되면 힘들어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비평을 수용할 토대가 있긴 하지만, 하나의 문화를 형성할 만한 파괴력은 약한 거죠. 신문 같은 매체가 예전의 영향력을 잃어버린 시대에 비평이나 평론을 어떤 채널에서 해야 할지 애매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P 만약 두 분이 이탈리아, 프랑스나 벨기에에서 자신만의 가게를 차린다면 어떤 음식을 선보이고 싶나요?
C 한식 해야죠.
J 저는 안 할 건데요. (웃음)
C 해외에 있는 한국 식당은 현지에 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한식당이 점점 늘고 있어요. 정통 한식도 가능하겠지만, 그보다는 현지인이 좋아할 요소를 잘 잡아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감이 있지 않을까?
J 저도 한식이요. 일단 장사를 할 거면 물 건너온 것을 해야죠. (웃음) 외국에선 한식이고, 한국에선 양식. 아무래도 본질보다는 외형적인 요소에 끌리는게 있으니까요. 한국에서니까 파스타를 2만 원씩 주고 사먹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분야는 양식입니다.
P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J 태생적으로 꼰대를 싫어하는데, 한식을 하면 훈수를 두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양식을 한다고 하면 아무도 훈수를 안 두거든요. (웃음) 사실 제 요리가 고만고만한 수준이지만, 벨기에에서 7~8년, 파리에서 1년 살다 왔고, 〈냉장고를 부탁해〉나 올리브TV에 출연한 셰프라고 하면 사람들이 아무 말도 안 해요. 그래서 양식을 하는 게 한식에 비해 훨씬 자유롭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P 여행과 음식 이야기를 해볼게요. 여행 시 식당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 혹은 노하우가 있나요?
J 여행 첫날은 버리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대충 때워요. 대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골목과 가게 분위기를 살펴보는 거죠.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동네 사람 같은 편안한 복장의 중장년층, 노년층이 많은 음식점을 신뢰하는 편이에요.
C 제가 좋아하는 맛집은 심리적으로 편안한 곳이에요. 비싸고 폼 잡는 곳보다 싸고 편안하고 적당히 맛있는 집, 생활인이 다니는 집. 그게 바로 로컬 맛집이라 할 수 있겠죠. 일본에선 노렌만 봐도 안다고 하잖아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고요.
J 저희 둘이 같이 아이슬란드와 홍콩 출장을 갔었는데, 기준이 명확하시더라고요.
C 내가 좋아하는 정서가 있어요. 싼 가격을 위해서 무언가를 희생하고 있는 곳. 약간 지저분하고, 홍콩이라면 러닝셔츠 입은 아저씨도 앉아 있고. 꼭 맛있는 집을 찾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만족할 만한 집인 거예요. 그런 집이 맛있기까지 하면 완벽해지죠.
J 그런 곳에 가면 기분 좋은 미소가 절로 나오시던데요.
P 먹어본 음식 중에 어떤 게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아니면 음식과 관련된 여행의 순간이라거나.
J 음식이야 다 인상적이죠. 항상 색다르고 항상 배우게 되니까요. 특이한 음식 중 기억나는 건 페루 쿠스코에서 먹은 꾸이(cuy). 기니 피그 요리요.
C 어디를 가나 제일 먼저 요리사한테 시선이 가는데, 특히 홍콩의 요리사가 기억에 남아요. 홍콩은 빈부차가 심하잖아요. 대중 식당에 가보면 식기나 조리도구가 형편없어요. 한 번은 저렴한 중화 도시락을 파는 식당에 갔는데, 테이크 아웃 주문이 대부분이라 내부는 굉장히 좁아요. 오븐 열기가 가득한 그 좁은 주방에서 러닝셔츠 차림의 요리사 8명이 나오는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홍콩에 처음 갔을 때 한 요리사한테 물어보니 한 달에 하루 쉰다고 하더라고요. 유럽의 요리사도 한때 그렇게 일하긴 했지만, 그건 고급 요리를 배우려는 사람에 한해서였죠. 그런데 홍콩의 요리사는 성공을 위한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거잖아요. 노동에 찌든 어두운 표정, 피곤한 얼굴…. 같은 요리사로서 저렇게 일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요. 동정이 아니라 그들의 인내심에 놀라게 되는 거예요. 그들의 잔근육이나 그들의 요리가 범상하게 보이지 않는 거죠. 기술자의 힘에 놀란다고 해야 할까요.
P 여행을 할 때 음식과 관련된 나만의 의식(ritual)이 있나요?
J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무조건 그 나라의 술을 사옵니다. 여유가 있으면 음주용으로 와인 1병, 장식용으로 증류주 1병.
C 맥주를 좋아하니까, 현지 맥주를 마셔보죠. 관리가 잘된 맥주를 마시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런 곳은 음식도 맛있지요. 흔히 일본 생맥주가 맛있다고 하는데, 취재를 다녀보니 일본에서도 편차가 심해요. 누가 일본에서 생맥주 맛있는 곳을 물어보면 추천해주는 곳은 공항 출국장 카페. 회전이 상당히 빠르고 위생이 철저해서 맛이 없을 수가 없죠. 단점이라면 비싸고 대부분 플라스틱 잔에 나온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한 곳은 백화점이에요. 거기도 위생 관리를 잘 하니까요.
J 생각해보니 공항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겠네요. 일본 공항의 생맥주와 헬싱키 공항의 연어는 진짜 맛있었어요. 저희 같이 먹었잖아요! 진 큐어드 살몬(Gin-cured salmon).
C 연어의 본고장이라고 다 맛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때 그 집 연어는 정말 맛있었어요. 연어 자체도 질이 좋은데 숙성까지 완벽했죠. 아, 또 먹고 싶네!
P 박준우 셰프님 몽로 자주 가시잖아요 몽로에서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세요?
J 생맥주요. (웃음)
C 우리집 생맥주 관리는 완벽하지!
P 요리는요?
J 사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몽로 생맥주에 김치 안주, 몽로 생맥주에 보타르가(bottarga, 어란) 안주거든요. 그런데 음식이라면, 몽로에서 콰란타 파스타, 홍어 튀김을 처음 런칭하실 때 한 번 먹어봐라, 하시면서 주신 것이 특별히 기억에 남아요. 그 공간에서의 특별한 추억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음식 경험은 감정이나 감성도 중요하잖아요.
P 여행과 음식에 관한 작품을 추천해주신다면?
C 중국을 여행하려면 〈공자의 식탁〉을 읽어 봐야죠. 중국 음식 문화를 잘 설명한 책이에요. 영화 〈음식남녀〉에선 회양 요리가 나오는데, 중국 요리가 얼마나 다채로운지 보여주는 작품이죠. 일본에 가려면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웃음)
J 개인적으로 여행을 갈 때마다 다시 한 번 보는 책이 〈Larousse Encyclopedia Of Wine〉이에요. 전 세계 와인 산지와 와인 종류를 설명해 둔 책인데, 여행을 가기 전에 한 번씩 훑어보면 가서 조금 더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P 마지막 질문입니다. 만약 박준우 셰프가 모든 일정을 직접 짜서 박찬일 셰프와 함께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J 안 갈 겁니다.
C 나도 안 가.
C · J (동시 웃음)
J 같이 가면 재미는 있을 것 같은데, 어디가 좋을까요? 아, 동남아 휴양지 같은 데 가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야 국내에서 요리사, 작가로서 받은 스트레스나 긴장감을 내려놓고 기분 전환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C 미얀마나 라오스 가자. 거기가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덜 개발된 곳이라 좋아.
P 박찬일 셰프는요?
C 음, 내가 잘 아는 곳 중에… 팔레르모! 팔레르모에 데려 가야지. 시칠리아 와인도 실컷 마시고 길거리 음식, 시장 음식, 바가지 잔뜩 씌워 파는 음식 전부 먹고. 시칠리아는 디저트도 끝내 준다고. 아랍풍 디저트 말이에요. 마지팬이 다 거기서 나온 거잖아.
J 네, 팔레르모에 가자고 하십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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