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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akh
와...
박찬일과 박준우 인터뷰
ⓒ 신규철

Park & Park Interview 박찬일과 박준우 인터뷰

여행자의 경험을 제한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언어나 문화가 아니라, 편견과 고정 관념이다. 여행지에 대한 선입견은 종종 우리의 시야를 좁힌다. 타인과 세상을 향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데에서 여행의 당위성을 찾는다면, 우리는 여행자로서 한 지역에 얽힌 다채로운 문화와 역사, 인종, 계층을 어떻게 바라보고 경험해야 할까? 그 답에 조금이라도 힌트를 얻고자 두 사람을 만났다. 주방을 노동의 현장으로 삼고 있지만, 요리가 그저 밥벌이의 수단으로 매몰되지 않기를 바라는 듯 여행을 떠나고 글을 쓰며 먹고 마시는 일을 탐구하는 셰프 박찬일과 박준우. 요리 분야와 종목은 달라도 서로의 취향과 철학을 존중하는 선후배이자, 술 한잔에 때론 즐거움을, 때론 고충을 함께 나눌 두 셰프에게 음식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사람과 문화를 대하는 태도를 듣는다.

P 피치바이매거진
C 박찬일
J 박준우
P 어떻게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문화에 대한 호감인지, 맛에 대한 호감인지 궁금합니다.
J 저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웃음) IMF 이후 아버지가 벨기에로 발령이 나서 온 가족이 따라가게 됐죠. 그곳 대학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했는데, 중간에 그만뒀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용돈 벌이로 잡지사 통신원, 통역, 한국기업 주재원 등을 전전하다가 갑자기 파리로 요리 유학을 간 거예요. 벨기에에서 제가 살던 곳이 프랑스어권이었고, 영어나 스페인어를 새로 배우긴 어려우니 프랑스로 가자, 기왕 가는 거 수도인 파리로 가자. 그렇게 1년을 재미있게 놀다 왔어요. 벨기에에 8년 살았고, 파리에 1년 살았어요.
C 그런데 프랑스 사람은 벨기에 사람을 아주 우습게 보지 않아? 촌놈의 상징으로 여기잖아요. 벨기에 사람도 프랑스를 싫어하긴 마찬가지고.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잘난 척이야” 하면서.
P 요리 쪽은 어떤가요?
J 벨기에 사람도 프랑스랑 똑같이 ‘우리 음식은 맛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그러면서 프랑스 요리를 괜히 음식에 쓸데없는 짓하고 비싸게 팔고, 정작 본질이 뭔지 모른다고 비판하죠. 이탈리아 사람이 프랑스인을 무시할 때 하는 말이랑 비슷해요. 반면 프랑스 사람은 기본적으로 벨기에 음식이 촌스럽다고 생각하죠.
P 벨기에에서 파리로 요리를 배우러 갔을 때는 순수하게 요리가 좋아서 가신 거예요?
J 아뇨. 직장에 다니면서 돈을 벌고 생활인으로 살수록 다시 학교로 돌아갈 확률이 줄어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회사 일이 전문적인 것도 아니고 미래도 불확실하고요. 뭔가 먹고 살 게 필요할 것 같은데, 벨기에 직업 전문 학교에서 요리 수업을 1년 동안 청강한 적이 있어요. 기왕 발 담근 거, 미식의 중심은 파리라고 하니 한 번 가보자, 그런 마음이었던 거죠.
C 저는 좀 달라요. 처음부터 요리를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고, 취미로 배운 것도 아니었어요. 먹고 살려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요리사라는 게 있더라고요. 당시 요리사는 사회적으로 거의 바닥에 해당하는 직종이었죠. 발전 가능성이 없으니까. 그런데 딱 한 가지 생각한 건 있었어요. ‘먹는 장사를 하면 굶어 죽지는 않겠다.’ 흔히 ‘요리 기술이 있으면 굶어 죽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그게 참 코믹한 건데, 빵 공장에 다닌다고 안 굶겠어요? 해고 당하면 똑같죠. 그런 관습적인 생각에 스스로 속은 셈이에요. 먹고 살 게 중요했으면 차라리 타일공이나 설비공이 훨씬 유리했을 지도 몰라요. 물론 일은 힘들죠. 그런데 요리사는 안 힘든가? 요리를 먹고 살 방편으로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노력해서 15년차쯤 되면 그만한 보상을 받아야 할 텐데, 요리사는 그런 경우가 아주 드물어요.
J 아, 그러고 보니까 저도 파리 유학 고민할 때 선택지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인테리어 학교였고 또 하나가 요리 학교였는데, 인테리어는 최단기 코스가 2년, 요리는 1년인 거예요. 그래서 요리를 선택한 것도 있었죠. (웃음)

ⓒ신규철
 
C 요리사가 되기 전부터 <일포스티노> <시네마 천국> <자전거 도둑> 같은 영화를 보면서 이탈리아를 좋아했어요. 여행으로 가보니 음식도 정말 맛있어요. 양식에 대한 고정 관념을 다 무너뜨리더라고요. 가격도 저렴하고, 탄수화물 위주에, 여러 식자재를 사용해서 만들고, 간결한데 맛있어. 내가 술을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술과 함께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음식인 거예요. 다른 얘기지만, 그때 먹었던 이탈리아 가정식, 우리나라로 치면 비빔밥 같은 거겠죠? 나중에 그 맛을 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그 맛이 안 나더라고요.
P 그 맛이 정말 구현이 안 되던가요?
C 그게 안 돼요. (박준우 셰프에게) 너도 안 되지?
J 음…. 어떤 음식이냐에 따라 다르죠. (웃음)
C 디저트도 안 된다고 생각해, 나는. 이건 심리적인 문제예요. 식자재를 그대로 공수해서 시도해도 안 되더라고요. 물론 현지에서 먹어본 사람이 “똑같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 입에는 아니에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난 그냥 내 식대로 해야겠다’ 하고요. 웬만하면 한국 식자재로 만들어요. 원래 음식은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식자재로 하는 거예요. 이건 내 주장이 아니고요.  폴 보퀴즈(Paul Bocuse),  조엘 로부숑(Joël Robuchon) 같은 셰프가 홍콩이나 일본에서 프렌치 레스토랑을 열었잖아요. 다들 현지 식자재로 요리를 해요. 싸고 싱싱하고 맛있으니까. 다른 예를 들면, 서울에서 먹는 모차렐라는 모차렐라가 아니에요. 하루키가 그랬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두부는 오늘 만든 두부라고. 그걸 포장하고 유통하면 미묘한 맛이 다 사라져버려요. 이탈리아에서 모차렐라를 만들어서 포장, 항공 운반, 식품 검역, 국내 이동까지 다 거쳐서 소비자한테 전달되기까지 1달이 걸리는데, 이탈리아에서 먹는 모차렐라와 같은 맛일 수가 없죠.
J 저는 현지에서 먹던 음식과 얼추 비슷하게 맛은 내요. 그런데 일단 박찬일 셰프가 말씀하신 것처럼 현지 식자재를 구하기가 어렵고, 구할 수 있을지언정 가격이 비싸진다는 게 문제예요. 현지에서 1만 원으로 먹던 음식을 여기서 5만 원 주고 먹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니까요. 한마디로 어느 정도는 흉내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100퍼센트 구현은 어렵다고 할 수 있겠죠.
C 그건 정신의 문제라니까. 같은 식자재로 현지인이 요리한다고 해도 같은 음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공기의 밀도가 다르잖아요. 인간의 힘으로는 운반할 수 없는, 시공간의 한계. 그러니 그곳에 가서 먹어야 하는 거고요. 음식을 맛보는 건 정서적 경험이니까요. 그게 바로 여행이 필요한 이유 아니겠어요?
P 그런데 프랑스의 디저트라든지, 이탈리아의 가정식이라든지, 다른 나라의 식문화를 우리나라에 알리고 싶다,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저렴한 식자재를 사용해서 비슷하게 맛을 내고 많은 사람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방법 아닐까요?
C 그건 철학의 문제이고, 자유로운 거예요. 나는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 (중략), 그러니 올리브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거죠.
J 레몬도 안 쓰죠.
C 그런 게 철학의 측면에서 동의가 되는 거예요. 물론 나는 레드제피처럼 일부러 ‘안 쓰겠다’ 정해놓고 요리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지만요. 수입해서 쓸 수 있는 건 쓰고 가능하면 한국에서 나는 식자재로 요리하려고 하는 거죠. 그렇다고 그게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다, 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간혹 어떤 비평가나 기자가 내 요리 중에 한국식처럼 보이는 몇몇 메뉴만 보고 ‘퓨전’이라고 해요. 그런데 그건 단어의 뜻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에요. 퓨전은 의도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교배, 교합해 더 나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태도인데, 나는 이탈리아 요리를 하되, 한국에서 나는 대체 식자재로 내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죠.
J 물론 음식 문화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 프랑스 레스토랑 혹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정통 레시피를 고수하는 건 무리 같아요. 대신 그 욕심을 음식 자체가 아니라 문화를 알리는 것으로 풀 수 있겠죠. 이 음식을 현지에서 어떻게 먹는지, 왜 먹는지 등에 대해 떠들고 다니는 것이 그 문화를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죠. 이탈리아 음식을 예로 들면, 이제 ‘볼로네제 스파게티’라는 말을 많이 안 쓰잖아요. 볼로네제에는 탈리아텔레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꽤 많은 이들이 알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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