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과 박준우 인터뷰

 

ⓒ 신규철

Park & Park Interview
박찬일과 박준우 인터뷰

P 피치바이매거진
C 박찬일
J 박준우
ⓒ 신규철
P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요즘 베이커리나 디저트 전문점 가면 ‘프랑스산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제품이라고 강조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정말 차이가 있나요?
J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건 미국산 밀이거든요.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미국산보다 프랑스산 밀이 조금 더 퀄리티가 나은 편이라고 해요. 그래서 가격이 더 비싼 것도 있고요.
C 다른 견해도 있어요. 프랑스 밀은 국내에 수입할 때 빻아서 들여와요. 반면, 미국, 캐나다, 호주산 밀은 통밀로 수입해서 국내에서 제본하죠. 그래서 후자가 오히려 선도나 퀄리티가 훨씬 좋다고 주장해요.
J 그것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해요. 프랑스에도 좋은 밀과 나쁜 밀이 있고, 미국에도 좋은 밀과 나쁜 밀이 있잖아요? 수입하는 과정에서 어떤 제품을 수입하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판매자나 소비자나 그렇게까지 수고를 들이지 못하니 단순하게 프랑스산인지, 미국산인지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건 사실이에요. 무조건 프랑스산이라서 좋다고 하기는 어렵죠.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벨기에산 초콜릿이 사실 알고 보면 벨기에에서도 안 먹는 벨기에산 초콜릿인 것처럼요.
P 최근 노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긴 했는데, 동시에 전 세계의 음식을 푸드 코트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기도 하죠. 이 시대의 로컬 음식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C 오래됐다고 전부 로컬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로컬성을 더 많이 갖는다고 할 수는 있겠죠. 사전적 의미가 유효하다고 봐요. 지역산 식자재로 그 지역 사람이 만들어서 먹는 지역 음식. 기본적으로 로컬 음식은 사람들이 선의로 대하잖아요. 예를 들어, 홍콩을 잘 이해하기 위해 현지인이 먹는 현지 음식을 먹는다는 식으로요.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음식이 굉장히 인문학적인 분야예요. 요리 자체는 자연 과학에 해당되지만요. 타지에서 그곳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때론 낯설고 마음에 안 드는 음식일지라도 경험하고 수용하려는 노력을 하는 거죠. 홍어에 도전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용감한 외국인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좋아해요? 중국 여행하면서 우리가 샹차이(香菜)를 맛있게 먹는 걸 보면 그들이 좋아하잖아요? 로컬 음식에 인간의 감정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 같은 요리사나 여행자는 로컬의 과학적, 이론적 의미가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로컬 음식에 동의하는 거죠. 일단 로컬 음식이 재미있잖아요. 가격도 저렴하고. 물론 파리 로컬 음식은 싸지도 않지만!
J 파리 로컬 음식도, 4구에서 먹느냐, 20구에서 먹느냐 느낌이 달라지죠. (웃음) 우리가 규정하는 이런 단어들이 참 모호해요. 로컬도 비건이랑 비슷하게 양극단으로 풀이가 되더라고요. 비건 같은 경우가 버섯 균류부터 죽은 동물의 살점까지 일체 먹지 않는다, 라는 단순한 식자재적 관점도 있지만, 일종의 사회 운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비건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 걸 테고요. 로컬도 똑같죠. 한쪽에서는 융통성 있게, 현지인이 거부감 없이 먹는 음식은 모두 로컬이라고 한단 말이에요. 사회적 측면에서 해석하려는 이들은 ‘우리 선조가 먹어왔고, 우리 땅에서 난 식자재로만 만든 우리의 전통 음식’이 로컬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죠. 그렇게 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전혀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얘기하는 로컬에 의문을 갖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갈비찜이 우리나라 전통 음식이라면 언제부터 이 음식에 당근이 들어갔는가? 이 당근이 한반도에 들어온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게 과연 로컬이고, 전통 음식인지 그 해석에 오류가 생길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거든요.
C 통상적으로 3대가 지나면 토종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봐요.
J 3대가 한 동네에서 살면 토박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통용해왔는데, 이것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냐, 그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 그런 문제가 있는 거죠.
P 만약에 로칸다 몽로가 문을 연 지 70~80년이 지났다, 그러면 사람들이 몽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로컬 식당이라고 해야 할까요?
C 몽로까지 갈 것도 없어요. 스파게티를 예로 들면, 우리 다음 세대에는 스파게티가 한국 음식이에요. 전해진 시기부터 3대가 지났으니까. 사람들이 스파게티라는 음식을 인지하기 시작한 게 대략 1970년대,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서울올림픽 이후예요. 이제 50년 정도 지난 거니까 사실 얼마 안 됐죠. 아직은 외래 음식인데, 현재 아이들 학교 급식에서 스파게티가 밥찬으로 나오거든요? 이 정도면 ‘로컬화’가 된 거죠. 앞으로 또 30년이 지나면 스파게티가 한국 음식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어요.
J 가장 전형적인 한국식 활어회 상차림에 콘치즈가 안 나오면 허전합니다. (웃음) 그런데 사회운동적 의미에서 로컬을 얘기하려고 하면 엄청나게 어려워져요. 제가 굉장히 인상 깊게 본 스위스 내추럴 와인 생산자 인터뷰가 있는데, 그 사람은 세계적으로 내추럴 와인에 열광하는 트렌드가 너무 싫은 거예요. 이유인 즉슨 본인은 친환경적 와인을 만들었는데, 이 와인이 어느 순간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는 거죠. “내추럴 와인을 소모하는 방식이 내추럴하지 않은데, 이게 어떻게 내추럴 와인인가?” 라며 열변을 토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세계에서 먹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C 배나 비행기를 타면 그건 이미 유기농이 아니에요. 자본이 더해진 유기농도 엄밀히 말하면 유기농이 아니고요. 땅과 농부, 사람 모두 살리고, 농업이 자본에 잠식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유기농 운동의 출발점이잖아요.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지하수를 끌어다 물을 주고, 임금이 저렴한 멕시칸 이주민이 손으로 일일이 벌레를 잡아서 재배한 상추를 뉴욕까지 비행기로 운반해서 소비하는데, 이게 과연 유기농이냐. 푸드 마일을 따지면 엄청날 거예요. 미국 내에서도 그런 비판이 있어요. 단순히 농약을 안 친 게 유기농은 아니라는 거죠. 그럴 거면 차라리 가까운 지역에서 관행 농업으로 재배한 식자재를 소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J 철학이 시장을 못 이기는 거죠. 이상이 자본을 이길 순 없어요.
P 사람들은 유기농이든 내추럴 와인이든 그런 트렌드를 좇아 음식을 먹으러 다니면서 SNS에 자랑하잖아요.
C 박준우 셰프 말대로 철학은 사라지고 자본만 남는 거죠. 그걸 추수하는 사람도 생기고. 이런 유행이 너무 피곤한 것 같아요. 그중에 맛있는 것도 있지만, 맛없는 것도 있어요. 맛이 없어도 유행이니까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거잖아요.
J 사람들이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이유는 자랑하기 가장 쉬운 게 음식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집이나, 자동차, 옷, 가방… 그런 것에 비하면 음식은 기회 비용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죠. 같은 맥락에서 요즘 젊은 사장, 셰프, 소비자 사이에서 SNS용으로 인기 있는 디저트가 구움과자예요. 보통 고급 케이크 한 조각을 사면 9,500~1만 원인데, 구움과자는 2,500원 정도면 하나 사서 사진 찍어 올릴 수 있거든요. 얼마 전에 부산의 핫하다는 거리에 갔더니 전부 구움과자 매장만 있더라고요. 무스 케이크나 파이를 파는 곳은 한 곳도 없었어요. 더 싸고, 더 있어 보이는 것에만 몰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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