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임과 김멋지의 야반도주

 

ⓒ 정수임

Escape into the World
위선임과 김멋지의 야반도주

ⓒ 정수임

P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중 작가의 말을 보면, 책 출간을 상당히 망설이셨다죠. ‘이미 무수히 많은 여행책이 있는데 우린 뭐가 다를 수 있을까’ ‘우리 여행이 정답이 아닌데 그걸 보여주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요.
S 여행을 하다 보면 제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멋있는 풍광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 그 자체로도 좋지만, 그 때마다 튀어나오는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게 좋더라고요. 여행이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지만, 내 자신에 대해 좀 더 잘 파악하게 되면 문제를 해결해나갈 힘이 길러지는 것 같아요.
M 저는 선임이랑 다르게 무조건 재미예요. 즐거움.
S 그것만 추구하는 분이에요.
M (웃음) 저는 오감을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보고 듣고 맞고 만지고. 일상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익숙하지 않은 자극을 받았을 때의 즐거움 자체가 정말 커요. 저에게 여행을 떠나는 것은 한마디로 즐거움이에요.
P 긴 시간 타지를 떠돌며 예상치 못한 일을 수없이 겪고 나면 일상 속 웬만한 일에는 그리 놀라지 않게 될 듯한데요.
M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S 여행 중 겪은 것과 똑같은 일을 다시 경험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건 굳이 여행이 아니어도 누구나 그럴 테고. 예상 밖의 일을 마주하면 여전히 새롭게 당황하고 분노하지만, 그래도 여행 전이랑 조금이라도 달라진 게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약간은 담대해진 것 같아요. 세계 각지에서 온갖 이상한 일을 겪고도 살아남았고, 돈이 정말 부족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밥을 먹고 사니까. 이 일도 결국은 지나가겠거니 생각하게 됐어요. 저희끼리는 ‘마음의 근육’이 생겼다고 말해요.
M 보통 일상에서는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잖아요. 여행 중엔 짧은 시간에 온갖 일을 압축적으로 겪게 되니까 잔머리도 늘고, 문제 해결 능력도 좋아진 것 같아요.
P 아무런 준비 없이 새로운 여행지를 방문해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매번 자처(?)하시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M 사람 성향은 안 바뀐다고들 하잖아요. 둘 다 워낙 준비를 안 하는 성격이라 노력해도 안 되더라고요.
S 그래서 늘 후회했어요.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그게 해결이 될 때쯤 ‘다음에는 꼭 준비하자’고 다짐을 하는데 역시나 똑같았죠. 이제는 그것까지 다 받아들였어요. 우리는 미리 준비하고 챙기는 게 잘 안 되는 사람이구나,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방향으로 해결 방법을 생각하자,는 아니고 말만 이렇게 하는 거죠. (웃음)
M 그런데 난 그것도 다 재미있었어. (웃음)


P 기존의 여행 경험을 간직한 채 세계 여행을 앞둔 시점으로 되돌아간다면,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은?
M 하지 말아야지, 하는 건 없고, 다시 간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여행을 하고 싶어요. 여자 둘이 여행하다 보니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한 저희만의 규칙 같은 게 있었어요. 해가 진 뒤에는 숙소 밖을 나가지 않는다, 같은. 그런데 때론 적당한 선을 찾는 게 은근히 어려운 거예요. 누군가 나에게 다가올 때 선의인지 아니면 나쁜 의도가 있는지, 그런 걸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았죠. 포용 범위를 넓힐수록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반면,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커지니까요. 누군가 손을 내밀었을 때 겁이 나서 물러선 적이 있는데, 그때 같이 여행을 했다면 어땠을까, 더 재미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여행에는 무게 중심을 안전 쪽에 두었다면 다음 번에는 행동 반경을 넓히고 좀 더 균형 있게 여행하고 싶어요.
S 여행을 하면서 어느 선까지가 적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 것 같기도 해요. 저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딱히 생각나지 않네요. 하고 싶은 건 기록을 좀 더 잘 남겨야겠다. 기록하는 걸 좋아하고 열심히 했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한 일이 아니라 나태해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중남미 대륙은 기록이 거의 없는데, 나중에 책을 쓸 때 좀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M 저희 블로그를 보시면 몇 개월씩 통으로 비어 있고, 몇몇 나라는 글이 아예 없기도 해요. 그러다 갑자기 나타나서 “저희 호주에 있습니다” 그러고. (웃음)
S 한편으로는 부담감도 있었어요. 관심을 받게 되고 많은 사람이 재미있게 읽어주니까 ‘더 재미있게, 더 완벽하게’ 써야할 것 같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다 보면 감흥이 사라지고. 다시 떠나게 된다면 부담없이 그때 그때 휴대폰 메모장에라도 기록을 하고 싶어요.
P 꼭 가고 싶은 곳은 없나요?
M 그런 건 딱히 없고, 아마도 가보지 못한 곳을 갈 것 같아요.
S 바람이 있다면 이 시국이 좀 괜찮아져서 어디라도 갈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P 세계 여행을 하면서 터득한 나만의 여행 철칙 혹은 노하우가 있다면?
S 많이 생각해봤는데, 딱히 알려드릴 노하우가 없더라고요. 삽질만 많이 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여행에 관한 팁이라면, 여행이 길어지다 보면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순간순간 화가 올라올 때가 있어요. 혼자라면 그때 그때 분출하면 되는데, 동행이 있으면 그것도 쉽지 않죠. 저희는 그런 순간마다 ‘마법의 문장’을 던졌어요. “좋게 좋게 생각하자.” 그냥 센텐스(sentence)만 놓고 보자면…
M 어우, 깜짝이야! 영어 되게 잘하는 사람 같네. 이게 생방송이었다면 네 발을 밟았을 지도 몰라. (웃음) 이게 어떻게 나온 문장이냐면, 저희가 인도로 첫 해외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여행 중 사기를 당해서 덥고 짜증이 난 상태에서 길바닥에 걸터앉아 있었죠. 그때 선임이가 한 말이 딱 이거였어요. 말은 ‘좋게 좋게’ 인데, 표정을 보니까 너무 사나운 거예요. 그 순간 빵 터졌죠. 아니, 저 얼굴로 이렇게 좋은 말을 하다니! 크게 웃고 나니까 별 것 아닌 일처럼 느껴지고, ‘그래,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그랬죠. 그 이후로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 이 말을 꺼내기만 해도 웃음이 나더라고요.
S 환기가 되는 거죠. 물살이 확 바뀌는 지점처럼요. 포인트는 얼굴을 구긴 채로 말하는 거예요. 이게 저희가 싸우지 않고, 따로 귀국하지 않고, 절교하지 않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노하우가 아니었을까 해요.
M 귀국 당일 공항 도착 사진을 SNS에 올렸더니 지인들이 “같이 들어올 줄 몰랐다.” “싸우고 따로 들어올 줄 알았는데!” 라면서 저희가 2년간 여행한 것보다 그걸 더 놀라워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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