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yuwangi, island in the islands
섬나라의 섬, 인도네시아 바뉴왕이

1만7,500개가 넘는 섬, 혹은 하나의 나라 인도네시아. 이 나라에는 섬과 섬을 중심으로 문화와 전통과 왕국이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자바섬 동쪽 끝에 자리한 바뉴왕이(Banyuwangi)처럼 말이다. 동명의 도시를 중심으로 형성된 바뉴왕이는 발리 해협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는 곳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확장된 시가지에서는 신호등 없는 교차로가 빈번히 등장하고, 허름한 건물 옆으로 번듯한 쇼윈도를 뽐내는 휴대폰 매장과 무선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노천 식당이 자주 눈에 띈다. 수십 년의 변화를 단 시간에 소화한 동남아시아의 지방 소도시와 일견 다를 바 없지만, 그 속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허태우
사진 김주원

케미란 빌리지
Kemiran Village

“저희 마을은 근대화에 맞춰 발전했지만, 전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서로 협동하며 함께 생활하는 전통이죠. 마을 사람 누군가의 집에 대소사가 생길 때마다 모두 도와주러 가요.” 케미란 빌리지에서 만난 수하우미(Suhaumi)가 설명한다. 그는 오싱(Osing) 부족의 지긋한 어른이다. 오싱은 주로 바뉴왕이에 거주하는, 블람방안(Blambangan) 왕국의 후예라고 할 수 있다. 이곳 케미란 마을에만 2,500여 명이 모여 살고, 자바섬 전체에는 30만 명이 넘는 이가 거주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늘날 케미란 빌리지는 오싱의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행자에게 전달하며 명맥을 잇는다. 전통 가옥에 머물면서 현지 가정식을 먹고, 전통 춤을 배울 수 있다.

오싱은 블람방안의 흥망성쇠에 따라 역사의 고난을 견뎌왔다. 원래 힌두교를 신봉했지만, 이슬람에 의해 강제로 종교를 바꿔야 했고,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엔 수많은 부족민이 학살당하다시피 했다. 그 지독한 역사를 온전히 감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변방의 사람들로서는 더 더욱. 수하우미가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저희 부족에겐 환영의 인사가 따로 없어요. 네덜란드가 점령했을 때, 모든 부족이 숲속으로 뿔뿔이 흩어져 도망 다녀야 했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지인을 믿을 수 없었고 그들을 환영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케미란 마을 사람들은 번드레한 환영의 인사 대신에 춤으로 방문객에게 마음을 표한다. 그들의 혼을 실은 간드룽(gandrung) 춤이다. 흔히 간드룽을 발리의 전통 춤으로 여기지만, 바뉴왕이 또한 ‘간드룽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이 춤에 깊은 애정을 지닌다. 오싱족의 간드룽은 여성 댄서인 스블랑(seblang)이 주인공이다. 간드룽 댄서는 화려한 의상을 차려 입고 가믈란(gamelan)의 전통 선율에 몸을 맡긴 채 초월적인 동작에 빠져든다. 처음 보는 관객들도 그 사위를 한번 목격하면 기묘한 감흥에 동화되고 말 것이다.

섬나라의 섬, 인도네시아 바뉴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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