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센트 만지

World Of Dew By Vincent Manzi
이슬의 세계

사진가 빈센트 만지(Vincent Manzi)의 사적이면서도 순간적인 세계

박태희
사진 빈센트 만지
취재 협조 안목포토북갤러리* www.anmoc.com
* 빈센트 만지 사진전 〈이슬의 세계〉는 2022년 7월 3일까지 안목포토북갤러리에서 열린다. 부산의 안목포토북갤러리는 안목출판사가 운영하는 서점, 갤러리, 뮤직 룸으로 구성된 복합 공간이다. 안목서점에선 안목출판사가 펴낸 책뿐만 아니라 안목이 큐레이션한 국내외 서적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사진 프린트를 판매하는 프린트숍도 운영하며, 수~토요일 저녁에는 뮤직 룸을 연다.

순간이 닻을 내리다

빈센트 만지의 〈이슬의 세계〉 시리즈는 16년간의 작업에서 추출된 것이다. 이때 추출이란, 과학자의 실험실에서 순수용액을 걸러 내기 위해 깔때기를 놓고 걸러내는 작업처럼, 숱한 실패의 반복, 불확신의 밤, 고독 그리고 마침내 걸러진 일정 용량의 산물을 뜻한다.
만지는 작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필름을 현상하고 스캐너로 파일을 만들고 디지털 암실(포토샵)에서 자신의 톤과 음을 조절한 후 잉크젯 프린터로 인화한다. 이 모든 공정이 사진가의 손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사진이란 촬영부터 최종인화까지, 모든 공정이 선택으로 이루어지며 작업이란 정신적이며 물리적인 노동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그는 프린트를 편집해서 제본한 후, 여러 권의 책을 만들고 몇몇 지인들에게 선물해왔다.

두 번째 책을 받았을 때 만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갤러리에 이 사진들을 보여준 적이 있는가? 그가 대답했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 작가로서 이름을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까운 사람들과 자신의 작업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의 야망은 어떤 예술가보다 거대하다.

지난 16년 동안 만지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뉴욕과 이스탄불을 오가며 생계를 위해 일해왔다. 또한 창작을 위한 작업이 우리 삶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말을 실행에 옮기며 지칠 줄 모르고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제 세 번째 책이 내 손에 들려 있다. 인쇄된 책이 아니라 만지가 직접 프린트한 인화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작품집이라 쉽게 들춰볼 수 없는 존재감이 있다. 뉴욕에서 이스탄불까지 기나긴 길을 걸어서 내 곁에 도달한 어떤 순간들이, 일생의 중요한 만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빈센트 만지와 짧은 인터뷰**

뉴욕과 이스탄불을 오가며 작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 곳을 한장의 사진으로 연결하거나 비교하는 것인가요?
제가 촬영하는 뉴욕과 이스탄불은 모두 제가 살고 있는 장소이자 집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는 비교하고 논평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제 목표는 보는 방식을 발전시키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서로 다른 장소와 주제들이 연결됩니다.

언뜻 보면 일상적이고 평범할 수 있지만, 매우 독특한 순간과 장면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순간에 셔터를 누를 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말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짧게 답하자면, 셔터를 많이 누르는 것입니다. 더 집중해서 볼수록 모든 것이 평범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바깥 세상에서 만나는 많은 기회를 촬영하면서 현재 삶의 흐름에 다가갈 수 있고, 그 후의 편집은 증류 과정과 같습니다. 8롤의 필름에서 10장의 프린트가 나올 수 있고 수년에 걸쳐 뽑아낸 수백 장의 사진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집니다. 중요한 결정은 편집할 때 이루어지기 때문에 셔터를 누르는 동안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잊고 싶습니다.

오프라인 전시나 온라인 포스팅이 아닌 사진집을 먼저 만든 이유는?
우리는 앉아서 사진집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지요. 사진과 사진집, 커피가 어우러진 안목포토북갤러리도 이런 의도를 장려하고 있어요. 제 사진은 인화된 프린트로 보여질 때 살아나고 모니터에서는 다소 생기를 잃게 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어떤 사진가의 사진은 모니터에서 훨씬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잉크로 인화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특별한 분위기와 더 잘 맞는 거죠. 사진집을 만드는 건 제 작업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솔직하게 얘기해줄 거라 믿는 사람들에게 사진집을 보내는데, 이는 제가 계속 작업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작품의 제목은 어떻게 정하나요? 또한, 각 제목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개별적인 사진 제목은 대개 위치나 지명입니다. 제가 만든 책이나 챕터의 제목은 좀 더 추상적인 것으로, 늘 시각적이고 명확한 무엇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슬에 대한 나의 경험은 반짝임과 증발입니다. 일본의 하이쿠 시인 고바야시 잇사의 시*** 번역본에서 따온 제목이에요.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이 시가 저에게는 대단히 각별했는데,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요점은 모든 것의 덧없음과 일시성입니다. 어느 시점에서 제 작업은 그런 인식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시간적 본성을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매체가 사진이고 저는 그런 관점에서 모든 일을 경험하는데 가장 관심이 있습니다. 계속 바깥을 지켜보지 않는다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죠.

어떤 모델의 카메라와 필름을 가지고 다니는지 알고 싶습니다.
항상 Summicron 또는 Zeiss C Biogon 35mm 렌즈가 장착된 Leica M5를 사용합니다. 가끔 Contax T2도 사용하지요. 냉동고에는 Kodak Portra 400가 가득 있습니다. 집에서 현상하고 습식 마운트 방식으로 필름을 스캔하며 포토샵으로 조절하고 잉크젯 프린터로 인화합니다.

** 빈센트 만지와의 인터뷰는 2022년 4월 이메일로 진행됐다.

*** 이슬의 세상은 이슬이 세상이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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