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베바이린에 핀 매화

 

ⓒ 김윤경

Four Flavors in Wakayama
와카야마현에서 발견한 맛의 세계

태평양의 경이로운 일몰, 시라하마초

시라하마는 바닷가 온천과 해안 풍경 그리고 일몰로 유명한 도시다. 일몰을 보고 싶다면, 바위섬 엔게츠도(円月島) 으로 향할 것. 바위 중간에 해식 동굴이 동그랗게 뚫려 있어 ‘엔게츠(円月, 보름달)’라 불리는데, 동굴 사이로 해가 떨어지는 절경을 포착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드는 곳이다. 시라하마를 둘러싼 바다의 거센 파도는 바위섬을 비롯해 마치 천 장의 다다미가 깔려있는 것 같아 센조지키(千畳敷)라 불리는 암반과 썰물이 절벽에 부딪혀 형성된 주상절리 암벽 산단베키(三段壁)를 만들었다. 와카야마역에서 시라하마까지는 JR구로시오 특급 열차를 타고 1시간 30분이 걸린다.

 

벚꽃 이전에 매화가 있었다

시라하마에서 차로 30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타나베시(田辺市)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와카야마현은 전국 최대의 매실 생산지인데, 그중에서도 타나베는 매실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타나베의 매화는 이르면 1월 말부터 싹이 트고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꽃놀이를 시작한다. 자칫 벚꽃과 헷갈릴 수도 있지만 잎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벚꽃잎은 하트 모양이고 매화잎은 둥근 편.
흐드러지게 핀 매실나무를 보고 싶다면, 미나베바이린(南部梅林)으로 향해보자. 약 8만 그루의 매실나무가 완만한 산의 사면 전체를 빽빽하게 채운 매화 산지다. 이곳에서 매년 매화 축제를 개최하는데, 점차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져 올해는 1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열렸다.
이 지역 사람들은 400년 전부터 매실 농사를 지어왔다. 당시 산에 나무를 심으면 세금을 면제해주는 정책이 생겼고, 매실은 와카야마의 환경에서 기르기 적합했다. 비탈진 언덕에 심은 매실나무는 햇빛을 고루 받기 때문에 잘 자라고, 근처 바다에서 불어온 소금기 있는 바람은 열매를 더욱 맛있게 만든다. 타나베에서 나고 자란 많은 이들은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으로 일군 매실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2015년에는 마을 전체가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의 세계농업유산(GIAHS)에 등재됐다.
하마다(濱田)는 타나베에서 유일하게 재배부터 생산·가공· 제품 개발까지 아우르는 매실 전문 기업이다. 하마다의 총괄 매니저 이노세 요스케(井瀬 陽介)도 마찬가지로 이곳 출신. 이노세와 함께 하마다 소유의 매실밭을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회사 대표가 오전 농사일을 끝내고 낮잠 장소로 애용하는 자동차를 지나고, 빈초탄(備長炭, 일본의 전통 숯)의 원료인 우바메가시(ウバメガシ, 너도밤나뭇과의 일종) 숲도 지난다. 그렇게 30분 정도 굽이친 산을 오르니, 균형이 잘 잡힌 매실 산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중 하마다 과수원의 면적은 24헥타르 정도. 일반 야구장 18개를 합친 규모라고 한다. 이렇게 큰 매실 산지를 수세기에 걸쳐 어떻게 관리해왔을까.

 

하마다 총괄 매니저 이노세 요스케와의 인터뷰

400년 전부터 여느 농장처럼 재배만 하다 본격적으로 가공 사업까지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40년 전, 매실에 소금이나 깻잎 등을 첨가한 매실 가공 식품이 유행했다. 당시 수요가 늘면서 회사로 발전했다. 현재 하마다에서는 매실주부터 매실 절임, 매실 토마토 파스타 소스, 매실잼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이 마을에서 매실이 유독 잘 자라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다가 가까운 산비탈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바메가시 숲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와카야마 지역에서는 빈초탄의 원료인 우바메가시가 잘 자란다. 산 전체에 매실나무만 심지 않는 것이 예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마을의 원칙이다. 우바메가시나 떡갈나무 등 다양한 종이 함께 있어야 산사태나 산의 황폐화를 막고, 꿀벌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 자연 생태계를 무너뜨리지 않았기에 지속 가능한 매실 농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마다 매실이 특별한 이유는?
매실나무는 잎과 가지가 무성하게 잘 자란다. 수시로 가지를 쳐야 하는데, 자르는 방법에 따라 매실의 품질이 결정된다. 매실은 따는 게 아니라 저절로 떨어져야 비로소 알맞게 익은 것이다. 언제쯤 떨어지는지 정확한 날짜를 알지 못하니, 열매를 맺으면 매일매일 확인해야 한다. 하마다는 그날 떨어진 매실을 바로 수거해 제품화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매실나무를 돌보며 체감하는 기후 변화도 있을 것 같다.
매년 수확량이 확실히 다르다. 예전엔 수확량이 안정적 이었다면, 지금은 편차가 심하다. 높아진 기온과 잦은 폭우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며 매실의 품질을 유지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탄산을 넣어 매실주를 담그거나 와카야마 지역에서 재배한 귤, 레몬, 유자 등을 넣은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선조들의 지혜를 잘 지켜가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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