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하마에서 차로 30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타나베시(田辺市)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와카야마현은 전국 최대의 매실 생산지인데, 그중에서도 타나베는 매실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타나베의 매화는 이르면 1월 말부터 싹이 트고 마을 사람들은 그때부터 꽃놀이를 시작한다. 자칫 벚꽃과 헷갈릴 수도 있지만 잎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벚꽃잎은 하트 모양이고 매화잎은 둥근 편.
흐드러지게 핀 매실나무를 보고 싶다면, 미나베바이린(南部梅林)으로 향해보자. 약 8만 그루의 매실나무가 완만한 산의 사면 전체를 빽빽하게 채운 매화 산지다. 이곳에서 매년 매화 축제를 개최하는데, 점차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져 올해는 1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열렸다.
이 지역 사람들은 400년 전부터 매실 농사를 지어왔다. 당시 산에 나무를 심으면 세금을 면제해주는 정책이 생겼고, 매실은 와카야마의 환경에서 기르기 적합했다. 비탈진 언덕에 심은 매실나무는 햇빛을 고루 받기 때문에 잘 자라고, 근처 바다에서 불어온 소금기 있는 바람은 열매를 더욱 맛있게 만든다. 타나베에서 나고 자란 많은 이들은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으로 일군 매실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2015년에는 마을 전체가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의 세계농업유산(GIAHS)에 등재됐다.
하마다(濱田)는 타나베에서 유일하게 재배부터 생산·가공· 제품 개발까지 아우르는 매실 전문 기업이다. 하마다의 총괄 매니저 이노세 요스케(井瀬 陽介)도 마찬가지로 이곳 출신. 이노세와 함께 하마다 소유의 매실밭을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회사 대표가 오전 농사일을 끝내고 낮잠 장소로 애용하는 자동차를 지나고, 빈초탄(備長炭, 일본의 전통 숯)의 원료인 우바메가시(ウバメガシ, 너도밤나뭇과의 일종) 숲도 지난다. 그렇게 30분 정도 굽이친 산을 오르니, 균형이 잘 잡힌 매실 산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중 하마다 과수원의 면적은 24헥타르 정도. 일반 야구장 18개를 합친 규모라고 한다. 이렇게 큰 매실 산지를 수세기에 걸쳐 어떻게 관리해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