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노 성지 중 하나인 구마노 나치타이샤의 전경

 

ⓒ 김윤경

Four Flavors in Wakayama
와카야마현에서 발견한 맛의 세계

일본인의 영적인 고향, 구마노

풍부한 자연 유산을 품고 있는 구마노. 예로부터 일본인은 이곳을 자연과 인간의 정신 세계가 교차하는 곳으로 여겨왔다. 구마노의 성지 중 구마노 혼구타이샤(熊野本宮大社), 구마노 하야타마타이샤(熊野速玉大社), 구마노 나치타이샤(熊野那智大社) 3곳을 구마노산잔(熊野三山)이라고 한다. 와카야마역부터 각 성지까지는 기차와 버스로 갈 수 있다. 혼구타이샤까지는 1시간 15분 동안 기차를 타고 가서 기이타나베역에서 내린 후 버스로 2시간을 더 이동해야 한다. 하야타마타 이샤까지는 기차로 3시간 20분 걸리고, 나치타이샤까지 가기 위해서는 기차로 3시간 걸리는 기이카쓰우라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탄 후 30분 정도 더 가야 한다.
이 세 신사로 가는 순례길을 일컬어 구마노고도(熊野古道)라고 하는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분은 300킬로미터 이상에 이른다. 구마노고도를 걷다 보면, 다리가 3개인 까마귀가 새겨진 휘장을 자주 발견한다. 이 길 위에서 만나는 까마귀는 반가워해도 좋다. 구마노고도에서는 야타가라쓰(八咫烏)라 부르는 이 까마귀를 참배의 안내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에서 야타가라쓰는 승리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일본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에도 야타가라쓰가 그려져 있다).
세 곳의 신사 중 구마노 나치타이샤는 나치산(那智山) 해발 500미터에 자리하며, 별궁에 있는 히로 신사(飛瀧神社)에서는 일본 최대 낙차 폭포 나치노오타키(那智の大滝)를 자연신으로 모신다. 악의 기운을 쫓아 내기 위해 주황색을 칠한 탑과 133미터 높이의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유명하다.

 

참치로 지역과 사람을 잇는 바닷마을

구마노 나치타이샤에서 남단으로 내려가면 아담한 항구 마을 나치가츠우라초(那智勝浦町)에 당도한다. 항구 한쪽에 마련된 야외 족욕탕과 작은 상점이 어우러진 소박한 풍경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 마을에는 ‘동굴 온천’으로 잘 알려진 호텔 우라시마(ホテル浦島)가 있다. 태평양에서 시작된 파도에 침식되어 생긴 동굴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을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큰 규모의 참치 어항 때문. 매일 아침 7시면 가츠우라항(勝浦漁港)에서 열리는 참치 경매의 풍경을 볼 수 있다. 항구 바로 옆 니기와이 시장(にぎわい市場)에서는 생참치부터 가공 식품까지 지역에서 잡아 올린 참치의 모든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이 마을에서 낚은 가장 큰 참치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대형 참치 모형이 시선을 압도한다.
시장 가장 안쪽에는 야마사 와키구치수산(ヤマサ𦚰口水産, maguro-yamasa.com)이 있다. 올해로 130주년을 맞이한 야마사 와키구치수산은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건강한 물건 만들기 300대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참치 가공 회사다. 참치는 크기에 따라 참치살의 끈기와 경도가 다르기 때문에 자르는 방법도 달라진다. 여기서 상품 가치가 결정되는 것. 그래서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야마사 와키구치수산은 가츠우라항에서 잡은 참치를 일본 전역에서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좋은 참치를 판별하고 참치 포장·가공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는 참치의 특징을 숙지한 장인이 한 점 한 점 수작업으로 잘라낸 것으로 모든 제품을 만든다.
참치에 모든 생을 바쳐온 야마사 와키구치수산 대표 와키구치 코타로(𦚰口光太郎)는 여전히 직접 참치를 해체하며 상품 개발에 애쓰고 있다. 30년 전 와키구치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직원은 사촌 고모를 포함해 단 6명뿐이었다. 지금은 50여 명을 거느리는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가 “도쿄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우리 지역의 참치를 고가에 판매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참치를 접시 위에 놓은 뒤 뒤집는다. 품질 좋은 참치는 떡처럼 딱 달라 붙어 있다. “우리는 이 참치를 ‘모찌마구로(もちマグロ)’라고 부릅니다.” 접시를 들고 있는 손 끝에서 부터 지역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야마사 와키구치수산 대표 와키구치 코타로와의 인터뷰

참치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이곳 사람들은 생선잡이와 판매로 생계를 유지하고 살았다. 우리 가족도 130년 전부터 이 마을에서 대대로 수산업에 종사해왔다. 60년 전 아버지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참치 전문 회사 야마사 와키구치수산을 내가 잇고 있다.

가쓰우라항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참치를 잡는다고 들었다.
보통 참치가 알을 낳거나 먹잇감을 찾기 위해 이동하는 길목에 거대한 그물을 쳐 참치 떼를 한 번에 잡는다. 참치를 포함한 붉은 살 생선은 그물에 걸리면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금방 죽는다. 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참치가 잡히는 경우도 많다. 오래 전부터 가츠우라항에서는 상품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물로 올린 참치를 취급하지 않았다. 대신 연승어법으로 참치를 잡았다.
긴 낚시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개의 낚시바늘을 달아 수산물을 한꺼번에 낚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잡은 참치는 그물 위에서 호흡하지 못해 피가 몰려 죽은 참치보다 훨씬 상품 가치가 높고, 새끼 참치를 방생할 수도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 참치의 생명을 소중히 다루고 존중하는 가츠우라항만의 전통 방식이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마을에 생긴 변화는 무엇인가?
원래 참치를 잡으려면 항구에서 배를 타고 300킬로미터 정도 나가야 했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참치를 낚는 포인트가 북쪽 훗카이도 지방 쪽으로 점점 올라가고 있다. 참치 어획량도 3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에 따른 기업의 대처 방안이 있다면?
생참치가 아니면 취급하지 않던 시절도 옛날 이야기다.(웃음) 냉동 참치를 생참치처럼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특수 냉동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막이 부서지지 않게 냉동하는 기술로, 언제 어디서나 신선한 참치를 먹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서 잡은 최고급 참치는 대부분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로 간다. 정작 현지에서 좋은 참치를 맛볼 수 없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항구에 있는 니기와이 시장에 판매점을 오픈했으니 가장 신선한 참치를 현지에서 경험하길 바란다.

다음 세대를 이을 아들에게 강조하는 기업 철학은 무엇인가?
일본에서 가장 참치를 소중하게 대하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 평생 참치와 사람을 가장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건 창업주인 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기업 정신이다. 참치를 소중히 대하면 회사와 이 지역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 꼭 경험했으면 하는 것은?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고 물이 어우러진 풍경도 아름다운 지역이다. 온천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이런 곳에서 자란 식자재가 얼마나 신선하고 좋은지 몸소 체험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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