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카야마시의 전경

 

ⓒ 김윤경

Four Flavors in Wakayama
와카야마현에서 발견한 맛의 세계

일본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와카야마현은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보이며, 겨울에 열대꽃이 필 정도로 따뜻한 지역이다. 오래된 목조 건물이 늘어선 골목에서 작은 바닷마을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을 4가지 맛을 탐험했다.

박진명
사진 김윤경
취재 협조 와카야마현관광청 kr.visitwakayama.jp
인페인터글로벌 inpainterglobal.com

여행의 시작, 와카야마시

와카야마시는 와카야마현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교통의 중심지다. 와카야마역에서 기차를 타면 현 내의 유아사, 시라 하마, 고야산 등 주요 여행지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와카야마시 도심으로 들어 서면 현대식 건물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시내 곳곳에는 운하가 흐르고, 주택과 상가가 테트리스처럼 촘촘히 자리한다.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는 풍경 이다. 거리 위로는 와카야마의 온화한 기후가 만든 파란색 하늘이 유독 잘 보인다. 고도 제한으로 도심 건축물의 높이가 낮은 덕분이다.
도시의 중심에는 1585년에 축조된 와카야마 성이 있다. 이 성은 에도 시대(1603~1868)에 걸출한 장군을 배출하며 군사적 요충지로 여겨졌다. 성 안의 일본식 정원은 세월의 흔적이 무색할 정도로 잘 보존되고 있다. 정원에는 2월 말부터 수선화가 피기 시작해 3월에는 벚꽃, 4월에는 모란꽃, 철쭉꽃이 피고, 6월 중순 쯤엔 수국이 흐드러진다. 가을이 되면 온통 황금빛과 노란색, 빨간색 등으로 물든다고. 정원 안에는 고쇼안(紅松庵)이라는 차실이 자리한다. 1974년에 세운 이 찻집에서는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니고 평정 속에서 차를 즐긴다는 일본의 다도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라멘 마니아의 성지

와카야마시에 왔다면, 와카야마 라멘을 꼭 맛봐야 한다. 츄카소바(中華そば)라고도 불리는 이 라멘은 돼지고기 육수와 와카야마산 간장이 진하게 어우러지는 국물이 특징이다. 고명으로 올리는 차슈(돼지고기)에도 지방과 속살이 적절히 붙어 있어야 한다고. 겉에 살짝 바른 양념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이 화룡점정. 국물을 충분히 머금는 면의 두께도 중요 하다. 라멘 가게마다 각기 다른 특징이 있어, 취향에 맞는 라멘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한 가지 공통점도 있다. 어딜 가나 테이블에 고등어 절임 초밥이 놓여져 있다는 것. 라멘이 나오기 전에 초밥으로 속을 달래라는 의미다.
와카야마 라멘은 이데쇼텐 (井出商店) 덕분에 더 유명해졌다. 1998년 일본 예능 프로그램 〈TV 참피온〉에서는 일본 전 지역에 있는 라멘 장인을 섭외해 요리 경연을 벌였는데, 이때 이데쇼텐의 와카야마 라멘이 2년 연속 (1998년, 1999년) 1위를 차지한 것. 우승을 한 지 2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데쇼텐은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룰 만큼 그 맛을 지키고 있다.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주차장을 확장했을 뿐, 좌석은 단 14석. 40년 전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와 똑같다. 오전 11시, 이데쇼텐의 문을 두드린다. 부엌에는 ‘수프맨(Soupman)’ 티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운영자 이데 노리오(井出 紀生) 역시 수프맨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이데쇼텐 대표 이데 노리오와의 인터뷰

언제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는가?
1953년 어머니가 리어카에서 라멘을 팔던 것이 이데쇼텐의 시작이다. 내가 일곱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가장이 된 어머니가 라멘을 팔며 형제들을 키웠다. 이데쇼텐에는 우리 가족의 모든 역사가 담겨 있다. 가게 이름의 이데는 어머니의 성에서 가져왔다(쇼텐은 상점이란 뜻이다). 라멘 가게를 물려 받으며 내 이름도 ‘이데’로 바꿨다.

가업을 이어가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서른 살 전까지는 다른 일을 했다. 어릴 땐, 치기 어린 마음에 리어카에서 라멘을 팔던 어머니가 부끄러웠다. 어머니의 리어카를 뒤에서 밀다가 학교 친구들과 마주칠 때면 그렇게 창피하고 싫었다. 철이 들고 나니,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어머니의 삶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지, 그때부터 요리하는 것이 즐거워졌다.

평일에도 라멘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오랜 인기의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와카야마 지역의 맛이기 때문이다. 그 맛을 지키기 위해 하던 일을 열심히 할 뿐이다.

라멘 만드는 방식을 알려달라.
육수는 돼지고기가 베이스다. 돼지 뼈와 닭뼈를 센 불에서 8~10시간 정도 푹 끓인 후 간장을 더한다. 얇은 면에 육수를 붓고 차슈, 파 등의 고명을 올리면 완성이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지난 40년 동안, 휴일인 목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장사 준비를 해왔다. 매주 목요일에 일을 쉬는 동생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데쇼텐도 목요일을 휴일 로 지정했다. 바쁜 일상에서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라멘에 모든 시간을 다 바쳤기 때문에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들과 함께 일한다고 들었다. 이데쇼텐의 역사를 이어갈 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한다. 알다시피 우리 가게의 메뉴는 츄카소바 딱 한 가지다. 이 맛을 지키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고 제일 잘 하는 일이다. 다른 메뉴는 생각해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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