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의 가니시 하우스(Garnish House)의 웰컴 티는 다정하고 달콤하다. 화보의 조명처럼 스콘과 브라우니에 햇살이 드리운다. 작은 식탁 위에는 티와 스콘, 브라우니 그리고 잼과 버터가 깔끔하게 차려진다. 설탕을 살짝 뿌린 브라우니와 노릇노릇하게 구운 스콘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운다. 참지 못하고 스콘 한 조각을 떼어 사과잼을 담뿍 바른다. 한입 먹을 때마다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의 완벽한 맛이다. 이 B&B는 ‘아일랜드 최고의 애프터눈 티’ ‘아일랜드 최고의 아침 식사’ 같은 수식어를 충분히 받을 만하다. 진정한 B&B의 매력은 이것이 아니겠는가. 여행자를 환대하는 맛있는 가정식.
가니시 하우스는 코크의 단편적 예다. 아일랜드 남서부에 자리한 도시 코크는 오늘날 아일랜드 미식의 중심지로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더블린 못지않은 풍부한 문화를 자랑하며, 유쾌한 활기가 도시에 퍼져 있다. 사실 아일랜드의 역사를 논할 때 코크를 빼놓을 수 없다. 코크 사람들은 이곳을 아일랜드의 ‘진정한 수도’라고 부른다. 혹은 ‘코크 인민공화국’이라는 대범한 별명도 붙인다. 독립과 투쟁이 뒤얽힌 아일랜드 근대사의 주요 무대였기 때문이다. 마이클 콜린스(Michael Collins)가 바로 코크 출신이다. 1922년, 아일랜드 내전하에서 코크는 ‘영국-아일랜드 조약’ 반대파의 본거지였다. 사상을 지키기 위해 무장투쟁과 테러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던 때다. 노천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꽉 들어찬 지금 코크의 세인트 패트릭 거리(St. Patrick’s Street)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잉글리시 마켓(English Market)에 들어서자 갖가지 식자재가 눈과 코를 자극한다. 19세기 중반부터 빅토리아 시대의 건물에 들어선 시장은 코크의 미식 수준을 보증하는 대리인 같다. 품질 좋은 육류와 생선, 치즈, 채소 등을 자신 있게 펼쳐놓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맞이한다. 특히 생선 가게 코코넬(K O’connell) 앞에는 유달리 사람이 많다. 2011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한 곳으로, 여왕은 코코넬에서 아귀를 살펴봤다고 한다. 아일랜드에서는 아귀를 ‘장모’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마침 여왕의 아들 윌리엄 왕자가 결혼한 직후였고, 눈치 빠른 언론은 이 일을 대서특필했다. ‘장모 여왕이 100년 만에 장모 생선을 만났네’라는 식으로.
리강(River Lee)을 따라 여무는 코크의 저녁은 역시 펍으로 마무리된다. 1889년 영업을 시작한 펍 신에(SIN É)에는 여간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다. 좁은 실내의 바는 노령의 터줏대감이 차지하고 있다. 그 안을 비집고 들어가니, 어디에선가 낯선 음악이 들려온다. 진짜 아일랜드 전통 음악이다. 일리언 파이프(Uilleann Pipe)에서 가녀린 음이 나와 공간을 채우고 펍의 관객들은 눈을 감은 채 그 선율을 좇는다. 마치 단조의 선율 위에 시를 낭송하는 것처럼, 이 도시를 사랑한 인물들의 끈끈한 유대감은 펍의 음악에서도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