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00여 명이 거주하는 아일랜드의 서쪽 끄트머리 항구 마을 포트매기(Portmagee). 애써 이 먼 곳까지 오는 여행자는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북대서양의 수평선을 배경으로 표표히 떠 있는 스켈리그 마이클을 찾아가는 것.
포트매기를 출발한 배는 고래를 찾아 바다를 휘휘 젓다가 바닷새들의 호위를 받으며 스켈리그 마이클에 닿는다. 선장 데이비드(David)는 10여 명의 승선객에게 잠깐 동안의 하선을 허락한다. 비죽한 삼각형을 닮은 섬은 깎아지른 절벽을 갑옷처럼 두르고 수백 마리의 새 떼를 장식처럼 달고 있다. 인기척은 없고 지저귐만 그득하다. 분명 저 위에서 제다이가 수련을 쌓았다고 하는데 말이다.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와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는 미지의 섬 하나를 전 세계 관객에게 드러냈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은둔했었고 주인공 레이가 실력을 갈고 닦던 곳. 그 섬은 실제로 존재할까? 물론 그 섬은 현실에 있다. 포트매기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스켈리그 마이클은 이미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아일랜드 역사와 자연의 보고다. 섬에는 6세기에서 8세기 사이에 지은 것으로 추정하는 수도원 시설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사례다. 19세기에 세운 등대도 그대로 자리한다. 세상과 동떨어진 곳이기에 사람의 무지한 발길을 피할 수 있었다. 데이비드가 섬 주위를 천천히 돌며 알려준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등대 옆 거처에서 주민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지금은 생태계를 조사하는 연구원만 섬에 남아 있고, 정해진 시간 외에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어요.” 최근에는 스켈리그 마이클에 발을 들이기 더욱 어려워졌다. 영화에 나온 이후 포스의 힘이 발휘됐는지, 하루에 한 번씩만 진행할 수 있는 섬 랜딩 투어를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다행히 스켈리그 마이클 주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온 가치는 충분하다. 멸종 위기에 처한 북대서양의 돌고래를 간간히 마주칠 수 있고, 퍼핀 같은 희귀조류도 자주 눈에 띈다. 스켈리그 마이클 바로 옆의 섬 리틀 스켈리그(Little Skellig)마저도 경이롭다. 마치 치즈케이크의 크림처럼 섬을 뒤덮은 2만여 마리 부비새(ganet)의 난무를 본다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것이다. 그들이 투하하는 오물을 어떻게 피할지는 잊은 채, 스켈리그의 새하얀 절벽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