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한쪽에 놓인 음질이 좋지 않은 스피커에서 올드 재즈가 흘러나오고, 가족과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춤을 춘다. 토요일 아침에, 알록달록한 꽃 시장과 노천 카페 틈에서 말이다.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인 마르셰 데 리스(Marché des Lices)는 무려 400년 넘게 렌의 토요일 오전을 책임져왔다. 구도심을 상징하는 브르타뉴 의회 건물 서쪽, 플라스 데 리스(Place des Lices)를 중심으로 꽃과 과일, 채소, 커피 등 노점 300여 개가 몇 블록을 빼곡하게 점령한다. 19세기에 지은 고풍스러운 실내 시장 알 마르트노(Halles Martenot)에는 육류와 해산물 노점이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미식은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렌 구도심을 탐험하는 좋은 방법이다. 마르셰 데 리스의 다음 코스로는 가까운 카테드랄 생피에르(Cathedral Saint-Pierre) 앞 크레프리 라 모트 피케(Crêperie la Motte Picquet)가 적당하겠다. 50년 넘게 전통식으로 구워내는 갈레트와 크레프를 코스로 먹을 수 있다. 로컬 시드르를 곁들여서. 여기서 도보 15분 정도 떨어진 크래프트 펍 말로안(Maloan)은 유럽 각국의 크래프트 맥주를 즉석에서 캔에 담아 선보이는 곳이다. 전통 반목조 가옥이 늘어선 거리에서 독창적인 맥주를 시음하거나 가져갈 수 있다. 로컬 크래프트 맥주를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바로 한 블록 떨어진 맥주 편집숍 셰 알랭(Chez Alain)에 들르자. 열광적인 맥주 마니아인 젊은 주인장 알랭이 브르타뉴를 포함해 세계 각국의 맥주 수백 종을 엄선해 선보이고 친절한 조언까지 건네니 실패할 확률이 낮다. 여기서 두 블록 떨어진 뒤랑 쇼콜라티에(Durand Chocolatier) 또한 미각적 모험심을 일깨운다. 19세기 조각가의 공방에서 쇼콜라티에들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각지의 소규모 경작지에서 재배한 카카오로 기발한 초콜릿을 창조해낸다. 렌에서 채취한 사프런과 메밀 꿀을 활용한 초콜릿이나 브르타뉴산 해초를 가미한 초콜릿 혹은 게랑드 꽃소금을 뿌려 내주는 초콜릿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