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말로에서 가장 긴 해변인 그랑드 플라주 뒤 시용(Grande Plage du Sillon) 끝까지 걸어가면 성벽이 나온다. 구도심을 둘러싼 1.8킬로미터 길이의 성벽 북쪽의 플라주 드 봉스쿠(Plage de Bon-Secours)에 가면, 오직 생말로에서만 볼 수 있는 향수 어린 풍경이 펼쳐진다. 일광욕객이 누워 있는 황금빛 해변 너머로, 해수 수영장과 그랑베섬(île du Grand-Bé)이 어우러진 풍경. 18세기 생말로 출신의 작가이자 정치인 르네 드 샤토브리앙(René de Chateaubriand)이 잠들어 있는 이 작은 화강암 섬은 썰물 때면 걸어서 갈 수 있지만, 밀물이면 섬이 된다. 이는 관광객이 생말로에서 귀가 따갑게 듣게 되는 주의사항이다.
생말로의 환경을 진정 지배하는 요소는 바로 조수간만의 차다. 이 지역 조수간만의 차는 최대 13미터이며, 만조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매년 3월부터 9월까지다. 세계 최초의 대규모 조력 발전소가 1967년 생말로에 들어서기도 했다. 만조가 되면 지금 눈앞에 펼쳐진 저 황금빛 해변이 바닷속에 잠기는 건 물론이고, 해안 산책로를 걸어 호텔로 돌아가다가 물벼락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생말로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1996년작 〈여름 이야기〉에서 낭만적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지만, 원래 액션물이 더 어울리는 곳이다. 브르타뉴에서도 생말로의 독립적 정신은 유독 도드라지는데, 1590년에서 1593년까지 독립 공화국을 선포했을 정도다. 지금도 생말로 성에는 프랑스와 브르타뉴 국기 위에 빨간색과 파란색이 조합된 생말로 국기가 휘날린다. 16~17세기, 영국 해협을 주름잡던 사략 해적이 명성(혹은 악명)을 떨친 생말로에서는 많은 유명한 탐험가와 해적이 탄생했다. 유럽인 중 캐나다까지 처음 항해한 모험가 자크 카르티에(Jacques Cartier)나 인도양을 주무대로 활약한 로베르 쉬르쿠프(Robert Surcouf)처럼 말이다.
그러니 생말로의 진수를 경험하려면 보트 투어를 택하자. 성벽 앞 생말로 항에서 출발해 랑스(Lance)강 하구의 조력 발전소를 지나 영국식 빌라가 늘어선 이웃 휴양지 디나르(Dinard), 빨간 모자를 쓴 듯 보이는 19세기 등대를 거쳐, 다시 생말로 성벽 앞에 떠 있는 17세기 요새 포르 뒤 프티 베(Fort du Petit Bé)와 그랑베섬으로.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 곳곳에 남아 있는 황폐한 섬 요새가 이곳이 생말로라는 사실을 내내 일깨운다. 치열한 전투와 모험의 이야기가 이제는 낭만이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