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가장 긴 루아르강은 발 드 루아르(Val de Loire)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거닐던 전설적 고성 사이를 흘러내려온 뒤, 낭트와 생나제르에 다다라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맞닥뜨린다. 강을 따라 60여킬로미터 이어지는 아트 트레일 에스튀에르(Estuaire)에서 말이다. 말 그대로 ‘강 하구’를 뜻하는 에스튀에르는 낭트에서 생나제르까지 이르는 강 유역을 고스란히 전시장으로 삼는다. 자동차는 물론 도보나 자전거 혹은 크루즈로 에스튀에르를 돌아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예술가가 제작한 설치 작품과 조각 작품, 건축물 30여 점을 표지 삼아서.
에스튀에르 순례는 바로 일 드 낭트에서 시작한다. 섬의 서쪽 강둑에서 설치 작품 <레 자노(Les Anneaux)>를 이루는 알루미늄 고리 18개 너머로 낭트의 강변 풍경을 관찰하노라면, 건너편 암반 위에 설치된 유령처럼 하얀 나무 <루나 트리(Lunar Tree)>가 눈에 들어온다. 낭트 근교 마을에선 지구온난화 때문에 <라 메종 당 라 루아르(La Maison dans la Loire)>라는 3층짜리 집이 루아르강에 살짝 잠겨 있는, 미래의 쓸쓸한 풍경이 보인다. 길이 3,356미터에 이르는 생나제르 다리(Le pont de Saint-Nazaire) 앞 해변에 이르면, 대서양 횡단을 마치고 이곳에 잠든 거대 바다뱀의 알루미늄 뼈대를 조우할 수 있다. 중국 설치 예술가의 작품 <세르펭 도세앙(Serpent D’océan)>이다.
에스튀아르의 마지막 작품을 보려면, 생나제르 다리를 건너 프랑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생나제르의 조선소 샹티에 드라틀랑티크(Chantiers de l’Atlantique)로 향해야 한다. 북극권 너머를 탐사한 프랑스 최초의 잠수함 에스파동(Espadon)이 정박된 콘크리트 요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의 테라스 파노라미크(Terrasse Panoramique)로 가자. 착시 효과를 활용한 작품 <쉬트 드 트리앙글 생나제르(Suite de Triangles Saint-Nazaire)>는 옥상에 표시된 특정 지점에 서야만 볼 수 있다. 그래야 사방에 펼쳐진 광활한 조선소 시설의 지붕과 벽면마다 그려진 붉은 형태가 합쳐져 여러 개의 거대한 삼각형을 이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