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의 기억 빈티지가 매력적인 이유는 옷마다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옷을 살 때의 상황까지 다 기억나거든요. 고등학생 때였는데요. 아빠가 일 때문에 일본을 자주 가셔서 저도 따라간 적이 많아요. 아빠가 일을 하시는 동안 저는 숍을 구경하는 식이었는데, 그러다 세컨드핸드 숍에서 나이키 덩크 SB를 산 적이 있어요. 중고인데도 새 것 같았고 색깔도 너무 예뻤어요. 꽤 고가라 아빠에겐 “니 그 어디서 샀노?” 라고 꾸중을 들었죠. 그리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갔어요. 저는 튀김을 먹고 아빠는 맥주를 마시고. 그런 장면들이 떠올라요. 신을 때마다 아빠 생각도 나고.
전투력 수치 빈티지를 왜 입기 시작했는지 생각해보면, 용돈이 넉넉치 않아서였던 것 같아요. 제가 남중, 남고를 나왔거든요. 그 또래 남자아이들 사이에선 뭘 걸치고 있느냐가 일종의 전투력 수치였어요. (웃음) 중학교 분위기가 정말 살벌했는데, ‘살아남으려면 옷을 잘 입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그래서 빈티지를 찾게 됐어요. 일단 가성비가 최고니까요. 수학여행 갈 때 나름 멋을 내고 가면, 애들이 물어봐요. “니 그 어서 샀노?”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죠. “너흰 못 구할 거다, 이거 빈티지다.” 애들은 빈티지란 말이 뭔지도 모르니까, 그럴 때 희열을 느끼는 거예요. 힘 쓰는 아이들이 저를 신체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면, 저는 가성비로 그들을 혼낼 수 있었던 거죠.
서브 컬처 돌이켜 생각해보면 서브 컬처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 시절 친구들은 저를 ‘CD 플레이어로 맨날 음악만 듣는 애’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힙합을 많이 들었는데, 남들이 안 하는 걸 하고 그걸로 부러움의 시선을 받을 때 짜릿했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