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는 조선시대 교통의 요지였다. 한양에서 통영까지, 한양에서 제주도 관덕정까지 이어 지는 2개의 대로가 모두 삼례를 지났다. 전라도 내 13개의 역을 관리하던 역참도 이곳에 있었다. 게다가 만경강 유역 완주, 군산, 익산, 김제에 걸쳐 발달한 만경평야까지 있으니,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당시 이 일대에 대농장이 건설되면서 만경강 상류의 습지에 자리한 삼례에는 양곡창고가 들어선 것.
“꽥, 꽥, 꽥.” 새들의 지저귐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사이로 단음절의 소리가 끼어든다. 과거 이곳이 만경강변의 너른 습지 였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삼례문화예술촌에서 만난 박윤신 해설사가 이른 아침 내린 비 덕분에 들을 수 있는 맹꽁이 울음소리라고 알려준다. 일제강점기의 쌀 저장고는 오늘날 지역민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오래된 저장고와 관리동 건물은 삼례문화예술촌의 전시장과 공연장 등으로 활용 중이다. 그중 제1전시관으로 불리는 100평 규모의 쌀 창고에선 1만여 가마에 이르던 쌀 대신 19~20세기 프랑스 근대 화가와 문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해방 이후 농협 창고로 지은 건물에선 주말마다 뮤지컬, 클래식 연주회 같은 공연이 열리고, 완주 주민의 사진과 그림 등을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문화예술촌을 나와 길 하나만 건너면 삼례 책마을이다. 비료창고를 개조한 책박물관과 그림책박물관을 중심으로 고서점 호산방,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서가로 이루어진 헌책방, 북 카페와 북 갤러리가 모여 있다. 특히 두 곳의 박물관에서 열리는 기획전시는 필수 코스다. 큰 기대 없이 들어섰다가 전국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주제와 수준 높은 전시물에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