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신우

36 Hours in Namhae
남해 36시간 여행


마을에 남은 돌창고를 그대로 복원해 문화 예술 공간을 만든 남해돌창고의 최승용 대표를 만났다.


어떻게 남해에 내려와서 돌창고를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시절이었는데, 남해 살던 친구가 “돌창고라는 게 있으니까 와서 한번 봐라.” 고 하더군요. 박사 마지막 학기를 남겨뒀을 때였을 거예요. 방학 때 와서 보고 문화유산적 가치도 있고 경제적 가치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구입을 해놓고, 돌아가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다시 내려와서 돌창고를 시작하게 됐죠.

완전히 이주를 한 거예요?

그렇죠. 문을 닫고 내려왔죠. 문을 조금도 열어 놓지 않고 딱 닫았어요. 조금이라도 열어 두면 아마 힘들 때 다시 올라갈 수도 있으니까. 2016년 3월에 내려와서 2016년 7월에 첫 전시를 했어요.

돌창고를 시작할 때 롤 모델이나 참고한 콘텍스트가 있나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국내에 비슷한 곳은 진짜 다 가본 것 같아요. 제가 2 〈재생여행〉 에 쓴 것처럼 일본에서 유휴 공간을 활용해 프로젝트 하는 곳도 찾아다녔죠. 다 보고 나선 ‘이제 다 잊어버리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프로그램이나 건축 인테리어에서 참고할 만한 건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럴 만한 돈이 없었으니까요. 유명 아티스트를 데려올 수 없고, 좋은 마감재를 쓸 수도 없고.... 그래서 돌아와서는 다 잊었어요. 내 결핍 속에서 작은 것을 시작해야 되니까.

남해 주민들은 돌창고 프로젝트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주민들은 이제 그만큼 했으면 가라고 했어요. ‘들어 보니 서울에서 공부도 했다고 하는데, 한 번 해봤으니 그만 돌아가라. 부모 속 썩이지 말고.’ 그런 말들을 했죠. 아직까지 지역민은 이곳에서 전시를 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프로젝트는 이곳의 배경을 만드는 일이에요. 남해 주민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드리고 자신들의 고장에 프라이드를 갖게 되는 게 최종 지향점이죠. 프라이드를 가지면 찾아오는 사람한테 잘해주죠. 자랑스럽죠. 그리고 훼손하지 않죠.

꾸준히 전시를 열고 프로젝트도 많이 하셨잖아요.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성공적이었나요?

주로 실패했어요. 하는 프로젝트마다.

이유가 뭘까요?

예를 들어, ‘보호수 전시를 열면 1만5,000명은 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한 100명 봤다거나 또는 전시 예산이 한 1,000만 원이면 되겠지 했는데, 실제로 2,000만 원 들었다거나.... 그런 실패가 많았죠. 그런데 관광객이나 여행객의 반응은 나쁘지 않아요. 신기해하고 좋아해요. 덕분에 남해를 젊게 보는 인식이 생겼다거나. 그런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남해가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은퇴하고 나서 해변가에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살 수 있는 따뜻한 남쪽 섬 정도였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시작해 볼 수 있는 동네가 되어 가고 있으니까요.


남해와 아무런 연고가 없나요?

저는 고향이 하동이라서 남해 근처 동네에 살았죠. 다리 건너 낚시하러 오거나 다랭이논을 구경하러 오곤 했어요.

남해의 매력이나 가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걸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안 되는 것 같지만, 제가 하는 프로젝트에 빗대서 생각해보면 ‘경관’이겠죠. 사람들이 남해를 보면 편안함을 느끼거든요. 남해의 풍경은 대부분 스케일이 아담하고 작아요. 거리감도 별로 없고요. 섬도 가깝죠. 동해처럼 멀리 있지 않고 손에 잡힐 것 같거든요. 산도 높지 않아요. 논밭이 대규모 평원 지대처럼 펼쳐지는 것도 아녜요. 잘하면 잡힐 것 같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편안하다고 느끼죠. 그래서 어떤 분은 보통 여행을 좋을 때 가는데, 울고 싶을 때도 올 수 있는 곳이 남해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앞으로 돌창고 프로젝트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은?
남해에 내려와서 처음 3년 동안은 도시에 있는 문물들 가지고 와서 전파하기 바빴어요. 그리고 이제 그건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남해돌창고의 10년 프로젝트로 3 남해 보호수, 4 남해 소리, 5 어부의 밥상 이렇게 세 가지를 잡았어요. 2030년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인데, 벌써 2년 차가 됐거든요. 보호수 같은 경우는 같은 주제로 작가만 달라지면서 진행되고, 남해의 소리는 아직 저희가 발굴하지 못한 소리가 800여 개가 됩니다. 어부의 밥상도 당연히 마찬가지고요. 향토 음식이 얼마나 많겠어요. 이런 것들을 매년 더 깊어지게 해나가는 게 목표죠.
 

2 〈재생여행〉 최승용, 3people. 최승용 대표가 남해 돌창고를 구입 후 일본 나오시마, 오카야마, 돗토리로 떠난 재생여행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3 남해에 있는 노거수 31그루를 아카이빙하고, 보호수의 문화적 가치를 발견해 재해석하는 프로젝트.

4 남해의 전승 민요를 발굴하고 국내외 음악가 들과협업해새로운남해의 소리를 만드는 프로젝트.

5 남해 어부들을 만나 잊혀가는 남해의 향토 음식을 기록하고 사라져 가는 어족자원에 대한 관심을 통해 남해의 맛을 찾아가는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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