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의 빙하호 중에서도, 레이크 루이스는 가히 독보적 인기를 뽐낸다. 컬럼비아 빙원부터 아이스필즈 파크웨이를 2시간쯤 달려 도착한 마을 레이크 루이스(호수 이름이자 마을 이름이다). 거리는 비교적 조용하지만, 차량은 줄줄이 드나든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호수 변에 모여 있을 것이다. 영국 공주의 이름을 딴 그 유명한 호수를 감상하기 위해서.
직접 맞닥뜨린 레이크 루이스 호수는 명성에 어울리는 자태를 뽐낸다. 물빛은 합성한 것처럼 푸른 에메랄드색을 띠고, 잘생긴 산들과 빅토리아 빙하(Victoria Glacier)에 장막처럼 둘러싸여 있다. 대부분의 여행객은 호수 초입에서 의식처럼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왼쪽으로 가서 카약에 탑승해 망중한을 즐기거나, 오른쪽으로 진로를 바꿔 호수 변 하이킹을 누린다. 어느 곳을 택하든지 레이크 루이스 호수의 에메랄드빛을 한껏 차지할 수 있는데, 때로는 초현실적 느낌이 편견을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지구상의 모든 호수가 에메랄드빛이 아닐까 하는. 그리고 그 호수 주변에는 전나무 숲이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생긴 미세한 암분이 물에 스며든 결과’라는 과학적 설명은 부차적 문제다.
1911년 5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 (Fairmont Chateau Lake Louise)가 호숫가에 문을 열었을 때에도 여행객들은 그 빛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캐나다 횡단철도 운영사인 캐나디언 퍼시픽 레일웨이 (Canadian Pacific Railway)가 지은 이 기념비적 호텔은 초기 로키산맥을 여행하는 부유층과 도전적인 등반가들의 아지트였다. 그 후로 100여 년간 레이크 루이스를 찾은 이들은 자연의 절경과 호텔의 우아함에 숱한 영감을 받았다. 때로 그 영감의 원천이 무엇이었는지 서로 비교해보기 위해서는 화합의 장소도 필요했다. “솔직히 이곳에 머물면 바깥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몰라요. 하하. 저희는 로키산맥 여행의 태동기에 이곳까지 찾아온 이들이 경험했을 법한 분위기를 최대한 되살리려고 하죠. 자연과 함께 사람들이 교류하는.”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스의 홍보 매니저가 말한다.
레이크 루이스가 속한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에는 연간 400만 명이 찾아든다. 캐나다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 수. 즉 매년 400만 명의 여행객이 로키산맥에서 공통의 이야깃거리를 채집해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1세기 전 호수 앞 오두막에 옹기종기 모여 그날의 모험기를 나누던 등산객들이 이를 예측이나 했을까? 아마도 하루만큼의 감흥으로도 온몸을 충분히 채울 수 있어 훗날을 까맣게 잊었겠지.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 에메랄드빛에게 건배를 올리느라 바쁜 지금의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