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노 키비주얼

 

ⓒ 박신우

Sustainable Travel in Chino, Nagano
나가노의 지속 가능한 휴양지, 치노

나가노의 치노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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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여행] 대자연의 천국, 나가노현 치노 2박 3일 자유 여행(도쿄 출발). 다테시나 신유 온센과 이케노타이라 숙박
550,000원~
주오 고속도로(Chuo Expressway)를 달리던 렌터카가 나가노현으로 들어서자 좌우로 산맥이 충돌한다. 겨울은 아직 서너 달 남았는데도 첨봉의 그림자가 드리운 경사면에는 간혹 눈의 흔적이 보인다. 여행 호사가들의 입에 자주 오르는 일본 알프스(Japanese Alps)다. 북쪽의 히다산맥(飛驒山脈), 남쪽의 아카이시산맥(赤石山脈) 그리고 그 중간쯤에 자리한 기소산맥(木曽山脈). 나가노를 처음 찾는 여행자는 해발 3,000미터의 험준한 봉우리가 이어지는 산맥을 바라보며 깊은 첫인상을 새길 수밖에 없다. 
스와호수(諏訪湖)를 지나 치노시(茅野市)에서는 도로의 고도가 좀 더 높아지는 듯하다. 나가노는 이름과 다르게 고원과 계곡 그리고 분지를 십분 활용해 터전을 일군 지역이다. 일본의 시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시청이 서 있다는 치노시의 평균 해발 고도는 800미터. 여기에서 시의 동쪽으로 병풍처럼 길게 펼쳐진 야츠가다케(八ケ岳) 연봉의 아래턱에 자리한 동네들의 고도는 더 높다. 
저녁이 되자 30도를 오르내리던 한낮의 더위와 대비되게 선선한 기운이 감돈다. 차창밖으로 수목의 짙은 향이 흐르고, 어둠이 내려도 시야가 맑다. 치노는 신슈(信州, 나가노현의 옛 이름)의 오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야츠가다케와 더불어 시라카바코(白樺湖), 다테시나(蓼科) 고원, 구루야마(車山) 고원 등의 자연 명소와 융성한 산림 덕분에 휴양지로도 인기 높다. 여름에는 날씨가 청량하고, 겨울에는 눈으로 한껏 뒤덮이며, 봄과 가을에는 꽃과 단풍으로 색의 향연이 열리는 것. 특히 도쿄와 나고야의 대도시권 거주자들이 주말 여행으로 많이 찾는다. 같은 나가노현의 가루이자와(軽井沢)에 이어서 일본에서 두 번째로 ‘벳소(別荘, 별장)’가 많은 이유다. 높은 수목에 둘러싸인 치노의 산기슭 도로를 달리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터 좋은 장소에는 여지없이 별장이 즐비하다는 것을. 
천혜의 자연 환경과 더불어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 특유의 지산지소(地産地消) 문화가 탄탄히 뿌리내리고 있다. 현지인은 나가노의 매력으로 야사이(野菜, 채소)를 손꼽는데, 한 번 맛을 보면 저절로 수긍하게 된다. 옥수수, 당근, 쌀, 밀, 사과, 복숭아, 와사비와 미소 등. 일본에서 가장 맛 좋은 과일과 채소, 작물이 나가노에서 자란다. 풍경과 음식. 두 가지의 탁월한 조화가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
 
다테시나 자유농원 たてしな自由農園
나가노는 일본에서도 수명이 높은 장수 지역이다. 채소 중심의 발효 음식을 주로 먹고, 보존 음식 문화가 발전해왔다. 고원 지대 특성상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지역 커뮤니티도 매우 발달했다. 일본 유수의 고원 채소 산지로 이름 높은 치노에서 개업한 타테시나 자유농원은 현지 제철 채소와 과일을 직판하는 파머스 마켓. 농산물로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꿈꾸는 곳이다. 나가노 농산물의 뛰어난 품질 덕분에 도쿄와 나고야 생활권의 거주자들도 일부러 찾아와 식자재를 사갈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치노에 2개 지점이 있으며, 2,000여 가지 상품을 유통한다. 로컬 카페와 레스토랑 808도 함께 운영한다.
인터뷰
야마모토 아츠시(山本 敦史)
-타테시나 자유농원 상무이사

Q1. 파머스 마켓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가업으로 2000년에 시작했다. 이 지역이 고원 채소로 유명한데, 과거에는 도쿄와 오사카 등으로 너무 많이 팔려서 오히려 현지에서 유통되는 수량이 적었다. 벳소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아예 여기에 직판장을 세우고 외지인이나 여행객이 찾아와서 먹는 시스템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Q2. 카페와 레스토랑 이름이 특이하다. 808을 일본어로 발음하면 ‘야오야’다. 전통적으로 일본에서 채소 가게를 ‘야오야(八百屋)’로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만든 브랜드다. 
Q3. 인기의 이유는 무엇인가? 생산자가 매일 새벽 4~5시에 수확한 것을 오전 8시에 입고해서 당일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선한 농산물을 판매했기 때문에 더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채소류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데 그중에서도 옥수수가 단연 최고다. 과일은 시즌마다 대표 과일이 다양하게 잘 팔린다. 농산물의 판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사케 등의 주류 제품이나 가공 식품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높다. 온라인 주문도 많이 들어오는데, 현실적으로 주문과 배송을 담당할 일손이 부족해서 확장하기 어렵다. 장사가 잘 되는 시즌에는 방문 손님이 더 많기도 하고. 
Q4. 당일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어떻게 처리하나? 오후 5시 30분에 폐점하는데, 3시경부터 할인 판매를 시작한다. 우리 마트에 납품하는 생산자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농산물을 버리지 말고 가격을 확 내려서라도 전부 팔아달라고 요청한다. 그래서 단돈 1원이라도 가격을 매겨서 판매한다. 어쩔 수 없이 남는 상품은 레스토랑에서 가져가서 식자재로 사용하기도 하고 수프나 잼 등의 가공식품을 만든다. 
 
카타와라 Katawara
나가노현의 메밀로 만든 신슈 소바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 최고의 소바다. 치노에도 신슈 소바집이 여러 곳인데, 카타와라의 맛과 태도는 단연 돋보인다. 도쿄에서 일하던 치노 출신의 부부가 고향에 돌아와 운영하는 이곳은 선대가 남겨준 140년된 가옥을 개조해 식당 공간으로 활용한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직접 밭에서 기른 채소를 쓰고, 매일 아침 야츠가다케의 메밀가루와 물로 제면한 소바는 놀랄 정도로 담백하고 건강한 맛을 자랑한다. 
야마우라 스테이 Yamaura Stay
치노 산골 마을의 오래된 농가 주택을 리노베이션해 디자인 숙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야마우라는 현지어로 ‘산의 그늘’이라는 의미로, 야츠가다케 산기슭의 마을을 일컫는다. 6 알렉스 커(Alex Kerr)의 주도하에 4개의 주택이 야마우라 스테이로 재탄생했는데, 모든 요소에서 지속 가능한 여행의 실천이 엿보인다. 건물의 고풍스러운 멋과 원형은 최대한 살린 채 욕실과 주방, 침실 등의 생활 공간을 현대적으로 바꿨다. 스테이의 장식품과 식기는 마을에서 사용하던 것을 재활용했고, 일회용 세면용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주방용품과 화장품 등도 현지 생산품이다. 투숙객에게는 마을 사람들이 가이드하는 쿠킹 클래스나 도보 투어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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