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여 달려 선 밸리 로지(Sun Valley Lodge)에 도착한다. 1930년대, 유니언 퍼시픽 철도(Union Pacific Railroad)는 미국 최초의 스키 리조트를 개발하기 위해 미 서부를 샅샅이 뒤진 끝에 당시 광산 마을이던 케첨 옆 초지를 낙점했다. 이윽고 1936년 선 밸리 로지가 문을 열었고, 곧 수많은 유명인사가 찾는 고급 휴양지가 되었다. 2015년에 리조트를 전면 레너베이션했지만 콘크리트를 목재로 보이게끔 가공한 특유의 외관과, 검박하고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하다. 전기난로를 갖춘 응접실이나 뛰어올라가야 할 만큼 거대한 침대처럼. 선 밸리의 매혹은 야생 지대를 지척에 두고 이처럼 안락한 현대성을 구현한 데 있으리라. 사실 90여 년 전 처음 열었을 때부터 선 밸리 로지는 일관되게 현대성을 지향했다. 전 세계 최초의 체어 리프트 그리고 호키포키(hokey–pokey) 춤이 여기서 탄생했다.
1939년, 선 밸리 로지가 초청한 유명인사 중 한 명이었던 헤밍웨이는 이곳 우드 리버 밸리(Wood River Valley)의 자연에 심취했고 이후 20여 년에 걸쳐 틈틈이 찾았다. 리조트 홍보용 사진을 촬영하는 조건으로 그는 스위트 룸 206호에 언제든 투숙할 수 있었다. 그때마다 호텔 창립자 애버렐 해리먼(Averell Harriman), 배우 개리 쿠퍼(Gary Cooper) 같은 이들과 어울려 사냥을 떠나고, 인근 케첨의 단골 바 카지노(Casino)에 드나들었다. 말년에 헤밍웨이는 아예 선 밸리 로지를 지은 건축가에 의뢰해 호텔에서 도보 거리에 주택을 지었는데, 집이 거의 선 밸리 로지의 객실과 다를 바 없을 정도였다. 그는 그곳에서 생의 마지막 2년을 보냈다.
선 밸리 로지는 리조트를 찾은 무수한 유명인사 중 몇몇의 이름을 딴 스위트 룸을 운영한다. 매릴린 먼로(Marilyn Monroe),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그리고 물론 헤밍웨이도. 헤밍웨이의 오랜 팬이기도 한 마케팅 디렉터 마이크 피츠패트릭(Mike Fitzpatrick)의 안내로 헤밍웨이 객실을 둘러본다. 실내는 헤밍웨이 단행본, 타자기, 친필 편지 등으로 꾸몄고, 전면 창으로 보이는 산맥 풍경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피츠패트릭은 헤밍웨이가 객실 전면 테라스의 선베드에 누워 타자기로 작업을 했다고 설명한다. 저 야생의 풍경이 작가의 내면과 감응했으리라 짐작해본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의 소질과, 꼭 필요한 단어만을 사용한 언어적 감각과, 사냥한 동물은 무조건 다 먹어 치우던 책임감 내지 습관 같은 것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