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섬을 논할 때마다,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Visayas) 한쪽에 위치한 보라카이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다. 세계적 여행 잡지 〈트래블+레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섬 25곳’ 리스트에서도 당당히 9위에 이름을 올렸을 만큼, 해변 휴양지의 롤 모델 같은 곳이니 말이다. 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다, 파우더처럼 부드럽고 새하얀 모래와 초록빛 야자수를 길게 드리운 해변 그리고 사방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까지. 면적은 약 10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해도, 보라카이의 자연은 축복받은 자를 위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이 섬은 ‘해변에서 일하기’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여행지로 꼽힌다. 필리핀관광부도 보라카이를 지속 가능한 여행과 웰니스 워케이션 여행지로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필리핀관광부 한국 지사는 보라카이를 “잔잔한 청록색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자연적으로 형성된 독특한 모양의 동굴과 바위를 보며, 일 년 내내 그림 같은 일몰을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을 위한 완벽한 곳”이라고 소개한다.
보라카이 서쪽 4킬로미터로 펼쳐진 화이트 비치(White Beach)를 따라 들어선 리조트는 워케이션을 위한 훌륭한 인프라를 제공한다. 간혹 단체 관광객이 시끌벅적하게 해변의 분위기를 잠시 바꿀 수도 있지만, 야자수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을 계속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일몰에 맞춰 다운타운의 다채로운 카페와 레스토랑, 숍 등을 찾아가면, 일을 마친 후의 여유를충분히누릴수있다.
아름다운 섬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본받을 만하다. 필리핀 정부는 한때 보라카이의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6개월간 섬 방문을 막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외지인이 섬을 방문할 때는 150페소의 환경세를 내야 하고, 대중교통 수단인 트라이시클도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보라카이는 지속 가능한 워케이션을 경험하기 좋은 여행지임이 틀림없다.
워크&리빙 가이드
보라카이의 디지털 노마드는 카페를 이용하거나 해변의 리조트에서 머문다. 보라카이에서 일하기 적합한 장소를 찾을 때는 안정적인 인터넷 속도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아무래도 작은섬이기때문에지역에따라접속속도가느려질수있기때문. 용량이 큰 파일을 온라인으로 주고받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면 발라바그(Balabag) 지역을 추천한다. 섬에서 찾아보기 힘든 에어컨을 갖춘 카페도 꽤 있고, 스타벅스나 탐앤탐스 등 글로벌 커피 브랜드의 매장이 24시간 연중무휴 영업하기도 한다. 수영장을 갖춘 해변 근처 3성급 리조트의 하루 숙박 요금은 보통 4,000페소(9만 원). 휴호텔앤리조트(Hue Hotel and Resorts), 레지덴시아 보라카이(Residencia Boracay) 등의 리조트에서는 워케이션 패키지 상품도 제공한다. 일주일이나 한 달을 머물면 무료 아침 식사,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휴양지이기 때문에 서비스 요금이 비싼 편이지만, 실제로 식자재나 생필품 가격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대형 쇼핑몰과 다양한 가게가 들어선 쇼핑 거리가 형성돼 있어 각종 생필품과 식자재를 구하기에도 편리하다. 보라카이의 ‘명동’ 이라고 불리는 디몰(D’Mall)은 다양한 먹거리, 옷 가게, 환전소 등이 모여 있는 복합 쇼핑가다. 여행자와 현지인이 모두 애용하는데, 특히 주말이나 평일 오후에는 인파로 붐빈다. 시티몰(City Mall)은 보라카이 최초의 대형 쇼핑몰로, 푸드 코트가 매우 인기 있다. 이외에도 화이트비치 스테이션 3(Station 3) 구역 근처의 재래시장 탈리파파(Talipapa)와 필리핀 현지 브랜드의 슈퍼마켓 등에서 저렴한 예산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먹을 것과 즐길 것
필리피노가 사랑하는 대표 음식 아도보(adobo)부터 도전해보자. 육류와 해산물, 채소를 식초, 간장, 마늘 등의 양념에 재워 조린 음식으로, 우리나라 찜 요리와 비슷하다. 열대기후에서 음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식초와 소금에 재우는 필리핀 원주민의 전통 조리법 자체를 일컫기도 한다. 식초를 사용하는 것이 조리법의 핵심인 만큼 달콤하고 짭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특징. 소고기 사태와 골수에 옥수수, 배추, 토란 등 각종 채소를 넣고 푹 끓인 불랄로(bulalo)는 필리핀식 소고기 스튜다. 뜨끈한 국물이나 속을 든든하게 채워줄 보양식이 생각날 때 추천할 만한 음식. 필리핀 스타일로 해석한 파에야(paella)는 스페인 통치기에 전해진 요리다. 신선한 해산물과 식자재를 활용한 보라카이의 파에야는 여행객 사이에서 최고로 꼽힌다. 여기에 파인애플, 파파야, 망고스틴 등 다채로운 열대과일과 새우, 랍스터, 굴, 생선까지 신선한 해산물은 보라카이에서의 미식 경험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화이트 비치는 보라카이 여행의 중심지다. 그림처럼 뻗은 해변을 따라 호텔과 레스토랑, 바, 해양 액티비티 전문점 등이 다수 자리해 있다. 꼭 바닷물에 몸을 담그지 않더라도 이른 아침 가볍게 산책이나 조깅을 하고 일과가 끝난 저녁 무렵 바에서 술 한 잔을 곁들이며 휴식을 즐겨도 좋다. 해가 진 뒤에는 곳곳에서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고 색다른 볼거리가 더해져 흥을 돋운다. 그중에서도 고급 리조트와 레스토랑이 자리한 스테이션 원(Station 1) 구역은 나이트라이프의 천국이다. 화이트 비치보다 규모는 작지만, 현지인이 즐겨 찾는 디니위드 비치(Diniwid Beach), 바위에 둘러싸인 일리일리간 비치(Ilig-Iligan Beach) 등 섬의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크고 작은 32개의 해변 중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여유를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