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의 장미’라고 불리는 치앙마이. 1296년, 란나(Lan Na) 왕국의 수도로 시작된 치앙마이는 오랜 역사와 깊은 문화적 자양분을 자랑한다. 성벽에 둘러싸인 옛 시가지부터 황금빛을 발하는 정교한 사원까지 풍부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고, 도시를 둘러싼 태국 북부의 자연은 현지인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오늘날 태국 북부의 경제를 이끄는 중심 도시로 성장한 후에도, 치앙마이가 지닌 유구한 매력은 변함없이 여행자를 끌어당긴다.
치앙마이에 처음 방문한 이들은 수백 년 된 구시가의 거리에서 트렌디한 숍과 카페를 마주치면서 이 도시의 매력에 빠져 들기 시작한다. 현지 예술가의 수공예품을 발견할 수 있는 나이트 마켓도 흥미롭고, 로이 끄라통과 송크란처럼 다양한 축제와 이벤트에서 색다른 즐거움도 경험할 수 있다.도시 밖으로 나가면 다양한 야외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산과 국립 공원은 물론, 울창한 푸른 언덕, 논, 정글과 폭포가 어우러진 멋진 주변 경관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16년 미국의 유명 여행잡지 〈트래블+레저〉에서 선정한 여행하기 좋은 세계 15대 도시 중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 치앙마이는 태국의 스마트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크리에이티브한 문화와 IT 산업이 어우러져 높은 시너지를 발휘하는 것. 태국관광청은 치앙마이를 “태국 북부의 문화 중심지인 이곳은 디지털 노마드에게 인기 있는 곳으로 떠올랐다. 노마드 워크숍과 회의, 세미나, 모임,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잘 갖춘 덕분에 사실상 노마드족을 위한 완벽한 도시”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치앙마이는 방콕에 이어 태국에서 가장 스타트업이 활성화된 도시로 꼽힌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디지털 노마드가 치앙마이의 카페와 공유 오피스에서 열중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들의 활발한 커뮤니티에 가입해 워케이션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여러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워크&리빙 가이드
치앙마이에서 워케이션으로 머물기에 적합한 동네는 님만해민(Nimmanhaemin)과 산티탐(Santitham)이다. 님만해민은 한때 ‘치앙마이의 가로수길’이라 불릴 만큼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밀집된 곳. 산티탐은 님만해민 위쪽에 자리한 동네로, 중심지와 가까우면서도 물가가 비교적 저렴해 인기가 많다. 치앙마이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대부분 카페처럼 운영된다. 음료를 시키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식. 단기로 체류하는 디지털 노마드는 이런 스타일의 카페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무제한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곳도 있고, 음료 1개당 이용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한 곳도 있다. 쇼핑몰 마야(MAYA)에 있는 캠프(CAMP)와 웨이크 업 카페(Wake up Café) 등이 유명하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브랜드는 펀 스페이스(PunSpace), 더 브릭(The Brick) 등이 대표적. 멤버십은 24시간부터 일주일, 한 달 등으로 구성되며 가격은 하루에 5,000~9,000원이다.
태국의 다른 대도시와 비교해 합리적인 거주비가 치앙마이의 장점이다. 구시가지와 님만해민, 산티탐을 걷다 보면 숙소 장기 렌털을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눈에 띤다. 올드 타운은 치앙마이에서 생활비가 가장 저렴하고, 먹거리와 볼거리가 다양하다. 보통 호텔에서 장기 투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 숙박비로 약 2~3만 원 정도의 예산을 짜면 된다. 님만해민은 물가가 비싼 동네지만, 합리적 비용의 레지던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동쪽에는 재래시장이 많다. 선데이 마켓이나 나이트 마켓, 솜펫 마켓(Somphet market)에서 과일과 식자재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서쪽으로는 현대식 쇼핑가가 형성돼 있는데, 능숙한 워케이션 여행자는 마야에 있는 림핑 슈퍼마켓(Rimping Supermarket)이나 창고형 마트인 마크로 (Makro), 깟 수언깨우(Kad Suan Kaew) 쇼핑몰 지하 1층에 자리한 탑스 슈퍼마켓(Tops Supermarket) 등에서 생필품을 구매한다. 예술가나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다양한 플리마켓이 자주 열리는 것도 치앙마이의 매력. 핸드메이드 옷, 빈티지 그릇 등과 다국적 음식을 파는 러스틱 마켓(Rustic Market), 세련된 의류 편집숍이 모여 있는 참차 마켓(Chamcha Market) 등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먹을 것과 즐길 것
커리 페이스트 수프에 바삭한 식감의 에그누들을 곁들인 카오소이(Khao Soi)는 치앙마이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 중 하나다. 커리 페이스트는 레몬그라스, 라임, 마늘, 터머릭, 고수 씨앗, 카다몸, 고추 등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데, 코코넛밀크를 첨가해 부드럽고 크리미한 맛이 특징. 보통 닭고기나 소고기가 들어가고, 돼지고기나 해산물을 넣은 카오소이도 있다.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 팟타이(Pad Thai)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피시소스와 타마린드즙, 팜 슈거(Palm Sugar)가 어우러져 달콤 짭짤하면서도 새콤한, 복잡 미묘한 볶음 쌀국수 맛이 매력이다. 카오소이에는 라임과 샬럿, 절임 채소가 함께 나오고, 팟타이는 잘게 다진 땅콩과 라임즙을 섞어 먹는다. 태국 북부에서 유래한 미앙캄(Miang kham)은 에피타이저로 즐겨 먹는 음식. ‘한 입 쌈’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잎채소에 샬럿, 생강, 마늘, 라임, 구운 코코넛, 잘게 다진 땅콩이나 캐슈넛, 말린 새우 등을 올리고 달콤한 시럽을 얹어 먹는다.
치앙마이 도심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구시가지에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 있어 틈틈이 둘러보기에 좋다. 15세기 란나 왕조 양식으로 지은 왓 체디루앙(Wat Chedi Luang)도 그중 하나다. 높이 82미터, 하단부 반경 54미터의 사리탑인 체디(Chedi)는 16세기 발생한 지진과 18세기 미얀마의 침공으로 상단의 일부가 유실되었지만, 당시에는 라나 왕국에서 가장 큰 건축물로 꼽혔다. 그보다 앞서 14세기에 지은 왓 프라싱(Wat Phra Singh)도 치앙 마이를 대표하는 사원. 경내 중앙의 거대한 황금탑으로 유명하다. 13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태국 북부를 지배한 란나 왕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란나 민속 박물관(Lanna Folklife Museum)을 방문해보자. 옛 지방법원 자리에 란나 왕국의 마을을 실제 사이즈로 재현해 놓았다. 건축물부터 벽화, 공예, 불교 예술품까지 란나 시대의 일상과 예술을 두루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