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철

One Week with Mālama Hawai‘i
일주일간의 말라마 하와이 : 하와이 아일랜드

폴룰루 밸리 하이킹

하와이 아일랜드는 도로가 단순하다. 대부분 2차선 도로에, 갈림길도 많지 않아 어디를 가든 웬만해선 직진. 마우나 케아 비치 호텔을 나와 270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역시 직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바다가 사라지고 고도가 서서히 높아진다. 그러다 갑자기 도로가 끝나는데, 폴룰루 밸리 전망대(Pololū Valley Lookout)에 제대로 왔다는 뜻이다. 평온한 서쪽 해안과 달리 거대한 수직 절벽이 거센 파도를 끊임없이 받아 쳐내고 있는 곳. 뒤로는 울창하게 우거진 계곡이 펼쳐져 절경을 이룬다. 25~30만 년 전 섬 내 화산 중 가장 오래된 코할라(Kohala)에 거대한 산사태가 발생해 화산의 일부가 바다에 잠겼다. 폴룰루 밸리는 그렇게 형성된 7개의 계곡 중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다.

“전망대에만 있다 갈 건가요, 아니면 하이킹을 할 건가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한쪽에 설치된 천막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은 현지인이 나와 말을 건넨다. 2021년 8월, 하와이관광청(Hawaii Tourism Authority)과 쿠푸(Kupu, 청소년 자연보존 단체)의 지원으로 폴룰루 트레일 스튜어드(The Polulu Trail Steward) 프로그램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 주 목적. 관광객이 몰리면서 무분별한 캠핑과 자연 훼손, 안전 수칙을 무시한 사고 등이 수시로 발생하자 현지 주민에게 ‘관리인’ 역할을 맡긴 것이다.
폴룰루 밸리의 탁 트인 전경을 감상하기엔 전망대가 낫지만, 계곡 아래쪽 검은 모래 해변까지 둘러보려면 하이킹은 필수. 편도 20분 정도 소요되는 짧은 구간이지만, ‘트레일 스튜어드’가 경고한 대로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고 바위가 뒤섞인 길이라 결코 만만하지 않다. 아이가 탄 등산용 캐리어를 짊어지고 사뿐사뿐 앞질러가는 하이커도 있지만.

계곡의 바닥에 무사히 닿으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150미터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안착한 검은 해변과 그 너머 야생 그대로인 계곡. 한때 이곳은 하와이 원주민의 거주지이자 칼로(Kalo, 토란) 농사가 번성한 지역이었다. 1940년대 마지막 주민이 떠난 뒤 수십 만 년의 세월을 새긴 화강암과 거목만이 해변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은 파도가 높은 해변 대신 숲 안쪽 웅덩이에서 첨벙거리고, 물 만난 강아지가 흥분해 검은 모래 위를 뛰어다닌다. 다음 계곡으로 하이킹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해변 한쪽에 쓰러져 있는 거대한 나무 기둥에 걸터앉아 쉴 새 없이 해안 절벽을 공격하는 파도를 바라본다. 아마도 어마무시한 해풍, 아니면 대단한 파도가 이 나무를 쓰러트렸겠지. 화산도 집어삼켰는데, 나무 한 그루를 굴복시키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에 가까울 바다의 위력을 상상한다. 아, 이제 그만 해변을 떠야겠다.

일주일간의 말라마 하와이 : 하와이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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